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가 12·3 내란 ‘대한민국 민주주의’ 구했다
80년 5월 저항정신 ‘빛의혁명’ 일궈
발포명령·암매장·왜곡과 폄훼 등
46년 지나도 오월광주는 진행 중
민주주의 정신 헌법 전문에 새겨야

광주극장의 스크린을 가리던 커튼이 서서히 열리고, 2024년 12월 3일 계엄 선포 당시 국회 앞에서 무장 군인에 맞서 몸으로 저지한 시민들의 외침이 울려퍼진다. 12·3 비상계엄에 저항한 시민들의 모습에 과거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총칼에 피로 맞섰던 광주시민들의 모습이 겹쳐지며 과거와 현재의 저항이 하나로 연결되는 모습이 드러난다.
최근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담은 시네마틱 다큐멘터리로 개봉한 영화 ‘란12.3’의 장면이다. 영화는 5·18 당시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세력에 맞서 싸웠던 광주시민들의 용기가 곧 12·3 비상계엄에 맞서 싸우는 시민들의 힘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5·18이 없었다면, 지금의 민주주의도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민주주의 정신은, 40년 세월을 넘어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거쳐 전국민의 마음 속에 남아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올해는 5·18 정신이 ‘죽은 자’에서 ‘산 자’로 이어지기 위한 중대한 분기점이다.
두 번이나 대한민국을 구한 5·18 정신을 미래 세대까지 계승하기 위한 디딤돌인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완수할 수 있을지 여부가 갈리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의원 187명이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의 민주 이념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는 개헌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 권한에 대한 국회 통제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헌안은 오는 5월 10일까지 국회를 통과해야 오는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진행이 가능하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단순한 요구를 넘어 시대적 과제로 부상했다.
해당 의제는 지난 1987년 9차 개헌 당시부터 제기됐지만, 역대 정부와 정치권은 공약에 그친 채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8년에도 정부 개헌안에 5·18 민주 이념을 헌법 전문에 포함하는 방안이 담겼지만, 국회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국민 공감대도 어느 때보다 크다.
국회사무처가 지난 2월 공개한 헌법개정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헌법 전문에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사건을 명시해야 한다는 데 59.8%가 찬성했다. 수록 대상 사건으로는 5·18민주화운동이 90.6%로 가장 높았으며, 개헌 자체에 대한 찬성 여론도 68.3%로 나타났다.
지역시민사회에서는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은 국가가 다시는 국민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엄중한 약속이며, 민주주의의 뿌리를 헌법에 새기는 역사적 선언이라고 입을 모은다. 민주주의의 역사와 희생을 헌법적 가치로 계승해 국가의 정체성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12·3내란과 같은 상황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전승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민주주의는 수많은 희생과 투쟁 위에서 전진해 왔지만 우리 헌법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켜낼 시민항쟁의 역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독재에 맞서 시민이 일어섰고 국가 폭력앞에서도 굴복하지 않았던 정신을 헌법에 포함해야만 대한민국이 스스로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제대로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Copyright © 광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