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창]공동구매라는 ‘회색지대’…약사회는 어디까지

최재경 기자 2026. 5. 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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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약국이 약사사회에 던진 질문은 단순히 '가격'이 아니다.

약국은 어디까지 시장 경쟁을 받아들여야 하고, 약사회는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한 약사회 관계자는 "1인 약국이 단독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가격 경쟁력을 공동구매를 통해 일정 부분 보완하려는 시도"라며 "소량 구매 약국도 상대적으로 낮은 사입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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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약국이 약사사회에 던진 질문은 단순히 '가격'이 아니다.

약국은 어디까지 시장 경쟁을 받아들여야 하고, 약사회는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대자본과 대형화된 약국 규모는 점점 약사의 전문성과 약국의 공공성만으로는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지역 약사회를 중심으로 제약사와의 공동구매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저가 판매'에 정면으로 대응해 소형 약국의 구매력을 약사회라는 조직을 통해 키운다는 계산이다.

일정 수량 이상이 모이면 할인 단가를 적용받는 방식으로, 참여 약국이 많을수록 사입가를 낮출 수 있는 구조다.

표면적으로 보면 낯설지 않다. 이미 제약사 온라인몰이나 라이브 커머스에서도 흔히 쓰이는 방식이다.

문제는 '누가 이 구조를 조직하느냐'에 있다. 개별 약국이 모여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것과, 약사회라는 조직이 이를 안내하고 설계하는 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현장에서는 "자율 참여이고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실제로 공동구매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도 없다. 사입가를 낮추는 행위 역시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약사회가 일정 규모의 수요를 모아 제약사와 가격 조건을 조율하는 순간, 그 행위는 '회원 지원'이 아니라 '시장 개입'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길 수 있다.

특히 가격이라는 민감한 영역에서는 더 그렇다. 의도와 달리 '사업자 단체 행위'로 비춰질 가능성, 공정거래 이슈로 확장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지점이 바로 공동구매 모델의 '회색지대'다.

그렇다고 이 시도를 단순히 문제로만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이 움직임은 약국가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창고형 약국은 대량 구매를 통해 가격을 만들고, 개별 약국은 그 가격을 따라갈 수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결국 공동구매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대응에 가깝다. "1인 약국으로는 불가능한 가격을 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현장의 인식도 같은 맥락이다.

약사회 조직 중 지역 약사회 단위인 '분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방식은 운영이 쉽지 않고 여러 가지 잡음이 있을 수 있지만, 1차, 2차로 이어지는 이유는 단 하나다. 다수의 회원 약국이 원하기 때문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이 같은 공동구매가 지부 혹은 대한약사회 차원에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규모가 커지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불편함이 더해질 수 있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자율적 협력이고, 어디부터가 조직적 개입인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없지만, '선'을 지키면서 움직인다면 문제 될 것은 없다는 것이 약사사회의 판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고 규모가 커지는 순간, 그 판단은 언제든 다른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 공동구매는 약국의 경쟁력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또 다른 규제 논란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약사회 차원의 공동구매는 '자구책'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한 약사회 관계자는 "1인 약국이 단독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가격 경쟁력을 공동구매를 통해 일정 부분 보완하려는 시도"라며 "소량 구매 약국도 상대적으로 낮은 사입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공동구매 모델은 '가격 경쟁 대응'이라는 실용적 목적과 '사업자 단체 행위'라는 규제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저가 판매로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는 창고형 약국에 대응하는 약사회가 제약사와 어느 정도 협력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혹은 경계 없이 시작된 대응이 또 다른 규제를 불러올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