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일본까지···K방산, 높아진 허들 넘어설까
유럽 ‘보이지 않는 장벽’ 가속화 전망도 우려 요인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K방산을 둘러싼 경쟁 환경이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유럽의 '역내 강화' 기조로 이미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진 상황에서, 일본까지 무기 수출 규제 완화에 나서며 새로운 경쟁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부담에 더해 신규 경쟁 요인이 겹치면서 K방산의 성장 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일본, 방산 시장 본격 공략 '시동'···신규 경쟁 변수 부상
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무기 수출 규제를 사실상 전면 완화하며 글로벌 방산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방위 장비 이전 3원칙' 운용 지침을 개정해 살상 능력을 갖춘 무기체계까지 수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방산 산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오래 전부터 준비돼 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본은 헌법 9조의 '평화주의'에 근거해 무기 수출을 제한해왔으나, 2014년 아베 신조 정권 당시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도입하며 비살상 분야 중심으로 수출을 일부 허용했다. 국방비의 경우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으로 확대키로 했으며 방산 기업 이익률 상한도 16%로 상향한 상태다.
이와 맞물려 산업 전반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 IHI 등 주요 방산 기업들은 인력 확충과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4년 일본 방산기업 매출은 133억달러(약 19조5730억원)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는데, 이 같은 추세라면 일본 방산기업의 매출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일본은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선 모습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최근 베트남 등 동남아 순방에 나서 안보 협력을 명분으로 방위 장비 제공 구상을 밝히는 등 외교 채널을 통한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구형 장비 공여와 중고 무기의 무상·저가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 자위대 장비 이전은 개발도상국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어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린 행보로 해석된다.
다만 K방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국산 무기는 실전 운용 경험과 납기 준수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성을 확보해온 반면, 일본은 아직 수출 레퍼런스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SIPRI에 따르면 지난해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에서 한국은 4위로 36위인 일본을 크게 앞서고 있다.
한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일본은 전투기·미사일·함정 등 주요 무기체계 전반에서 미국·영국·이탈리아·호주 등과의 협력을 통해 방산 역량과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라면서도 "다만 생산과 공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가격·납기·수출 경험 측면에서는 아직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 보이지 않는 장벽 높아진다···유럽 내 조달 기조도 강화
유럽 시장 역시 허들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시사하는 등 대서양 동맹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럽 내에서는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국이 국방비 확대와 재무장에 나서는 동시에, 역내 방산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실제 유럽연합(EU)은 '유럽방위산업전략(EDIS)'을 통해 현재 약 20% 수준인 역내 무기 조달 비중을 2035년까지 6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며 유럽 중심 구조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1500억유로(약 259조원) 규모의 SAFE(Secure Action for Europe·유럽안보행동) 자금을 통해, 해당 자금이 투입되는 무기는 부품의 65% 이상을 유럽 내에서 생산하도록 조건을 걸었다.
이 같은 정책은 단순히 역외 기업을 배제하겠다는 수준을 넘어, 유럽 기업에 유리한 '보이지 않는 장벽'을 구축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자금 지원과 조달 기준이 결합되며 역내 생산이 사실상 의무화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이에 따라 외부 업체의 시장 접근은 자연스럽게 제한되는 흐름이다. 특히 유럽 내 방산 기업과의 수주전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유럽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K방산의 대응 전략도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등 현지화 전략이 사실상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단순한 현지화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공동 개발과 공급망 협력, 고부가가치 품목 확대 등으로 사업 모델을 고도화하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짚고 있다.
한 방산 시장 분석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유럽의 구조적 장벽,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신규 진입이라는 이중 변수 속에서 K방산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AI·무인화 기반 소프트웨어 중심 체계 전환, 핵심 부품·소재 자립 등 공급망 리스크 대응, 유럽 SAFE 참여 추진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주요 시장 선점을 위한 외교적 접근 강화 등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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