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무기 성장사⑤] KF-21 띄운 KAI…한국형 전투기 시대 열었다
인공지능·무인기 연동 추진…차세대 전장 체계 준비
![KF-21(앞), FA-50. [사진= KAI]](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4/552795-r1dG8V7/20260504151512826ssoa.jpg)
【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항공우주 기술의 결정체로 불리는 전투기 개발은 국가 기술력의 정점을 상징한다. 첨단 전자장비와 소프트웨어, 신소재 공학이 집약된 분야로 그동안 소수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높은 기술 장벽을 뚫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KF-21 '보라매'가 양산 단계에 진입했다. 우리나라도 초음속 전투기 독자 개발국 반열에 올라선 셈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최근 KF-21 양산 1호기 출고와 첫 비행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1999년 국내 항공 3사(삼성·대우·현대) 통합 이후 단순 조립과 면허생산에 머물렀던 한국 항공산업을 독자 플랫폼 개발 단계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KT-1에서 FA-50까지…단계적 기술 축적
KAI 전투기 개발의 출발점은 KT-1 기본훈련기다. 한국이 처음 독자 개발한 군용 항공기인 KT-1은 조종사 양성을 위한 기초 훈련 플랫폼이다. 인도네시아·페루·튀르키예 등에 수출되며 국산 항공기 수출 시대를 열었다. 이후 KAI는 미국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를 통해 초음속 항공기 개발 능력을 확보했다. T-50은 세계 최초 초음속 고등훈련기로 평가받으며 한국 항공산업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T-50 플랫폼은 이후 전술입문훈련기(TA-50)와 경공격기 겸 경전투기인 FA-50으로 확장됐다. FA-50은 공대공·공대지 임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플랫폼이다. 디지털 항전장비와 데이터링크 체계를 적용해 현대전 대응 능력을 갖췄다.
![KAI의 기동헬기 수리온(KUH-1). [사진=KAI]](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4/552795-r1dG8V7/20260504151514101jesp.jpg)
성과는 헬기 분야에서도 이어졌다. KAI는 육군 기동헬기 수리온(KUH-1)을 개발하며 독자 헬기 플랫폼을 확보했다. 이후 의무후송형·상륙기동형·경찰형 등 다양한 파생형으로 확대됐다. 이어 소형무장헬기(LAH) 개발을 통해 공격헬기 시장에도 진입했다. LAH는 정찰과 경공격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향후 유무인 복합체계(MUM-T)와의 연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술 자립 넘어 국내 협력사와 생태계 형성
KAI 기술력이 가장 집약된 사업은 KF-21 개발이다. KF-21 개발은 한국 항공산업 역사에서 상징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힌다.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 '국산 전투기 개발' 선언 이후 사업 타당성 논란과 예산 문제, 기술 이전 거부 등 수많은 위기를 거쳤다. 하지만 결국 양산 단계에 진입하며 한국형 전투기 시대를 열었다.
상지대학교 최기일 군사학과 교수는 "한국도 이제 4.5세대 수준의 최첨단 전투기를 독자 개발한 만큼 선진 항공·방산 국가 반열에 올라설 전기를 마련했다"며 "KF-21 개발은 K-방산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된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개발 초기에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군 안팎에서 검증된 외산 전투기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사업 타당성 조사에서도 부정적 평가가 여러 차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유지보수와 기술 종속 문제를 고려하면 독자 플랫폼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사업 추진의 동력이 됐다.
특히 2015년 미국 정부가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핵심 항전 장비 기술 이전을 거부하면서 사업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KAI와 국내 방산업체들은 독자 기술 개발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 항공산업 기술 자립의 계기가 됐다.
KAI 관계자는 "AESA 레이더와 통합 전자전 체계 등 핵심 항전 장비와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의 기술 자립을 통해 해외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성능 개량과 무장 통합 역량을 확보했다"면서 "700여 개 국내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공급망을 기반으로 방위산업 생태계를 자립화하고, 수출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KAI는 KF-21 체계종합과 기체 개발을 맡아 사업 전반을 주도했다. 설계 단계부터 스텔스 형상과 첨단 항전 구조를 적용했으며, 통합 모듈형 항공전자(IMA) 개념을 도입해 향후 소프트웨어 중심의 성능 개량이 가능하도록 했다. KF-21은 센서와 무장, 네트워크를 통합 운용할 수 있는 미래형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KAI 관계자는 "KF-21은 4.5세대 전투기로 출발했지만, 향후 5세대는 물론 유·무인 복합체계가 적용되는 6세대 전투체계까지 확장 가능하도록 설계 단계부터 확장성을 고려한 플랫폼"이라며 "대규모 전력 공급 능력과 내부 공간을 확보해 향후 전자전기 등 다양한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KF-21에 탑재되는 F414 엔진 시운전 테스트.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4/552795-r1dG8V7/20260504151515380xxzl.jpg)
KF-21 사업은 단순 전투기 개발을 넘어 국내 방산 생태계 전체를 성장시키는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한화시스템의 AESA 레이더, LIG D&A의 통합전자전장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 계통 기술 등 국내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방위산업학회 채우석 이사장은 "항공기를 자체 설계하고 제조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상당한 선진국 수준에 진입했다는 의미"라며 "KF-21 개발은 한국이 실질적인 전투기 독자 개발 국가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남은 과제는 엔진 자립…6세대 전장 향한 도전
현재 KF-21은 시험비행과 무장 분리 시험 등을 진행 중이다. 공대공 미사일 탑재 시험과 공중급유 시험도 수행하고 있다. 향후 국산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체계와의 연동도 추진 중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엔진 국산화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KF-21에 탑재된 엔진은 미국 GE F414 계열이다. 때문에 수출과 성능 개량 과정에서 해외 의존이 완전히 해소된 상태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채 이사장은 "전투기 독자 개발 국가로 평가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엔진 기술"이라며 "전자장비나 무장 체계는 별도로 개발·통합할 수 있지만 엔진은 전투기 기술력의 핵심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엔진 기술까지 확보되면 사실상 완전한 독자 개발 수준에 가까워질 수 있다"며 "모든 부품을 반드시 100% 국산화할 필요는 없지만 핵심 기술 자립 여부는 전투기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KAI는 KF-21 이후 미래 전장까지 대비하고 있다. AI 파일럿과 무인기가 결합된 유무인 복합체계 기반의 차세대 공중전 체계(NACS) 구축도 추진 중이다. 관계자는 "향후 KF-21이 지휘기 역할을 맡아 소형 무인기와 다목적 무인기를 실시간 통제하는 네트워크 중심전 개념을 지향하고 있다"며 "고위험 지역에는 저비용·고효율의 무인기를 우선 투입해 조종사 생존성을 높이는 방식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기술을 접목한 미래 전장 대응 능력은 곧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출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채 이사장은 "KAI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연구개발부터 설계·생산·운용·후속지원까지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한국군이라는 안정적인 운용 기반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발과 생산, 유지보수 체계가 지속적으로 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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