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안 되면 권한쟁의심판”…박상용, 고발 의결 이틀 뒤 작심 발언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을 수사·기소해온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38기)가 여권의 '공소취소 특검법' 추진에 대해 단계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우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검찰총장 직무대행이나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강력히 촉구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4월30일 활동을 종료하며 박 검사 등 31명에 대한 고발을 의결한 지 이틀 뒤인 5월2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나온 발언이다.
박 검사는 먼저 이번 고발 자체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청문회 선서 거부가 고발 사유 중 하나로 적시된 데 대해서도 "처음부터 무조건 고발하기로 정해져 있었다"며 "결국엔 다른 사안들과 묶여 종합 특검법, 즉 공소취소를 위한 발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국정조사를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 국조"라고 규정했다.
박 검사의 비판은 고발 단계보다 향후 추진될 특검의 설계 방식을 정조준했다. 그는 "피고인(이 대통려)이 자신의 검사를 임명하게 된다.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직격했다. 수사 절차의 하자와 본안 사건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원칙도 재차 강조했다. 박 검사는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검사가 책임을 지면 된다. 처벌도 받고 수사도 받겠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대북송금이나 법인카드, 대장동 같은 사건 자체가 없어져 버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무죄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건이 통째로 사라져버리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다.
박 검사 "위증 사건 기피 신청했던 후배들도 징계될 분위기"
박 검사가 제시한 대응은 단계적이다. 우선은 국민 여론에 호소해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는 단계다. 그다음은 대통령 거부권이다. 박 검사는 "본인이 피고인인데 본인이 본인의 검사를 임명하는 부분, 적어도 공판에 손을 대는 부분에 대해서는 거부권이 행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거부권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총장 직무대행이나 법무부 장관을 향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촉구로 넘어간다는 계획이다.
그가 권한쟁의심판 카드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 법안이 검찰 제도 자체에 가하는 충격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박 검사는 "우리 국민 모두는 결국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검찰 시스템 안의 검사로부터 수사와 공판을 받는다. 그런데 어떤 특정 사건이 되면 갑자기 그 검사가 총장의 지휘에서 벗어나 특검의 지휘를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변경에 한계가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관련 사건이기만 하면 거기 들어가 있는 검사에 대해 총장의 지휘가 배제되고 특검이 지휘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박 검사는 이런 구조를 "공적 검사(public prosecutor)가 아닌 사적 검사(private prosecutor)를 만든 다음 투입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검찰총장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조차 구체적 사건에서는 서면으로만 지휘하도록 했고, 개별 검사에 대한 지휘나 포괄적 지휘도 할 수 없도록 돼 있었다"며 "그런데 검사 자체를 바꿔버리면 검찰총장이라는 제도가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자기에게 불리한 사건이 일어나면 어떤 범죄든 없앨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무부의 추가 징계 절차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박 검사는 "징계가 잘 안 되니 또 이상한 위원회를 만들어 진행하려 한다. 위증 사건 기피 신청을 했던 후배 검사들까지 징계 대상에 포함될 분위기"라고 전했다. 본인의 징계 문제에 대해서는 "있으면 있는 대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사직 여부를 묻는 질문에 박 검사는 "사직서를 받아주지 않으니 나갈 방법이 없다"며 "이 문제에 있어서는 최대한 안에서 다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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