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객 노려 ‘술값 폭탄’ 청구한 주점 호객꾼 등 2명 징역형

김성현 2026. 5. 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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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주점 지배인·삐끼에 징역형
피해자 5명에 총 2200여만 원 편취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부산 유흥가에서 소위 ‘삐끼(호객꾼)’로 활동하며 만취한 손님들을 유인해 마시지도 않은 술값을 과다 청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천만 원을 가로챈 일당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인사불성이 된 손님의 스마트폰의 모바일 뱅킹 비밀번호를 알아내거나 지문 등 신체 정보를 이용해 자신들의 계좌로 돈을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법 형사 5단독 김현석 판사는 컴퓨터등사용사기, 준사기 혐의로 기소된 주점 지배인 3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호객꾼 30대 남성 B 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1월 부산진구의 한 주점에서 일하던 이들은 술에 취한 손님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사기 범행을 저지르기로 공모했다. 주점 지배인 A 씨는 종업원과 호객꾼들로부터 범행 내용을 보고받고 수익금을 분배하는 총책 역할을 맡았다. B 씨 등 호객꾼들은 길거리에서 손님을 유인해 만취하게 만든 뒤 범행을 실행했다. 범행에는 A, B 씨 등을 포함해 주점 업주 1명, 호객꾼 4명, 종업원 2명, 유흥 접객원 1명 등 총 10명이 가담했다.

이들의 수법은 치밀했다. 호객꾼이 유인한 손님이 주점에 들어서면 유흥접객원이 양주 원액을 여러 잔 단시간에 마시도록 권해 의식을 잃게 했다. 이후 사전에 공모한 다른 주점으로 데려가 마시지도 않은 양주 2~3병 대금을 청구했다.

A 씨 등은 만취한 손님들의 스마트폰을 범죄 이용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손님에게 모바일 뱅킹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손님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은행 앱에 직접 접속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만취한 손님의 손가락을 잡아 지문을 강제로 인식시키는 방법으로 계좌에 접근한 후 자신들의 실명 계좌로 돈을 빼돌렸다.

특히 이들은 피해자의 돈을 한 계좌로 몰아 이체하지 않고 여러 계좌로 쪼개 보냈다. 실제로 A 씨 등은 피해가 가장 컸던 한 피해자의 경우 피해자의 은행 앱 2곳에서 6개의 실명 계좌로 100만~300만 원 단위로 9차례에 걸쳐 분산 이체했다. 또 다른 손님의 신용카드를 빼앗아 주점 단말기에서 직접 결제하기도 했다.

이들이 이러한 수법으로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피해자 5명으로부터 가로챈 돈은 2223만 원에 이른다. 한 피해자는 한 번 주점에 발을 들인 뒤 약 18시간 동안 주점에서 노래주점으로, 다시 인근 모텔로 끌려다니며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 사이 약 1695만 원이 계좌에서 빠져나갔다. 이들은 새벽부터 아침까지 수차례에 걸쳐 돈을 빼돌린 뒤 피해자를 모텔에서 재웠다가 오후에 다시 주점으로 데려와 남은 잔고까지 털어가는 등 집요하게 범행을 이어갔다.

김 판사는 “만취한 주점 손님들을 대상으로 술값 등 명목으로 돈을 이체하거나 신용카드를 결제해 편취한 범행은 피해자의 수, 피해액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나쁘다”며 “일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