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하는 어머니의 시간을 그리다…인사아트서 김미혜 개인전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2026. 5. 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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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에 고인 물을 빼내는 관을 꽂고, 배액 주머니에 핏물이 차오르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화가 김미혜에게 어머니의 투병은 그렇게 새겨졌다.

이번 전시는 투병 중이던 어머니를 간병하던 경험에서 출발한 작업들이 중심을 이룬다.

이어 "완전한 추상으로 보이는 물감의 흔적들은 골똘히 바라보면 거의 다 얼굴 또는 몸이라는 것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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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고 갈라진 캔버스로 고통 표현
김미혜의 ‘달을 삼킨 소녀’(2026) <김미혜 작가 제공>
폐에 고인 물을 빼내는 관을 꽂고, 배액 주머니에 핏물이 차오르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화가 김미혜에게 어머니의 투병은 그렇게 새겨졌다. 그는 그 고통을 물감으로 옮겼다. 나이프로 캔버스를 긁고, 닳은 슬리퍼 조각과 헌 양말, 나뭇가지를 화면에 붙이고 뜯어내기를 반복했다. 두껍게 쌓이고 갈라진 표면 위로 얼굴과 몸의 형상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 작업들을 모은 개인전 ‘빛나며 이지러진 파편들의 긴 덩이’가 6일부터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인사아트에서 열린다. 2012년 ‘기형의 사랑’ 이후 10여 년만의 개인전이다.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1990년대 공장과 집회 현장을 누비며 민중미술 계열의 리얼리즘 작업을 이어왔다. 이후 개인의 경험과 감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추상 회화로 작업 세계를 넓혔다.

김미혜의 ‘몸-달이 흐르오’(2026) <김미혜 작가 제공>
이번 전시는 투병 중이던 어머니를 간병하던 경험에서 출발한 작업들이 중심을 이룬다. 어머니가 느끼는 신체적 고통과 이를 지켜보는 감각이 교차하며, 화면에는 강렬한 색채와 일그러진 형상이 나타난다. 작가가 화면에 재료를 바르고 뜯어내고 흘리기를 거듭하면서 캔버스 표면은 두꺼워지고 갈라지며, 고통을 겪은 얼굴과 몸을 떠오르게 한다.

전시작에는 ‘일렁이는 불꽃’, ‘달을 삼킨 소녀’, ‘몸-달이 흐르오’ 등 2024년부터 올해까지 제작한 신작이 걸린다. ‘일렁이는 불꽃’은 머리가 깨져 피 흘리는 듯한 두상을 그렸고, ‘몸-달이 흐르오’는 회색빛 화면 한가운데 녹슨 핏빛 형상이 흘러내리듯 표현했다. 그의 작품은 캔버스에 종이 등을 덧붙인 두꺼운 마티에르가 특징으로, 물감과 사물이 뒤엉켜 스스로 형상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김미혜의 ‘몸-사람과 새가 뒤엉켜있소 각각있소’(2025) <김미혜 작가 제공>
미술사학자 최정은은 이번 전시에 대해 “강렬도의 순간을 붙잡고 그려내고자 했던 투혼의 기록”이라 평했다. 이어 “완전한 추상으로 보이는 물감의 흔적들은 골똘히 바라보면 거의 다 얼굴 또는 몸이라는 것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오랜 침묵 끝에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은 한 화가가 가장 가까운 사람의 고통 앞에서 붓을 놓지 않은 기록이다. 전시는 11일까지.

김미혜의 ‘밤 빛 끼키이이잌’(2026) <김미혜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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