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눈’이 된 상업 위성 [최성환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우주는 더 이상 평화로운 탐구의 공간도, 먼 미래의 개척지도 아니다.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가장 치열하고 차가운 전장(戰場)’이 되었다. 지난 4월 말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한 카리 빙엔(Kari Bingen)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어드바이저의 증언은 우리에게 뼈아픈 경고를 던진다. 미국의 우주 패권이 급격히 침식당하고 있으며, 이는 곧 자유민주주의 진영 전체의 안보 위기로 직결될 것이라는 준엄한 진단이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상업 위성 기술의 무기화와 보편화’ 이다. 최근 중동에서 발생한 이란의 미군 기지 공격 사례는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도의 군사 정찰 위성을 보유하지 못한 이란이 중국의 민간 상업용 위성 정보를 활용해 정밀 타격 좌표를 확보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과거 강대국의 전유물이었던 감시정찰 능력이 이제는 ‘상업 위성’이라는 민간의 탈을 쓰고 적대 세력의 손에 쥐어지고 있다. 민간 기술이 안보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우주 위협의 민주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우주가 현대전의 ‘제1 타격 목표’이자 ‘게임 체인저’임을 증명했다. 러시아는 개전 직전 상업 위성망인 비아샛(Viasat)에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가해 우크라이나의 지휘 체계를 마비시키려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라는 상업용 위성 서비스를 통해 전장의 투명성을 유지하며 반격의 기틀을 마련했다. 상업 우주 자산이 국가 안보의 ‘아킬레스건’인 동시에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글로벌 우주 전쟁의 양상은 우리에게 명확하고도 시급한 과제를 던진다. 단순히 외산 기술을 도입하거나 해외 서비스에 의존하는 수준을 넘어, ‘자생적인 국내 상업 우주 생태계’를 반드시 육성해야 한다.
첫째, 안보의 ‘데이터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정보는 현대전의 쌀이자 혈맹의 근간이다. 이란이 중국의 정보를 빌려 쓴 것처럼, 우리도 유사시 해외 상업 위성에만 의존한다면 국제 정세와 제공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적인 순간에 안보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소형 군집 위성이 우리 머리 위를 촘촘히 감시하고, 그 데이터를 직접 통제할 때 비로소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독자적 감시망’과 ‘정보 자립’이 완성된다.
둘째, 우주 복원력(Space Resilience)은 국내 상업 우주의 속도와 유연성에서 나온다. 거대 예산과 십수 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과거의 정부 주도(Old Space) 사업만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우주 위협에 대응하기 역부족이다. 수백 개의 소형 위성을 저렴하고 신속하게 제작·발사하여 하나가 파괴되더라도 시스템 전체가 유지되는 ‘우주 복원력’은 민간의 혁신 역량 없이는 불가능하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국내 민간 기업들이 개발 주기를 단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국내 상업 우주 역량이 강화될수록, 우리 군의 안보 자산은 더욱 탄력적이고 견고해질 것이다.

셋째, 상업 우주 육성은 국가 미래 성장 동력과 안보의 전략적 결합이다.
우주 산업은 AI, 초고속 통신, 반도체, 신소재 등 첨단 기술이 총망라된 집약체다. 국내 상업 우주 시장을 키우는 것은 단순히 적의 공격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방패를 만드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곧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는 창을 가는 일이며, 수출 국가로서 ‘K-우주 방산’의 영토를 세계로 확장하는 경제 안보 전략이다.
우주는 선점하는 자의 것이며, 지키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상업 위성이 적의 눈이 되어 우리를 노려보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국내 상업 우주 산업의 육성은 더 이상 먼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닌, 당장 오늘을 위한 생존의 문제다.
정부와 기업, 군이 원팀이 되어 대한민국만의 우주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우주의 시간은 지구보다 빠르게 흐른다.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 우주 안보와 국내 우주 산업의 명운을 건 결단이 필요한 때다.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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