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고 화가” 김홍도…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새 단장

배문규 기자 2026. 5. 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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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에 전시되는 ‘단원풍속도첩’ 중 ‘씨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지금 안다리가 들리냐 안 들리냐, 클라이맥스예요. 관중도 안타까워하는 사람이랑 난리 치는 사람으로 나뉘어 어느 편인지 알게 하죠. 씨름이 재밌으니까 갓 쓴 양반도 와서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보고 있습니다. 엿장수는 씨름이 한창이라 엿이 안 팔려 하늘만 쳐다보고 있고요. 장면 전체가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1745~1806 이후)의 ‘단원풍속도첩’ 중 ‘씨름’을 두고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풀어낸 설명이다. 김홍도는 풍속화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산수화와 화조화는 물론 인물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서화실 전체 작품을 3개월마다 바꾸는 정기 교체에 맞춰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를 4일부터 선보인다. 앞서 겸재 정선의 작품세계를 조망한 데 이어 올해 두 번째 주제 전시이다. 단원의 대표 작품을 포함해 50건 96점(보물 8건 포함)을 새롭게 선보인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서화실에서 열린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 전시 설명회에서 ‘단원풍속도첩’의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관장은 “단원 김홍도는 모든 장르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천재 화가이자 단군 이래 최고 화가”라며 특유의 입담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단원과 겸재 둘 다 작품을 700점 정도 남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단원은 작품의 다양성에서 겸재랑 비교할 수가 없어요. 인물과 풍속을 옮기는 데 있어서 조선시대 누구도 못 따라옵니다. 실력으로는 김홍도가 위인데, 정선은 진경산수화를 열면서 미술사적 중요도는 더 높다고 봐야죠.”

‘단원풍속도첩’은 김홍도가 백성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한 풍속화다. 이번 전시에선 총 25점 중 ‘씨름’ ‘무동’ 등 11점을 선보인다. 단원의 60세 때 작품인 ‘기로세련계도(일명 만월대계회도)’는 1804년 고려 궁궐터인 만월대에서 개성 원로들의 모임을 그린 작품이다. 화면 위에는 송악산의 빼어난 산수를, 아래는 잔칫상을 받은 64명의 노인과 237명이나 되는 시종과 구경꾼을 탁월하게 묘사했다. 산수화, 풍속화, 기록화의 요소가 모두 담긴 김홍도 만년의 명작이다.

김홍도가 51세 되던 해에 그린 ‘을묘년화첩’의 한 그림인 ‘총석정도’는 이제껏 출품된 적 없던 작품이다. 유 관장은 “겸재의 총석정도와 비교하면 서정성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바다에 부딪히는 파도에 놀라 백구가 날아오르고 있죠. 바다는 초록으로 칠했는데 포말이 동글지게 그려졌고, 바위 위 소나무는 바람에 흩날리는 듯합니다. 조선의 서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김홍도 주제전시와 연계해 회화1실에선 그의 스승 강세황과의 교류를 조명한다. 회화 3실에는 조선시대 궁중 채색장식화와 민화를 선보이는데 김홍도 화풍의 대작 ‘평안감사향연도’와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인 ‘문방도’를 주목할 만하다.

서예실에선 1598년 노량해전을 4개월 앞두고 쓴 이순신의 친필 간찰(편지)이 최초 공개된다. 앞서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 당시 소장처를 알 수 없어 출품하지 못했던 작품인데, 이번에 소장자와 연락이 닿아 선보이게 됐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써 내려간 글씨에서 이순신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단원 김홍도 ‘을묘년화첩’ 중 ‘총석정’.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단원 김홍도 ‘기로세련계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순신 장군이 1598년 7월 8일 물품 지원을 담당하던 한효순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간찰.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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