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강 ‘채식주의자’, 국제 부커상 ‘가장 좋아하는 작품’ 1위

임인택 기자 2026. 5. 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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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수상…한강 “당시 작가로 살아남을지 확신 못해”
2015년 부커상 국제 부문을 수상한 한강 작가(오른쪽)와 수상작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라 스미스. 부커상 누리집

영국의 부커상 국제 부문(국제 부커상)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아 전세계 대중을 상대로 진행한 투표에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가장 좋아하는 국제 부커상 수상작”으로 꼽혔다.

부커상 재단은 4일(현지시각) 누리집을 통해 한강 작가의 연작 장편 소설 ‘채식주의자’가 “1만명 가까운 투표 참가자 가운데 약 3분의 1의 지지를 받아” 지난 10년치 국제 부커상 수상작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2016년부터 국제 부커상을 받은 10개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과 그 이유를 알려달라”며 지난 2월 중순부터 지난달까지 두달여간 인기 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채식주의자’는 한강 작가의 영어권 첫 소설책으로, 데버라 스미스가 번역해 2015년 영국서 출간되고 이듬해 국제 부커상(당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육식을 거부한 채 ‘자연화’해가는 여성 영혜를 주인공으로 삼아 수상 당시 “간결하면서도 정교하고, 동시에 충격적인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투표에서 ‘채식주의자’를 꼽은 독자들은 “대학 때 처음 읽고 바로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가 됐다. 사회적 기대, 순종, 광기, 자율성. 이 책은 제가 지금 찾아 읽는 소설의 유형을 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캐서린), “여성 혐오, 가족, 가정 폭력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가장 용감하게 묘사한 작품 중 하나다. 간결하지만 타협 없는 문체, 문학 안에서 분노를 강력하게 활용하는 방식이 돋보인다. 훌륭하다”(토니), “‘채식주의자’는 성별, 소비, 인간 중심적 사고, 그리고 물론 채식주의와 관련된 이데올로기에 대해 과감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다른 뛰어난 수상작들 가운데서 좀 더 차별화된다”(카멜라)고 말했다.

한강은 2023년 부커상 쪽과의 인터뷰에서 “2003~05년 ‘채식주의자’를 썼고, 2007년 출간했다. 제게 힘든 시간이었고, 언젠가 이렇게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당시에는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지, 심지어 작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다”며 “국제 부커상이 다양한 문화권의 더 많은 독자들에게 제 작품이 알려지는 데 귀중한 도움을 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부커상 수상 당시 소아스(SOAS) 런던대 대학원생으로 “그 정도의 주목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했던 데버라 스미스도 “(수상으로) 안도감이 들었다. 상금이 정말 컸다. 그래서 울었다”며 “부커상은 한국 언론에서 엄청난 화젯거리였고, 원작의 대량 판매를 가져올 뿐 아니라, 상과 번역의 문화적 정치성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는 데이비드 그로스먼의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갔다’(2017년 수상, 네덜란드), 올가 토가르추크의 ‘방랑자들’(2018, 폴란드), 제니 에르펜벡의 ‘카이로스’(2024, 독일), 바누 무슈타크의 ‘하트 램프’(2025, 인도) 등 또 다른 국제 부커상 수상작과 함께 이번 인기 투표를 겨뤘다.

부커상 국제 부문 10주년 기념 행사로 진행됐던 수상작 인기 투표 결과를 알린 부커상 누리집. “역대 수상작들이 말하는 국제 부커상의 의미”라고 소개되어 있다. 누리집 갈무리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영국 부커상은 2005년 국제 부문을 추가 신설해 영국 외 작가를 격년마다 선정해왔다. 2016년부터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영어로 번역 출간된 소설(집) 단행본을 뽑고 작가와 번역가에게 상을 주는 형태로 전환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번역 소설상”으로 자리매김시켰다. 발맞춰, 서구권 관점에서 제3세계 번역 문학의 확산적 기류의 신호탄을 쏘았던 작품이 ‘채식주의자’이기도 하다. 번역자 데버라 스미스는 비유럽권 문학을 알리고자 갓 독립 출판사를 차린 출판인이기도 했다. 당시 영국 쪽 편집자는 “한국어와 영어는 근본적으로 다른 언어라서 (원서에 대한) 충실함이나 정확성을 추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번역가는 영어 소설로서 성공할 수 있는, 새롭지만 관련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방향을 잡았다.

‘채식주의자’는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까지 이어지며 전세계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왔다. 2007년 국내 출간(창비) 이래 일부 교육 자치 당국과 도서관 등에서 유해 도서로까지 꼽히고 부커상 수상 전까지 2만부 판매에 그쳤던 ‘채식주의자’는 한강 작가의 역대 최다 판매 작품으로 우뚝해 있다.

부커상 재단은 오는 8일 국제 부커상 10주년 기념 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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