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달러 상금 실리와 AFC 구애 명분…북한 내고향 방한 배경은

안홍석 2026. 5. 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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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CL 조별리그 경기에서 승리한 뒤 손 흔드는 내고향 선수들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지난 3월 아시아 최강 여자축구 클럽을 가리는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에서 '남북 대결'이 성사됐을 때만 해도 이 경기가 실제로 치러질 거로 전망한 이는 국내 축구계에 많지 않았다.

경기가 수원에서 열리는 터라 북한 준결승 진출 팀인 내고향여자축구단이 방한할 수 있을지부터가 매우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접어든 2019년부터 북한 축구계는 매우 폐쇄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간 북한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AFC 주관 대회의 홈 경기 개최를 거부했다. 또 한국, 일본 등 특정 국가로의 원정 경기에 불참하는 경우도 잦았다.

북한은 2019년 10월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한국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를 치른 뒤로는 A매치 홈 경기를 연 적이 없다.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선 평양 경기 뒤 한국 원정 경기가 다가오자 코로나19를 핑계로 대회에서 기권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는 홈 경기를 모두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치렀다.

내고향 경기 응원하는 북한 팬들 [EPA=연합뉴스]

국제대회 불참, 제3국 경기 개최의 사유로 북한 축구계가 직간접적으로 든 사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불가피한 상황' 등이다.

그러나 한국, 일본 등 특정 국가와의 경기 거부가 반복된 점, 경기가 임박해 갑작스럽게 통보한 점 등으로 볼 때 정치적 판단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내고향 역시 AWCL 무대에서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움직임을 보였다.

내고향은 2024-2025시즌 AWCL에도 출전할 수 있었으나 불참했다.

올 시즌 대회에서는 호찌민(베트남)과의 8강전을 평양에서 치를 수 있었지만, 중립지역인 비엔티안에서 가졌다.

그랬던 내고향이 수원에서 열리는 AWCL 마지막 4강 토너먼트에 출전하게 된 배경에는 '거액의 상금'이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AWCL은 AFC가 아시아 여자 클럽축구 수준 향상을 기치로 내걸고 2024-2025시즌부터 출범한 역사가 짧은 대회지만,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4억7천만원)나 된다. 준우승 상금도 50만 달러의 거액이다.

내고향 응원하는 북한 축구 팬들 [EPA=연합뉴스]

2024년 FIFA U-17 월드컵, U-20 월드컵 우승 멤버가 다수 포함된 내고향은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다.

대진표 반대편에서 결승에 오를 가능성이 큰 도쿄 베르디(일본)에는 조별리그에서 0-4로 이번 대회 유일한 패배를 당했지만, 결승에선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내고향은 준결승 상대 수원FC에는 조별리그에서 만나 3-0으로 완승한 바 있다.

1승만 올려도 받을 수 있는 거액의 상금과 불참 시 AFC에 내야 하는 벌금을 놓고 북한 축구계는 계산기를 두드려봤을 터다.

우승한다면 '남조선 땅에서 아시아 최강에 올랐다'는 상징성을 더할 수 있는 점도 내고향의 방한 결정 과정에서 분명히 고려됐을 거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AFC의 적극적인 '구애'는 북한 축구계에 내고향 방한의 '명분'까지 채워줬다.

김일국 북한축구협회 회장 만난 살만 AFC 회장 [AFC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 달 말 캐나다 밴쿠버에서 FIFA 총회와 AFC 총회가 열렸다.

살만 빈 이브라힘 알칼리파 AFC 회장은 밴쿠버에서 김일국 북한축구협회 회장 겸 북한 체육상과 만나 북한 여자축구를 향해 그야말로 '상찬'을 보냈다.

살만 회장은 "최근 북한 여자축구의 성공은 여자 축구 발전의 세계적 모델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면서 "AFC는 북한 여자축구의 야망을 계속 지원할 것이며, 더 많은 회원국이 여자 축구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AFC는 두 인사의 만남과 이 자리에서 살만 회장이 한 발언을 홈페이지를 통해 상세히 전하기도 했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북한 축구계가 살만 회장과 면담을 계기로 이제 여자축구에서만큼은 국제무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도 되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FC와 내고향의 준결승은 20일 오후 7시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며 결승전은 23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이번 대회 4강 대진은 수원FC-내고향, 멜버른시티(호주)-도쿄 베르디(일본)로 진행된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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