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가톨릭 신자’ 루비오, 교황 만나 트럼프 화해 메시지 전한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6. 5. 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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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비난에 비판 거세자
사태 수습하러 바티칸행
이탈리아 고위급도 면담
교황 레오14세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EPA·로이터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번 주 이탈리아와 바티칸을 방문해 레오 14세 교황과 전격 회동할 예정이라고 바티칸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이번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카고 출신의 레오 14세 교황을 향해 전례 없는 신랄한 비난을 퍼부은 직후 이루어지는 양측 간의 첫 최고위급 만남이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외교 관계자들은 루비오 장관의 이번 순방을 이란 전쟁 문제로 촉발된 미국과 바티칸, 그리고 이탈리아 간의 극심한 관계 악화를 수습하기 위한 다급한 ‘화해 시도’로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인 가톨릭 신자로 꼽히는 루비오 장관은 6일 교황과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와 교황의 정면충돌: “범죄에 약하다” vs “손에 피가 가득하다”
최근 미국 행정부와 바티칸의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레오 14세 교황을 겨냥해 “범죄에 약하다”, “외교 정책에 있어서 끔찍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나아가 미국인 최초로 교황좌에 오른 레오 14세가 오로지 자신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선출되었다고 폄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는 교황 후보 명단에도 없던 인물이며, 단지 미국인이기 때문에 나를 상대하기 가장 좋은 카드라고 생각한 교회를 통해 그 자리에 앉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내가 백악관에 없었다면 레오 교황도 바티칸에 없었을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레오 14세 교황은 행정부의 이란 전쟁 강행에 대해 전례 없이 강경하고 직설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맞서고 있다. 교황은 종려주일 미사에서 이사야 1장 15절을 인용해 “너희가 아무리 기도를 많이 할지라도 나는 듣지 않겠다. 너희의 손에는 피가 가득하기 때문”이라며, 신의 이름을 빌려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규탄했다.

또한 대통령의 비난 직후 기자들에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고 응수했으며, 아프리카 순방 중에는 전쟁에 자금을 대는 이들을 “폭군들”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비록 나중에 특정 개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며 수위를 다소 조절했지만, 양측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이탈리아와의 동맹 균열 및 미군 철수 위협
갈등의 파장은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서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이번 순방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간의 파탄 난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이탈리아 고위 관리들과도 만날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멜로니 총리는 한때 유럽 지도자들 중 트럼프와 가장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으나, 최근 이란 전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트럼프의 교황 공격을 꾸짖으면서 비판자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탈리아 언론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녀가 용기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완전히 틀렸다”며 멜로니 총리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이란 전쟁과 관련된 작전에 미군의 자국 기지 사용을 거부하자 두 국가에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며 노골적인 위협을 가했다.

가톨릭계의 반발과 중간선거의 정치적 득실
교황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미국 가톨릭 교회 내 교황의 우군들도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워싱턴의 로버트 맥엘로이 대주교는 최근 빌라노바 대학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직무에 대한 이해를 구체화하며 진정한 예언자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현재 전 세계에 레오 교황 외에는 예언자적인 도덕적 목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극찬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달 미 국방부에서는 당시 주미 교황청 대사였던 크리스토프 피에르 추기경이 이례적으로 소환되어 정책 문제와 관련해 매우 팽팽하고 긴장감 넘치는 회동을 가졌다는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오랜 바티칸 관찰자이자 관련 저서를 집필한 마르코 폴리티는 루비오 장관의 이번 바티칸행이 행정부의 정치적 위기감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교황을 직접적으로 모욕한 것이 올가을 중대한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선거 전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행정부의 인식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리티는 “보수적인 가톨릭 유권자들은 행정부가 교황을 향해 이토록 무례하고 거칠게 공격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며 “레오 교황이 이미 무기의 위협이나 잔혹한 사용에 기반한 정책에 대항하는 국제적인 상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두 지도자 간의 대결 국면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루비오 장관과 레오 14세 교황의 만남은 지난해 시카고 출신인 레오 교황이 선출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해 교황의 취임 미사 다음 날, 가톨릭 개종자인 JD 밴스 부통령과 함께 바티칸에서 교황을 비공개로 알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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