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갇힌 선박 빼내겠다”는데…선박들이 그 말 믿고 위험한 해협 통과하려 할까

정유진 기자 2026. 5. 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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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시간으로 4일 오전부터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제3국 선박들이 안전하게 빠져나오도록 지원하는 작전을 개시하겠다고 밝히자, 이란 측이 이를 ‘휴전 위반’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박들이 해협 운항을 꺼릴 가능성이 커 작전 성공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전 세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그들의 선박을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미국에 요청해왔다”면서 “이 선박들은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전혀 무관한 희생자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 중 상당수는 보급품 부족으로 건강 및 위생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며, ‘해방 프로젝트’라 명명한 이번 작전은 “미국과 중동 국가들, 특히 이란을 대신한 인도주의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현재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인 선박은 2000여 척, 선원은 최대 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9주 넘게 선박에 고립된 선원들은 식량·식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극심한 심리적 공황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박을 어떻게 통과시키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은 설명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계획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운항을 국가, 보험사, 해운 기관들이 조율하도록 하는 프로세스라고 한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 액시오스는 두 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군함이 유조선을 호위해서 해협을 통과하는 방안은 고려되지 않고 있으며, 미 군함은 이란군이 상선을 공격할 경우에 대비해 “인근 지역에 배치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군은 이번 작전 지원을 위해 유도 미사일이 탑재된 구축함, 100대 이상의 육상·해상 기반 항공기, 무인 플랫폼 및 1만5000명의 병력을 투입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표들이 이란과 매우 긍정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형태로든 이 인도적 절차가 방해받는다면, 유감스럽지만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이란군이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공격할 경우 교전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 프로젝트’ 발표는 이란이 14개 항으로 구성된 종전안을 제시한 지 약 사흘만이다. 이란이 제시한 종전안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미국은 이를 검토한 후 중재국인 파키스탄에 답변을 전달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공영 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제안은 수용 불가”라고 밝혔지만,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는 “이란과 긍정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주장해 ‘해방 프로젝트’와 종전안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란 측은 ‘휴전 위반’에 해당한다며 반발했다.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 위원장은 이날 엑스에 게시한 글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해상 질서에 대한 어떠한 미국의 개입도 휴전 위반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해협과 페르시아만은 트럼프의 망상적인 (SNS) 게시물에 의해 관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작전은 이란이 미 해군에 먼저 발포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이용해 ‘도박’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요구하고 있는 호르무즈 ‘역봉쇄’ 해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만약 이번 작전이 성공할 경우 교착 상태에 놓인 호르무즈 해협 대치 상황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아슬아슬하게나마 유지되고 있는 휴전이 깨지고 무력 충돌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이번 작전에서 가장 불확실한 것은 미 군함의 호위도 없고, 이란의 안전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과연 선원과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려 할지다. 페르시아만에 선박 4척이 갇혀 있는 한 유럽 선주는 “확정적인 휴전이 이뤄져야만 선박을 이동시킬 수 있다”고 WSJ에 말했다. 그리스에 본사를 둔 가스회사 가스로그 관계자도 “작전 내용이 너무 모호하다”며 “서방 군함의 유도를 받게 되면 이란 혁명수비대에 더욱 매력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전날에도 한 유조선이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에서 북쪽으로 약 145㎞ 떨어진 지점에서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됐다고 보고했다. UKMTO는 해협 내 군사작전이 이어짐에 따라 해상 보안 위험 등급을 ‘심각’ 상태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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