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증산에도 “국제유가 영향 없을 것”…정부, 최고가격제 딜레마 빠지나
증산 참여한 이라크·쿠웨이트 수출 불가 상태
“가격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정치적 메시지”
높은 유가·정유사 피해에 최고가격제 갈림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7개 가입국이 오는 6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중동 사태로 치솟은 국제유가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석유제품 공급가 통제로 정유사 피해가 누적되는 가운데 국제유가도 진정될 기미가 없자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에너지 분석업체 리스타드에너지 애널리스트인 호르헤 레온은 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OPEC+ 증산 결정과 관련해 “서류상으로는 원유 생산량이 증가할 수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으로 실제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증산 참여 의사를 밝힌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라크,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알제리, 오만 등 7개국이다. 이들은 6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18만8000배럴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라크(2만6000배럴)와 쿠웨이트(1만6000배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사실상 원유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특히 쿠웨이트는 지난달 1990년 걸프전 이후 처음으로 원유 수출이 중단됐다”며 “원유 시장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이번 증산 결정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OPEC 탈퇴에도 산유국 협의체가 굳건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정치적인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OPEC+가 UAE 이탈에도 평소와 똑같이 원유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려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오는 8일 5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앞둔 정부의 고민은 더욱더 깊어질 전망이다. 민생 안정이라는 대의를 내걸고 3차와 4차 최고가격 기준을 동결했지만, 평시였으면 국제유가 하락 요인이 됐을 OPEC+ 증산 결정마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기준 상향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금까지 국제유가를 석유 최고가격제 기준 결정의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해왔다.
여기에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이 길어지면서 정유사 피해가 상당히 쌓였다는 점도 정부엔 부담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현재 누적된 인상 억제분은 ℓ당 휘발유 125원, 경유 628원, 등유 573원 수준이다.
정유업계에선 1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작된 3월13일부터 지금까지 3조원 가량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정유사 손실분을 보상해주겠다며 마련한 추가경정예산 규모는 예비비 4조2000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언제 종료될지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조만간 피해액이 4조2000억원은 넘기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피해 규모 산정을 놓고도 정부는 생산 원가를 기준으로, 정유업계는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정부도 석유 최고가격제가 장기화할 때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쟁이 종료되거나 안정되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종료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잠잠했던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이 4일 급등하는 등 고유가가 이어지자 민생 안정을 강조해온 정부가 최고가격 기준 상향을 주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을 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51.03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2.22원 오른 수치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30일 ℓ당 2049.34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이를 밑돌았다. 지난 2월27일 전쟁 발발 이후 내림세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연휴 기간 나들이 차량이 많아 조금이라도 휘발유를 더 팔아보겠다는 일부 업장에서 가격을 일시 내린 결과로 보인다”며 “이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당분간 휘발유 가격 상승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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