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미·중 고래 싸움에 낀 한국···생존 열쇠는 리스크 분산·다변화
공급망 분산 속 기업 전략 변화
안보와 시장 사이 韓 선택 압박
반도체·배터리 산업 동시 리스크

#어제까지 30만 원이면 충분했던 보급형 스마트폰이 내일은 60만 원을 줘도 구하기 힘든 귀한 몸이 된다면 어떨까. 미·중 갈등이 촉발한 공급망 분절이 가속화될 때 과연 우리의 지갑과 일상은 안전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노트북, 온라인 게임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구성 요소들은 미국이 설계하고 중국이 핵심 부품 생산부터 최종 조립까지 완결하는 이른바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탄생한다. 하지만 최근 이 견고했던 연결 고리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바로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손을 놓는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현상 때문이다.
흔들리는 패권의 저울
'커플링(Coupling)'은 두 나라의 경제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함께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한쪽의 경기가 좋으면 다른 쪽도 활발해지는 식이다. 반면 '디커플링'은 이 연결 고리가 끊어지는 '탈동조화'를 의미한다. 쉽게 비유하자면 오랫동안 '2인 3각' 경기를 하던 미국과 중국이 서로 연결된 끈을 풀고 각자의 길로 뛰어가기 시작한 상황이다.
약 30년 전만 해도 미국과 중국은 환상의 콤비였다. 미국은 자본과 첨단 기술을 제공했고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했다. 덕분에 전 세계 소비자들은 저렴한 공산품을 누렸고 중국은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다. 이 관계 무너진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힘의 균형 변화다. 중국은 제조를 넘어 반도체와 인공지능, 전기차 같은 첨단 산업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기존 기술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술 수출 제한과 기업 제재 같은 대응이 이어졌다. 안보 문제도 갈등을 키운 요인이다. 반도체와 데이터, 통신 장비는 국가 안전과 연결된 자산으로 인식된다. 미국은 중국 기업의 기술이 자국 정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고 핵심 산업을 동맹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 결과 두 나라 사이 기술 협력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문제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중국 공장이 멈추자 전 세계 생산이 동시에 흔들렸다. 자동차 부품 부족으로 공장이 멈추고 물류 지연이 이어졌다. 팬데믹을 거치며 특정 국가에 생산과 자원이 집중된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 확인됐고 이는 곧 공급망 다변화의 계기가 됐다. 이후 기업들은 생산 거점을 자국으로 옮기거나 동남아 등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기 시작했다.
우선 중국이 급성장하며 미국이 독점하던 첨단 기술 분야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자국의 리더십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견제에 나섰다. 국가 안보와 기술의 무기화 반도체나 인공지능(AI)은 단순한 상품을 넘어 군사력과 직결된다. 미국은 자국의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입되어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출 장벽을 높였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거대한 시장과 원자재가 필요하고 중국 역시 미국의 자본과 소비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완전한 결별 대신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제거)'이라는 용어가 부상했다. 신발이나 옷 같은 일반 소비재는 예전처럼 거래하되 반도체나 인공지능 같은 핵심 기술만큼은 철저히 가로막겠다는 '선택적 차단' 전략이다. 앞으로의 세계 경제는 이처럼 아슬아슬한 긴장감 속에서 필요한 것만 주고받는 형태를 띠게 될 전망이다.
딜레마에 빠진 한국의 이중 구조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국 경제에 이 상황은 위기이자 기회다.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의 주도권을 잡을 기회가 열리는 반면, 최대 무역국인 중국 시장을 잃을 위험도 존재한다. 한국의 입지는 구조적으로 선택이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수출은 중국 비중이 큰 이중 구조다. 실제로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은 미국 시장과 기술 체계에 깊게 연결돼 있는 동시에 중국은 최대 생산기지이자 소비 시장 역할을 해왔다. 이 구조가 디커플링 국면에서 동시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쪽으로 기울 경우 다른 한쪽에서 비용이 발생하는 형태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이런 긴장이 가장 뚜렷하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장비와 기술의 중국 이전을 제한하고 있고 중국은 여전히 한국 반도체 기업의 주요 고객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 기업은 기술 협력과 시장 접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배터리 역시 미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정책과 중국의 원재료 및 소재 지배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다. 한쪽 정책에 맞추면 다른 쪽에서 조달 비용이나 시장 접근성이 흔들리는 구조가 반복된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은 리스크를 나눠 관리하면서 핵심 경쟁력을 지키는 균형이 필요하다.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구조적 불안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별로 이해관계를 구분하고 기술 수준에 따라 대응을 달리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첫째는 공급망 다변화다.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과 조달 거점을 분산하는 전략이다. 이미 기업들은 동남아시아와 인도, 북미 지역으로 생산 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생산·조달·판매를 나누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접근이다. 둘째는 기술 경쟁력 강화다. 디커플링 환경에서는 대체 가능성이 낮을수록 협상력이 높아진다. 반도체 공정 기술, 배터리 성능, 자동차 플랫폼 등에서 격차를 유지해야 양국 모두 한국을 필요로 하는 구조가 유지된다. 기술이 확보되면 시장과 정책 변화 속에서도 협상 여지가 생긴다.
셋째는 동맹 기반 산업 재편에 대한 대응이다. 미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동맹 국가들과 공급망을 재구성하고 있다. 한국은 이 구조 안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동시에 중국과의 교역도 급격히 축소하기 어려운 만큼 산업별로 역할을 구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고부가 기술 영역은 미국 중심, 범용 생산과 소비재 영역은 중국 및 신흥국과 연결하는 식의 이원화가 현실적인 대응으로 거론된다.
넷째는 내수와 서비스 산업 기반 확대다. 외부 변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수출 중심 구조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서비스, 콘텐츠, 플랫폼 산업 등 비교적 정치·안보 리스크 영향이 낮은 영역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디커플링(Decoupling)=두 나라 또는 경제권이 서로 얽혀 있던 무역·투자·기술 협력 관계를 끊거나 약화시키는 현상
☞디리스킹(De-risking)=관계를 완전히 끊지 않고 핵심 위험 요소만 골라 줄이거나 차단해 경제적 의존도를 관리하는 전략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원재료 조달부터 생산·조립·유통까지 여러 나라에 걸쳐 분산된 생산과 물류의 연결 구조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