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몰리는 멕시코만···“미 원유 수출 사상 최고, 중동 완전 대체는 불가”

최민지 기자 2026. 5. 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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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파크의 주유소에 갤런당 6달러가 넘는 기름값이 표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4월 원유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원유 물동량 20%를 차지하는 물길이 막히면서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일시 재편된 결과다.

CNBC방송은 해운 데이터 업체 케플러를 인용해 미국의 지난달 원유 수출량이 하루 520만배럴로 전쟁 발발 전인 2월(390만배럴)보다 30% 이상 증가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텍사스주 남부 멕시코만에 있는 코퍼스 크리스티항이다. 지난달 미국이 수출한 원유 가운데 절반가량이 이곳을 통해 전 세계로 실려 나갔다.

켄트 브리튼 케플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은 코퍼스 크리스티항 역사상 가장 바쁜 달이었으며 올해 1분기 역시 사상 최대 물동량을 기록했다”며 “항구를 오가는 유조선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케플러에 따르면, 3월 코퍼스 크리스티 항을 드나든 선박은 240척 이상으로 전쟁 전 평균 200척보다 크게 늘었다. 하루 평균 미국 항구로 향하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은 50~60척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미국산 원유를 찾는 주요 수요처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다. 이들은 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출 관문인 라스타누라(사우디아라비아), 바스라(이라크) 항구가 사실상 막히자 미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케플러 원자재 연구 책임자인 매트 스미스는 이들 국가가 “현재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사들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원유가 중동 원유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원유 시장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데다 한국 등 주요 수입국의 정유 설비가 중질·고유황의 중동 원유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항만의 제한된 수출 역량 역시 한계로 꼽힌다. 코퍼스 크리스티항의 일일 최대 수출량은 260만배럴 수준이다. 결국 전쟁 종식만이 현재 세계적인 수급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스미스는 “이 공백은 메울 수 없다. 중동으로부터 안정적 원유 공급만이 해답”이라고 말했다.

사상 최대 판매고를 올린 미국 원유와 달리 이란산 원유는 미국의 해상 봉쇄로 발이 묶인 상태다. 스콧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같은 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의 원유 저장 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곧 유정을 폐쇄해야 할 상황이며 다음 주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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