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투표 된 비례대표...민주당 내부서도 ‘한숨’
의원정수 증원에도 ‘다양성은 후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을 마무리했지만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새로운 선출 규정을 적용했지만 당 내부에서조차 비례대표 취지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은 지난해 말 당헌 제94조를 개정해 제주를 포함한 전국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발 방식을 권리당원 100% 투표로 전면 개편했다.
당 지도부의 영향력을 줄이고 당원들의 권리를 강화하자는 취지였지만 제주에서 검증 방식이 꼬이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지역위원회와 상무위원회 논의를 거쳐 순번을 정했었다.
제주도당은 4월9일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 원칙을 안내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1인 2표 연기명'과 짝수 순위에서도 성별을 구별하지 않는 '다수 득표자 배치' 방식을 통보했다.
여성 출마자에게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졌지만 정작 청년과 노동, 장애인, 1차산업 등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이에 당 안팎에서도 인기투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제주도당은 관심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비례대표 토론회도 열었다. 유권자가 4만명을 넘었지만 도당 공식 유튜브 조횟수는 1000건도 넘기지 못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의 경우 광역의원 비례대표를 청년부문과 장애인 및 사회복지부문, 여성 일반, 남성 일반으로 구분해 경선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도 1번은 청년, 2번은 여성 장애인에 강제 할당했다. 나머지 순번은 공직선거법 제47조에 따라 여성은 홀수, 남성은 짝수에 배치하도록 했다.
서울시당도 광역의원 비례대표를 일반과 제한경쟁으로 구분해 순번을 부여했다. 제한경쟁은 여성과 청년, 노동, 전략경쟁(여성·노인·장애인 사무당직자)으로 배분했다.
광주시당은 사회적 약자와 정치 신인의 의회 진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광역의원 비례대표 공모를 장애인과 청년으로 제한했다. 기초의원 비례도 여성과 청년의 길을 열어줬다.
제주도당도 과거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장애인이자 여성인권 운동에 앞장선 김경미 후보를 공천했다. 장애인인권포럼을 이끈 고현수 후보도 당선권에 배치했다.
두 인사가 의회에 입성하면서 본회의장 내 의장 단상의 높이가 낮아지고 휠체어를 위한 경사로가 설치되는 등 도민의 눈 높이에 맞는 작지만 큰 변화들이 일어났다.
더욱이 김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삼양동·봉개동 선거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제4회 지방선거(2006년)에서 한국노총 몫 비례에 배지를 단 좌남수 의원의 경우 의장까지 지냈다.
이에 이번 공천 룰을 두고 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비례 의석수가 13명으로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구성원의 다양성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까지 등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례대표 순위 투표 규정이 공개되면서 당 안에서도 인기투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실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게 됐다"고 토로했다.
20년 넘게 당직 생활을 한 또 다른 관계자는 "비례대표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선발 방식이었다"며 "무엇보다 비례 의원정수 증원의 취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