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판세 뒤집힐라...여야에 내려진 '말실수 경계령'
野 이진숙 등 尹정부 인사들 '막말 리스크'
보수 결집, 무당층 표심에 영향 미칠 가능성 커

6·3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에 '말실수 경계령'이 내려졌다. "60·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 "서울에서 잘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이부망천)" 등 역대 선거 때마다 지역·세대·집단 폄훼 발언으로 선거 지형이 요동친 전례가 적지 않아서다. 최근 여야 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치 신인을 앞세워 보수 텃밭 공약에 힘을 쏟고 있는 여당이 체감하는 위기감이 더 커보인다. 야당 또한 강성 인사들이 대거 전면에 나서면서 언제든 악재가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부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처받았을 아이와 아이 부모님께 송구하다"며 전날 부산 북갑 보궐선거 지원 유세 중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에게 하정우 후보를 '오빠'라 부르도록 한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정 대표는 당시 구포시장을 돌던 중 만난 어린이에게 "여기 정우 오빠, 오빠 해봐요"라고 말하고, 하 후보도 "오빠"라고 말했고,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야권은 "최소한의 도덕심마저 없는 미친 작태"라며 공세를 폈고, 정 대표와 하 후보는 사과의 뜻을 전한 바 있다.
앞서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도 '컨설팅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달 남대문시장에서 "장사가 안 된다"고 호소하는 상인에게 "관광객이 이렇게 많은데 왜 안 되느냐. 소비 패턴이 바뀐 거니까, 컨설팅을 한번 꼭 받아보세요. 진짜 좋습니다"라고 언급한 것이 온라인상에서 회자되면서 뒤늦게 논란이 됐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전날 '시민을 가르치려 든다'고 직격하자, 정 후보 측이 "민심 청취 상황을 왜곡한 것"이라며 즉각 반박하는 등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野 이진숙, 이용 등 尹정부 인사들 '막말 리스크'
국민의힘도 설화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윤 어게인' 논란을 빚는 강성 인사들이 공천을 받으며 선거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단수공천된 이진숙 후보는 대구시장 예비후보 시절 '윤 어게인' 인사인 극우 성향 고성국씨와 함께 거리 유세와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논란을 일으켰다. 달성에서 선거운동을 본격화할 경우, 강성 지지층을 겨냥해 윤석열 전 대통령 복귀 등을 내세울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이 후보 외에도 친윤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김태규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과 이용 전 의원이 각각 울산 남갑과 경기 하남갑 보궐선거에 단수공천되면서 선거 과정에서 또 다른 돌출 발언이 튀어나올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유권자 감정 건드리는 발언, 선거 분위기 급변할 수 있어"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지선은 보수 결집과 무당층 선택이 중요한 변수가 되는 만큼, 설화 리스크가 최종 승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평가한다. 여권 인사의 설화는 보수층 결집과 무당층 이탈을 동시에 촉발할 수 있고, 야권의 설화는 무당층의 투표 의지를 약화시켜 현재 판세를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앞선 선거를 살펴보면 '말 한마디'가 선거 전체 판세를 뒤흔든 전례가 적지 않다. 2020년 21대 총선의 경우 차명진 당시 미래통합당(옛 국민의힘) 후보의 세월호 유가족 비하 발언이 크게 논란이 돼 보수 정치권에 치명상을 안겼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김용민 당시 민주통합당(옛 민주당) 후보가 과거 미국 국무장관을 향해 한 성폭력적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중도·청년층 표심이 대거 이탈하면서 선거 판세가 뒤집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후보자 발언이 유권자의 감정을 건드릴 경우 선거 분위기가 단기간에 급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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