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재판 8개 모두 ‘무효화’되는 길 열리나…‘조작기소 특검법안’ 논란 확산

허진무·이홍근·이창준 기자 2026. 5. 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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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조작기소 특검법안’을 발의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재판받는 8개 사건을 모두 ‘무효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조작기소 특검이 1심 판결 선고 전인 6개 사건을 ‘공소취소’한 뒤 남은 2건 중 1건은 특검의 ‘항소 취하’로, 다른 1건은 법률 개정을 통한 ‘면소’로 없앨 수 있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진보 법조계에서도 ‘정부·여당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최고권력자의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4일 “특검 수사의 필요성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여당의 특검법안 추진을 지지했다. 추진 시점만 속도 조절에 나섰을 뿐 이 대통령 역시 법안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법안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특검이이 대통령이 재판받는 사건들을 검찰로부터 (강제)이첩받아 ‘공소취소’로 아예 없앨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조작기소 특검은 4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종합) 특검과 검찰이 공소유지 중인 사건에 이첩을 요구(8조1항)할 수 있다. 이첩을 거부해도 15일이 지나면 조작기소 특검에게 사건이 강제 이첩(8조2항)된다. 법안은 특히 “공소유지 여부의 결정을 포함한다”(8조7항)는 우회적 표현으로 이첩 사건에 대한 특검의 공소취소권을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을 취소할 수 있는 특검 후보를 민주당 등으로부터 추천받아 직접 임명하게 된다. 특검의 배경을 놓고 정치적 논란은 더 거세질 수 밖에 없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원장을 지낸 이창민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다른 특검과 달리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조작기소 특검은 국민에게 ‘정권에 부역한다’는 오해를 살 소지가 많다”며 “이 대통령이 임기 초 인기가 높으니 거기에 편승해 이런 특검을 출범시키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가운데)과 국정조사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국회 의안과에 ‘조작기소 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 대통령이 재판받는 사건 8개가 모두 무효화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공소취소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가능하다.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이 대통령 사건 6건은 1심 재판이 중단된 상태라 특검이 공소취소할 수 있다. 특검이 공소취소를 하지 않더라도 재판 사건 이첩을 거부하는 검사를 공소유지에서 배제하고 공소유지를 담당할 변호사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8조4항)으로 ‘재판 무마’도 가능하다.

나머지 2건 중 항소심 재판 중인 위증교사 사건은 특검이 ‘항소 취하’하면 1심 무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 앞서 순직해병 특검은 지난해 7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혐의 항소심 중에 항소를 취하해 1심 무죄가 확정된 사례가 있다.

대법원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민주당이 주도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조문을개정하면 이 대통령을 처벌할 근거가 사라져 재판이 ‘면소’(유·무죄 심리 없이 재판 종결)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5월 이 대통령에 적용되는 부분을 삭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조작기소 특검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기소돼 재판 중인 대통령 관련 사건을 이첩받아 공소 유지할 수 있게 한 것은 권력분립 원칙과 자기심판금지 원칙에 반할 수 있다”며 “특검은 형사사법절차의 예외여서 매우 절제해야 하는데 이렇게 예외의 예외를 허용하면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특검 수사로 조작 기소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드러난다면 법원에서 공소권 남용으로 무죄 판결을 할 것”이라며 “특검의 재량권으로 대통령의 재판을 취소하도록 한다는 건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비판하며 ‘수사·기소의 분리’를 주장했던 민주당이 정작 조작기소 특검에는 수사·기소권, 공소취소권, 강제이첩권 등 각종 권한을 몰아준 것이 모순이란 지적도 나온다. 조작기소 특검의 수사 인력은 파견 검사 30명, 특별수사관 150명을 비롯한 357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 수사가 정말 조작됐다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공소취소하라고 지휘하면 되는데 나중에 책임져야하니까 못 하지 않느냐”며 “조작기소 특검은 이 대통령이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포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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