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S 0.685 유강남이 4번 지명타자라니… 아직 잠든 제2의 이대호, 이대로 1군서 사라지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태형 롯데 감독은 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를 앞두고 다소 파격적인 상위 타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최근 좋은 활약을 하고 있던 장두성이 리드오프로, 팀의 중심 타자인 빅터 레이예스가 3번으로 배치된 것은 이해할 만했다. 하지만 박승욱이 2번으로, 노진혁이 4번으로 배치된 것은 쉽게 예상하지 못한 배치도였다.
김태형 감독의 설명은 간단했다. 주축 중심 타자들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일단 요새 들어 가장 잘 맞고 있는 타자들을 앞으로 붙여 효율성을 꾀한 것이다. 어떤 특별한 미션이나 상대 전적 때문이 아닌 고육지책에 가까웠던 것이다. 프로 데뷔 후 4번 타순을 제외한 모든 타순에서 선발로 출전한 경험이 있었던 노진혁은 이날 경기로 ‘전 타순 선발 출전’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2일 경기에는 유강남이 선발 4번 지명 타자로 출전했다. 물론 유강남의 최근 타격감이 그나마 나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4번의 옷을 입은 기억이 별로 없는 타자였다. 주로 하위타선에서 장타 한 방으로 팀 공격에 방점을 찍어주는 선수이지, 4번은 잘 생각해보지 않았을 법한 타자였다.
실제 유강남의 시즌 성적도 당시 타율 0.258, OPS(출루율+장타율) 0.685로 그렇게 좋은 게 아니었다. 이 또한 고육지책이었다. 유강남은 들어가서 뛴 것 외에는 죄가 없지만, 다른 선수들의 극명한 부진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다.

올 시즌 롯데에서 가장 많이 4번 타자로 출전한 선수는 팀에서 큰 기대를 모으는 한동희(27)다. 3일까지 전체 30경기 중 절반 수준인 16경기에서 4번 타자로 나갔다. 경남고 시절부터 거포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고, 롯데에 입단해 ‘제2의 이대호’ 소리를 줄기차게 들으며 컸던 기대주다. 나름 1군 실적도 있었고, 특히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퓨처스리그를 평정하고 올해 복귀했다. 기대가 어마어마했다. 일각에서는 “FA급 영입”이라는 평가까지 있었다.
하지만 올해 기대치를 전혀 채우지 못하면서 롯데의 4번 타자 자리가 무주공산이 됐다. 한동희는 시즌 23경기에서 타율 0.233, 4타점, OPS 0.552라는 최악의 성적에 머물고 있다. 이미 100타석에 가까운 타석(95타석)을 소화했음에도 자기 기량이 나오지 않자 기대는 우려와 실망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근래 들어서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제법 생겼다. 안 맞는 선수를 계속 내보낼 정도로 팀 사정이 여유 있는 게 아니었다.
한동희는 올해 홈런이 하나도 없다. 홈런은커녕 공을 제대로 띄우는 것도 쉽지 않은 양상이다. 올 시즌 ‘트랙맨’이 집계한 타구 기준 평균 발사각이 2도가 채 안 된다. 그만큼 땅볼이 많았다는 것인데, 실제 올해 땅볼 비율이 전체 타구의 58%나 된다. 땅볼이 뜬공보다 두 배는 많다. 여기에 삼진 비율도 22.1%로 높은 편이다. 아예 기대 타율 자체가 없는 삼진이 많고, 기대 타율이 떨어지는 땅볼도 많다. 득점 생산력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3일 인천 SSG전에는 선발 7번 지명타자로 출전했으나 3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물러났다. 팀의 역전승, 그리고 스윕승과 4연승으로 모두가 웃었으나 유독 한동희만 웃지 못했다. 2회 첫 타석, 5회 두 번째 타석 모두 하이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7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한복판 패스트볼에 역시 헛스윙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타이밍이 늦고 빠르고를 떠나 타석에서 생각 자체가 너무 많은 모습이었다. 투수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지 못하고, 상대 배터리의 수에 따라다니기 바쁜 모습이 역력했다.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팀 레전드인 정훈 해설위원도 이날 중계 중 이 문제에 대해 “그만큼 최근 타석에서 결과가 안 나오다 보니 조금 더 정확하게 치기 위해 그런 것 같다. 그런 모습을 SSG가 놓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역을 한동희와 같이 하며 한동희의 장점을 잘 알고 있는 선배이기에 더 그렇다.
롯데는 5일 지원군이 당도한다. 스프링캠프 당시 대만에서 불법도박장 출입이 적발돼 3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네 선수의 징계가 풀린다. 이중 당초 팀의 주전 선수였던 고승민 나승엽의 복귀는 확실하고, 김세민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중 나승엽은 1·3루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동희와 포지션이 겹친다. 한동희가 2군에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제2의 이대호가 언제쯤 깨어날지, 확인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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