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법안 반대’ 차규근 의원 “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하길”
지난달 국회 통과한 임도법안 반대하며 기자회견 등 주도
“총리실에서 기존 산림 정책 전면 재검토·공론화해야”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임도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임도법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본회의 통과 나흘뒤 환경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 법률안이 무분별하게 임도를 건설하도록 해 육상 최대의 탄소 저장소인 숲을 파괴할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했다. 이 법안은 6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본회의 통과 당시 반대 토론을 하고, 환경단체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주도한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을 지난 1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차 의원은 인터뷰 이틀 전인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교섭단체, 무소속 의원 오찬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에게 임도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대통령의 반응을 묻자 차 의원은 “이 대통령이 ‘그런 법이 통과됐습니까?’라고 물었다. 그 법안이 통과된 것을 모르고 있었지만, 메모하면서 설명을 집중해 들었다. 자리가 끝난 뒤 정을호 정무비서관이 ‘담당 비서관실에서 검토해서 연락드리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할지에 대해 그는 “대통령이 진지하게 들었기 때문에 문제 의식을 갖고 국무회의에서 깊이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임도법안은 지난해 1월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지난 3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대안을 마련했다. 산림 경영과 산불 진화에 필요한 임도를 효율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임도의 인·허가 검증 약화, 산림보호구역 훼손 가능성, 산불 대응 효과 불확실성, 공청회 미개최, 임도 건설 과정에서 탄소 배출 우려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집권 뒤 단 한 차례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지난해 10월 개발 특례가 다수 포함된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으나, 이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 없이 이 법안을 심의·의결·공포했다.

차 의원은 지난달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이 법안을 발의한 윤 의원에게 공개 반론하기도 했다. 윤 의원이 한겨레 인터뷰에서 “국회 상임위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검토했지만, 임도가 산림 훼손이나 산불의 원인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에 대한 반론이었다. 차 의원은 이 글에서 “적어도 (국회) 산불특위에서는 그런 결론에 도달한 적이 없다. 중요한 쟁점들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 없이 임도법이 만들어진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된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이 반론에 대해 윤 의원으로부터 어떤 반응은 없었다고 차 의원은 전했다.
그는 “임도법이 필요 없다고 생각지 않는다. 다만 어떤 기준으로 어느 정도 임도를 놓을지 공론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본은 자연림이 아닌 주로 인공림에 임도를 놓는다. 또 민가에서 떨어진 산속에 임도를 설치하는 것은 산불 진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가와 가까운 산 둘레에 임도를 놓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임도가 숲을 가꾸고 나무를 거두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차 의원은 “임도가 ‘산림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나무를 가꾸고 수확하기 위해 반드시 임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무를 수확할 때 산에 케이블카처럼 와이어를 설치해 옮길 수 있는데, 그런 방식이 숲을 덜 훼손한다. 산림청도 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현재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차 의원이 산림과 산불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지난해 3월 발생한 영남권 산불이다. 그는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국회에 설치된 ’산불피해지원대책 특별위원회’(산불특위)에도 손을 들고 참여했다.
차 의원은 “산불특위 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산불 현장도 여러 차례 찾아갔고, 국민의힘이 주최한 토론회를 포함해 10차례가 넘는 산불 토론회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앞머리에 인사만 하고 떠난 것이 아니라, 대부분 토론회 끝까지 남아 이야기를 들었다. 국회의원으로서 드문 경우였다. “여러 토론회에서 산불 피해 주민들의 트라우마와 고통을 느꼈고, 산불을 개발의 기회로 보는 사람들도 만났다. 다양한 관점이 있었다.”

산림과 산불 정책과 관련한 몇 가지 쟁점에 대해 차 의원에게 물었다. 나이가 30~40년 된 나무를 베고, 어린 나무를 심는 정책과 숲가꾸기 정책에 대해 그는 “어느 정도 자란 나무를 베고 어린 나무를 심는 것이 탄소 흡수에 더 도움이 된다는 산림청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 과연 그럴까? 또 숲가꾸기를 하면서 불을 막는 활엽수를 솎아내고 불폭탄 같은 소나무를 남기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그는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소나무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척박한 땅에 자라는 소나무가 굳세고 고고하다는 오랜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소나무는 더이상 우리 기후에 맞지 않는다. 참나무가 자라야 할 곳에 계속 소나무를 심고 참나무를 베어내니 산불이 더 심각해진다. 오히려 참나무가 우리 기후에 맞고 산불을 막아주며 나무의 가치도 훨씬 크다.”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의 산림 정책의 배경엔 산림청이란 존재가 있다. 차 의원은 “산림청이 잘못이 있어도 잘 인정하지 않고 과감하게 정책 방향도 바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산림 정책은 임업뿐 아니라 기후위기나 산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산불 뒤 새로 심는 나무도 산주의 의견만 따르지 말고 산림청이 방향을 잡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의 정책에 비판적인 환경운동가나 전문가들은 산림청을 현재의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로 넘겨야 한다고 말한다 . 또는 산림청을 해체해서 보존 쪽은 기후부로 , 임업 쪽은 농식품부로 넘겨야 한다고도 말한다 . 이에 대해 차 의원은 “ 산림청의 조직 개편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없다 . 다만 , 현재와 같은 정책을 계속한다면 결국 외부로부터의 개혁에 직면하게 될 것 ” 이라고 말했다 .
결론적으로 차 의원은 산림이나 산불 정책과 관련해 범정부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큰 틀에서 산림 보존과 임업을 구분해야 한다. 산림청이 아니라 국무총리실 정도에서 기존 산림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의원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으로 일하던 2019년 3월 일어난 ‘성접대 등 피의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 출국 금지’ 사건으로 널리 알려졌다. 김학의에 대한 긴급 출국 금지를 주도한 그는 2021년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았고 2025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범죄인은 처벌하지 않고, 범죄인을 잡으려던 공무원들만 처벌하려 한 희대의 사건이었다.
차 의원은 “검찰 권한 오남용의 대표적 사건이었다. 수사와 기소, 재판 과정에서 힘들었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밥을 먹는 검사들이 저런 짓을 하는가 하는 서글픈 마음마저 들었다. 문제는 검사들이 이미 괴물이 돼서 스스로 나쁜 짓을 하는 것도 모른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겪은 뒤 그는 예상치 못하게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제안으로 정치인이 됐다. 정치인으로서의 삶이 어떤지 물었더니 뜻밖의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정치는 보람이 크다. 여야 간의 정쟁은 정치의 부정적 일면이고, 나라와 미래를 위한 좋은 정치 활동도 많다. 재경위에서 2년 동안 일하면서 이 분야 고수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 더 좋은 정치를 하고 싶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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