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이 만난 인물] 박물관을 나온 한복, 전 세계의 '힙'이 되다
- 블랙핑크·마블 히어로가 선택한 '가장 한국적인 텍스타일'
- 33년 전통의 '금단제' 이일순 디자이너와 유학파 딸 장하은의 완벽한 호흡
- 단순 의류 브랜드 넘어 글로벌 K-디자인 플랫폼 '하오르'로 도약

오늘날 K-팝과 K-콘텐츠가 전 세계를 휩쓰는 가운데, 무대 위 아티스트들의 의상 또한 하나의 강력한 문화적 메시지가 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전통 한복을 현대적인 패션 문법으로 재해석하며 '한복의 일상화와 세계화'를 이끄는 패턴 디자인 브랜드 '오우르(OUWR)'와 장하은 대표가 있습니다.
■ '전통'이라는 유산에 '현대'라는 날개를 달다
장하은 대표의 성공 뒤에는 33년간 전통 한복의 외길을 걸어온 어머니 '금단제' 이일순 디자이너라는 든든한 뿌리가 있습니다. 장 대표는 유년 시절부터 어머니의 작업실에서 다양한 원단과 전통 문양을 접하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의 가업을 그대로 이어받는 쉬운 길 대신, 자신만의 색깔을 찾으려고 미국 시카고예술대학교로 떠났습니다.
시카고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하고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교환학생 시절을 보내며 그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수많은 외국 학생 사이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가장 독창적인 것은 결국 한국적인 요소"라는 확신이었습니다. 이후 시카고의 유명 인테리어 회사에서 근무하며 쌓은 컬러 믹스매치 감각과 텍스타일 활용 능력은 훗날 오우르가 패션을 넘어 리빙, 굿즈 등 전방위로 확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 코첼라의 핑크빛 물결부터 할리우드 히어로까지
오우르의 이름이 전 세계에 각인된 결정적 계기는 2023년 코첼라 페스티벌이었습니다. 블랙핑크 멤버들이 인트로 퍼포먼스에서 입은 한복 의상은 전통 무관의 복장인 '철릭'을 현대적으로 변형한 작품으로, CNN 등 외신으로부터 "한국의 유산을 오마주한 획기적인 모먼트"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장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최근 내한한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의 주역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에게 캐릭터의 상징색인 빨강과 노랑을 활용한 '답호' 한복을 선물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한복을 입고 "파워가 생기는 기분"이라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한복이 국경과 장르를 넘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패션임을 증명한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 독자적 패턴 IP,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다
오우르의 가장 큰 차별점은 자체 개발한 디자인 IP(지식재산권)에 있습니다. 장 대표는 단청, 연꽃, 구름(운문) 등 박제되어 있던 전통 문양을 현대적인 그래픽 패턴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입체 패턴의 도입: 평면적인 전통 한복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인체에 맞춘 3D 입체 패턴을 사용, 착용감과 실루엣을 현대화했습니다.
카테고리의 파괴: 레이어드용 스커트, 볼레로 스타일 저고리 등 일상복과 믹스매치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보였습니다.
B2B 협업의 확장: 제네시스, 조선호텔, LX하우시스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적 패턴이 인테리어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얼마나 세련되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 미래를 향한 포부, 글로벌 플랫폼 '하오르(HAOR)'
창업 4년 차를 맞이한 장하은 대표는 이제 단일 브랜드를 넘어선 원대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적인 제품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를 하나로 묶을 마켓플레이스 플랫폼 '하오르(HAOR, HAUS Of OUWR)'를 론칭했습니다.
하오르는 오우르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독립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의 제품을 큐레이션하여 전 세계로 유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됩니다. 2025년 뉴욕 팝업 스토어 진출을 앞둔 장 대표는 "한국 문화의 세계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 시간의 흐름을 잇는 디자인
2025년 여름, 서울 DDP의 성곽을 빛으로 물들인 한복 패션쇼에서 장하은 대표는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통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 이일순 디자이너가 지켜온 전통의 '깊이'에, 딸 장하은 대표의 현대적 '감각'이 더해진 오우르. 이들의 행보는 단순히 옷을 만드는 것을 넘어, 우리 문화의 자부심을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로 전환하는 소중한 이정표가 되고 있습니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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