올해 '흑자' 예상하던 KBS, 4일부터 예산긴축 돌입
제작비 130억 긴축…일부 교양 프로 폐지 검토에 내부 논란도
올해 균형예산을 편성하며 적자 탈출을 전망했던 KBS가 1분기 만에 약 500억원의 적자를 예상하며 예산 긴축에 돌입한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올해 대폭 적자가 예상되자 이제는 프로그램 제작을 줄여서 적자를 메우겠다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지독한 무능력”이라고 비판했다.
KBS는 4일 내부 공지를 통해 예산 긴축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긴축 규모는 제작비 129억9000만원으로, 정규·특집 투자준비금 및 스포츠 중계 제작비, 해외 콘텐츠 구매비 등이 절감 대상이다. 올해 하반기 방영이 예정됐던 대하드라마 ‘문무’의 방영 시기 또한 순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KBS는 4월30일 열렸던 경영수지 점검회의에서 올해 연간 수지 전망을 467억원 적자로 예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 편성 당시 4억원의 흑자를 예상했으나, 1분기 만에 수입 전망이 471억원 악화한 것이다. 애초 송·중계소 부지 매각을 목표로 사업 외 수입에 522억원을 편성했으나, 이날 회의에서 전망치를 408억원 낮춰 114억원을 편성하면서 적자 폭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균형 예산은) 이사회는 물론 노사협의회 노측 위원들도 불가능하고 허황됐다고 지적한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만하게 가능하다고 큰소리치더니, 불과 1분기만에 전망치에서 송중계소 매각 수입을 축소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KBS는 올해 당기순이익 4억원의 균형 예산을 편성하며 5년 만에 흑자 전환을 꾀했다. 당시 KBS는 보도자료를 통해 송·중계소 부지 등 유후부동산을 적극 매각해 콘텐츠에 재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적자가 현실화하자 제작비부터 긴축에 돌입한 상황이다. KBS본부는 “사측은 재무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추가 긴축 조치를 하겠다고도 말했다고 한다”면서 “최근 프로그램 폐지 논란에서 경영진이 적자를 줄이기 위해 프로그램을 희생양 삼고 있다는 지적이 허황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KBS에선 1TV서 방영 중인 ‘이웃집 찰스’, ‘황금연못’과 2TV서 방영 중인 ‘셀럽 병사의 비밀’ 등 3개 프로그램에 대한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져 왔다. 프로그램 폐지 기준을 두고 사측의 명확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KBS 사내 게시판엔 프로그램 제작진의 성명이 연달아 게시되기도 했다.

4월27일 ‘셀럽병사의 비밀’ 제작진은 성명을 내고 “2025년 프로그램 공익성 지수(PSI) 평가에서 KBS 내 하반기 1위를 기록했다. PSI는 공영방송 서비스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KBS와 한국언론학회가 직접 개발한 지표로, 시청자들이 직접 유익성, 몰입도, 완성도를 평가한 ‘공영방송다움’의 척도”라면서 “1등을 한 프로그램을 없애겠다는 것은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다. 이해할 수 없는 상업적 기준에 근거한 폐지 논의를 즉각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황금연못’ 제작진 역시 “폐지 사유로 ‘화제성 부족’, ‘2049 시청률 저하’, ‘예산 절감’ 등을 근거로 들었다고 한다”면서 “TV 시청률의 전반적인 하락 속에서도 2026년 평균 시청률 3.7%,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10여년째 유지하고 있다. 만약 앞에서 말한 세 가지 근거로 뉴스를 포함한 모든 프로그램을 평가한다면 과연 KBS에서 살아남을 프로그램이 몇이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웃집 찰스’ 제작진은 “그저 공사가 급히 큰 규모의 지출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뉴스와 ‘위에서 프로그램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이번엔 강행한다’는 이야기만 들려온다”면서 “올해 1TV 프로그램의 폐지 검토 기준은 ‘동시간대 시청률 순’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웃집 찰스는 이 기준으로도, 공사 지출 제작비 기준으로도, 2049 시청률로도, TV VOD 순위로도 폐지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실제 기준이 뭔지 문의했으나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상황을 논의할 TV 편성위원회 개최는 두 차례 무산된 상태다. 4월29일 TV편성위 실무자 측은 성명을 내고 “실무자측은 TV 편성위원회에 편성전략국장과 폐지 거론 프로그램 중 2개 프로그램이 속해 있는 교양다큐2국장도 참석해 실무자들의 의견을 청취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책임자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신 이번 개편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예능센터장과 드라마센터장이 회의에 참석한다고 알려 왔다. 이는 실무자들의 요청을 무시하는 것이자 실무자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최소한의 의지조차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책임자측과 실무자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4월28일 긴급 편성위와 29일 정례 편성위 모두 열리지 못했다.
반면 편성위 책임자 측은 편성전략국장과 교양다큐2국장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실무자측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또한 4월29일 입장문을 내고 “책임자측 위원은 회사를 대표해서 나오는 것이지 직종이나 자신이 속한 조직을 대표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며 “TV편성위원회 책임자측 위원들의 회의 참석을 문제 삼아 불참한 실무자측의 결정이야말로 방송편성규약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운영 세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KBS는 이번 예산 긴축과 프로그램 폐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 관계자는 4일 “이번에 시행된 2026년 1차 예산 긴축안에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이벤트와 7월말 8월초 예정된 혹서기, 12월 예정된 혹한기 편성 등에 따른 정규 프로그램 결방액이 포함된다”면서 “폐지를 협의 중인 프로그램은 시청률과 제작비 집행실적 대비 손익(ROI)을 기준으로 선정됐고, 채널 경쟁력 강화와 시청자 중심의 기획을 위한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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