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축 바꾸는 두산, AI 밸류체인 전면 구축 눈길
테스나·로보틱스까지 확장···후공정·피지컬 AI 축 동시 강화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두산그룹이 중공업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기반 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소재부터 반도체 후공정, 로봇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며 그룹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AI 인프라 수요 확대에 맞춘 선제 투자와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협력이 병행되면서 성장 축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소재·후공정 투자 확대···AI 인프라 대응 기반 구축
두산은 AI 데이터센터 확대 흐름에 맞춰 핵심 소재 투자에 나서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과 두산테스나, 두산로보틱스 등 주요 계열사는 최근 AI 사업 관련 투자와 기술 협력 방안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최근 한달 사이에만도 태국 동박적층판(이하 CCL) 공장 투자와 두산테스나 장비 양수 및 평택 제2공장 공사 재개, 두산로보틱스의 엔디비아 협력 검토 등 주요 사업에서 투자와 협력이 이어지며 확장 흐름을 보인 것이다.
먼저 지주사 두산은 태국 사뭇쁘라깐주 방보 지역 아라야 산업단지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약 1800억원을 투입해 CCL 생산공장을 신설한다. 공장은 연내 착공해 2028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한다.
CCL은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기초 소재로 AI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고성능 연산 환경에서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구동을 유지하기 위한 고사양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구조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관련 소재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AI 인프라 투자 확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두산은 향후 수요 증가에 따라 단계별 증설도 검토할 계획이다. 생산 거점으로 선정된 아라야 산업단지는 물류 접근성과 인프라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지역으로 평가된다.
소재와 함께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도 투자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두산테스나는 1909억원 규모의 반도체 테스트 장비 양수를 결정한 데 이어 기존 투자 계획을 2053억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별도로 2303억원 규모의 평택 제2공장 건설도 재개했다.
반도체 테스트는 제품 출하 전 성능과 불량 여부를 검증하는 필수 공정이다. 특히 AI 반도체와 같이 고성능·고집적 제품일수록 검사 항목이 증가하고 장비 투입 규모도 커지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후공정 인프라 확보가 생산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며 관련 투자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엔비디아 협력 기반 로봇 확장···포트폴리오 재편 가속
한편 로봇 부문에서는 글로벌 기술 협력을 통한 AI 접목이 추진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달 말 엔비디아와 협력해 '피지컬 AI(Physical AI)' 기반 기술 연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AI가 가상 환경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는 단계로 확장되는 흐름과 맞물린 전략이다.
양사는 두산로보틱스가 개발 중인 '에이전틱 로봇 운영체제'와 엔비디아의 AI·로보틱스 시뮬레이션 및 학습 인프라를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지능형 로봇 플랫폼 구축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장녀인 매디슨 황 옴니버스 및 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가 지난달 말 경기도 성남시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 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피지컬 AI는 생성형 AI 이후 차세대 성장 영역으로 꼽힌다.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물리적 환경에서 AI가 직접 작동하는 형태로 발전하면서 관련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자동화와 생산성 개선 수요가 맞물리며 지능형 로봇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두산로보틱스는 2027년 지능형 로봇 솔루션을, 2028년에는 산업용 휴머노이드 제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산업 현장 중심의 로봇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두산은 소재, 반도체, 로봇으로 이어지는 AI 밸류체인을 단계적으로 구축하며 사업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중공업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AI 인프라와 첨단 기술 기반 사업으로 중심축을 이동하는 흐름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수요 확대에 따라 소재부터 후공정, 로봇까지 연결되는 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두산의 투자 역시 밸류체인 전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