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OTT 성장으로 무너지는 케이블방송, 방미통위 응답하라"
과기정통부 산하에서 방미통위로 이관, 지난달 29일 정책의견서도 전달
케이블방송 노조, 김종철 위원장 향해 "출범 6개월 지났지만, 논의 실종"
"정부의 IPTV 편향 정책 숨통 조여" "지역성·공공성 파괴로 이어져"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IPTV와 OTT 성장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케이블방송 노동자들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위원장 김종철)를 향해 “출범 6개월이 됐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노동조합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미디어발전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달라”라고 외쳤다. 지난해 10월 방미통위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부(과기정통부) 소관 유료방송 업무가 방미통위로 이관된 데 따라 케이블방송 노동자들이 방미통위에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케이블방송 3사 노동조합은 지난달 29일 방미통위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케이블방송 활성화와 지역성·공공성 회복을 위한 방미통위 역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열기 전 방미통위와 케이블방송 3사 노동조합 지부장들은 면담을 진행했고, 케이블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성 회복을 위한 정책의견서를 전달했다.

지인웅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딜라이브지부장은 “한때 대한민국 유료방송의 한 축을 이끌며 지역사회의 소통 창구 역할을 했던 케이블방송이 지금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더 참담한 것은, 이 위기가 시장의 자연스러운 변화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무능한 정책과 방관이 불러온 '인재(人災)'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의 유료방송 정책이 거대 통신자본인 IPTV 중심으로만 설계돼 케이블방송이 가진 지역성이라는 가치가 무시당해왔고, OTT가 등장해 미디어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낡은 규제를 케이블방송에만 엄격히 들이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블방송은 지역별 채널을 직접 운영해 지역성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IPTV와 차이가 있다. 그러나 IPTV의 성장으로 케이블방송이 위축되고, IPTV 중심의 인수합병이 이어지면서 케이블방송의 공적 역할이 축소됐다는 지적이 잇따르지만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지인웅 딜라이브지부장은 “케이블방송은 단순한 수익 모델이 아니다. 중앙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지역의 작은 목소리를 담고, 재난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주민의 안전을 챙기며, 지역 소상공인들의 홍보판이 되어주던 보루”라며 “산업적 위기가 심화되자 지역 채널에 대한 투자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지역의 의제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상업 광고와 자본의 논리가 채우고 있다. 케이블방송과 생존을 같이하는 중소 채널사업자(PP)들 역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결국 이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과 시청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지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LG헬로비전지부장도 “2019년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의 (케이블방송인) CJ헬로비전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그 조건은 분명했다. 지역성 강화, 공공성 유지, 시청자 권익 보호, 그리고 콘텐츠 투자와 산업 생태계 발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현장은 지역주민들이 가장 쉽게 접하던 지역채널은 수익을 이유로 밀려나 비인기 채널로 쫓겨나고 있다. 지역을 취재하고, 기록하고, 전달하던 제작 인력은 20%나 줄어들었다. 지역방송 제작 시스템은 통폐합되었고, 지역은 점점 화면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안성제 민주노총 전국언론노조 SkyHCN지부장도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이후 시장은 급격히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통신과 콘텐츠, 유통망을 동시에 장악한 거대 사업자들은 결합상품과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콘텐츠 다양성은 줄어들고 있으며, 지역채널의 기능은 축소되고 있다”라고 했다.

이들은 과기정통부로부터 업무를 이관받은 방미통위가 미디어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인웅 지부장은 “방미통위 출범 당시 김종철 위원장은 무엇을 약속했나? 후보 시절부터 그는 미디어통합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위해 관계 기관과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미디어발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약속을 믿고 일터에서 묵묵히 버텼다”며 “그러나 출범 6개월이 지난 지금, 방미통위의 행보 어디에서도 케이블방송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회의 안건에서도, 정책 로드맵에서도 통합 규제 논의는 실종됐다. '미디어발전위원회' 구성은커녕,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시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는 1만 명 케이블 노동자들에 대한 기만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신지은 지부장도 “방미통위는 2019년 (LG유플러스) 인수 승인 조건이 지금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지역채널 축소, 인력 감축, 투자 부재가 조건 위반인지 아닌지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며 “LG유플러스는 헬로비전 인수 당시 약속했던 투자와 고용, 그리고 지역성 강화 계획을 구체적인 로드맵으로 다시 제시해야 한다. 국무조정실 산하 미디어발전위원회 설치를 통해 유료방송 전반의 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미디어발전위원회에 반드시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날 <유료방송 위기, 이대로 둘 것인가>란 제목의 논평을 내고 “정부의 대응은 한없이 더디다. 1.5배속으로 속도를 올려도 모자랄 판에 여전히 방통위 시절 버퍼링 상태로 멈춰 있다. 기구의 명칭은 방미통위로 바뀌었지만 '낡은 규제를 해소하겠다'는 진부한 레토릭만 연속 재생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방미통위의 명확한 정책 방향 제시, 공개적이고 책임 있는 사회적 논의 구조 마련, 그리고 신속한 정책 결단”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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