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 따르지마" 폭발한 中…사상 첫 '금지령' 칼 뽑았다
이란 원유가 키운 中 티팟의 부상…갈등의 핵심
티팟이 흔든 질서…에너지·금융·패권이 얽힌 미·중 갈등
미·중 갈등 에너지로 확산, 600척 그림자 선박 겨냥

중국 민간 정유업체들이 미·중 갈등의 새로운 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중국의 에너지 수입 전력이 정면 충돌하면서다.
미국이 다롄에 본사를 둔 민간 석유화학 업체 헝리석유화학을 비롯한 이른바 티팟(독립 정유사)을 이란산 원유 수입의 핵심 통로로 지목되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원유 시장에서 격돌한 미·중
4일 블룸버그통신·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이란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다. 사실상 이란 원유 수출의 대부분을 흡수하고 있다.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하루 약 140만배럴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 원유 수입의 약 12%가 이란산이다.
이런 거래를 뒷받침하는 물류 네트워크도 급속히 확대됐다. 2020년 약 70척이던 관련 선박은 현재 약 600척으로 늘었다.
대부분 거래는 공식적인 방식이 아닌 우회 구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란산 원유는 말레이시아 등 제3국산으로 원산지를 바꿔 표기하거나 선박 간 환적을 통해 거래 흔적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중국에 유입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같은 거래의 주요 수요처를 티팟으로 보고 있다.
티팟은 국영 업체와 달리 상대적으로 규제 유연성이 높고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민간 업체다. 이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되는 이란산 원유를 적극 도입해 수익성을 확보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는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10~20달러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헝리석화는 대형 정제·화학 통합 설비를 기반으로 원유 수요가 큰 편이다. 시장에선 이란산 원유를 활용한 생산 확대 수혜 기업으로 꼽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재무부는 지난주 이란산 석유를 수십억 달러어치 구매한 혐의로 헝리석화 계열사와 관련 선박·해운회사 40여곳을 제재했다. 이어 금융사에 대해서도 이란 원유를 사용하는 중국 정유사의 거래를 지원할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즉각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100여개에 달하는 티팟은 미국 제재를 우회하는 핵심 수단이라서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일방적 제재가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면서 자국 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자국 업체들에 처음으로 미국 제재를 따르지 말라고 명령했다. 이란 원유 거래와 관련된 중국 내 정유사 5곳에 대한 미국 제재를 준수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다.
미·중 갈등 에너지로 확산
업계에선 중국 정부가 미국 제재에 대해 훨씬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2021년 외국 법률 및 조치의 부당한 역외 적용 차단 방법을 제정했다. 외국 법률·조치가 중국 주권·안보·발전이익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따져 해당 외국 법률·조치를 인정·집행·준수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령'을 내릴 수 있는 게 핵심이다.
중국은 2021년 해당 규정이 도입된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차단 조치를 발동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는 미국의 금융 제재 수단에 맞선 중국의 지금까지 대응 중 가장 공격적"이라며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충돌 구도가 거세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산 원유를 둘러싼 갈등이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 미·중 전략 경쟁의 일부라고 진단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 확보가 산업 경쟁력 유지에 핵심 요소이며, 미국 제재에 굴복할 경우 에너지 안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제재의 실효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이 빠르게 약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티팟의 역할이 확대됐고 미·중 간 갈등 구조가 더 복잡해진 셈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과거 국영 업체가 주도하던 원유 수입 구조가 민간 업체로 분산되면서 제재 집행의 난이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이란산 원유를 둘러싼 거래는 단순한 원자재 교역을 넘어 미·중 간 패권 경쟁, 금융 질서, 에너지 안보가 얽힌 복합적인 지정학 이슈로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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