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든 사업에 토큰은 필요 없다…유행 아닌 ‘구조적 필요’의 문제

김현아 2026. 5. 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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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박성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고객 기여·정산·커뮤니티·자산 유통으로 본
토큰 생태계 적용 기준
“토큰 발행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적 필요성 판단”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토큰은 모든 사업에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유행을 따라 토큰을 붙인다고 사업모델이 혁신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업의 본질이 약한 상태에서 토큰을 먼저 발행하면, 혁신이 아니라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토큰을 발행할 것인가”가 아니라 “내 사업에 토큰이 필요한 구조적 이유가 있는가”를 먼저 판단하는 일이다.

필자는 2021년 앤드어스체인(AndusChain) 설계를 시작으로 금융, 부동산, 프랜차이즈, AI 시대의 인간 인증 구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토큰생태계를 검토·설계해 왔다. 그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사실은 분명하다. 토큰은 사업의 약점을 감추는 장식품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가치와 기여를 더 투명하게 연결하는 설계 도구일 때 의미가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토큰이 필요한 사업의 4가지 공통 조건

첫째, 기여는 있지만 보상이 없는 구조다.

플랫폼, 콘텐츠, 커뮤니티, 데이터 기반 서비스에서는 이용자가 콘텐츠를 만들고 데이터를 제공하며 생태계를 키우지만, 그 성과가 기업의 매출이나 기업가치로만 귀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에서는 기여와 보상 간 불균형이 발생한다. 토큰은 이러한 기여를 기록하고, 일정 기준에 따라 보상이나 권리로 연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은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생태계의 참여자로 전환된다.

둘째, 정산이 복잡하고 신뢰 비용이 높은 구조다.

여러 참여자가 함께 가치를 만들고 수익을 나누는 사업에서는 정산 기준, 배분 시점, 권리 확인, 계약 이행 여부 등을 둘러싼 비용이 크게 발생한다. 콘텐츠 수익 배분, 프랜차이즈형 플랫폼, 공동 투자, 실물자산 기반 수익 공유 모델 등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토큰과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하면 정산 과정을 자동화하고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물론 법률·회계·보안 검증은 필요하지만, 반복적인 정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효용이 있다.

셋째, 커뮤니티가 성장의 핵심인 구조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고객이 단순 소비자를 넘어 홍보자, 평가자, 생산자, 투자자, 운영 참여자로까지 역할이 확장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존 포인트나 멤버십만으로는 참여 동기를 충분히 설계하기 어렵다. 반면 토큰은 참여 이력을 자산화하고, 생태계 내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고객을 묶어두는 방식이 아니라, 생태계의 적극적인 참여자로 전환하는 구조다.

넷째, 자산과 권리의 분할·이전이 필요한 구조다.

부동산, 미술품, 지식재산권, 원자재, 에너지, 탄소크레딧 등은 자산 단위가 크고 권리 이전과 정산이 복잡해 소액 참여가 어렵다. 토큰화는 이를 분할 소유하고, 권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거래 투명성과 유통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영역은 증권성 판단과 자본시장 규제, 실물자산 검증 등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만큼 신중한 설계가 필수적이다.

토큰이 필요 없는 사업의 특징

그렇다면 어떤 사업에는 토큰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객의 기여가 사업 성장과 거의 무관하고, 정산 구조가 단순하며, 커뮤니티 효과가 약하고, 권리나 자산을 나누어 유통할 필요도 없다면 굳이 토큰을 도입할 이유는 크지 않다.

이런 사업에 토큰을 붙이면 오히려 규제 리스크와 운영 비용만 늘어날 수 있다. 토큰은 사업 구조의 문제를 해결할 때만 의미가 있다.

토큰생태계 설계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참여자를 모으는 방식이다. 사용처가 없고, 기여 기준이 없고, 지속 가능한 보상 구조가 없다면 토큰은 오래갈 수 없다.

또 하나의 위험은 사업모델이 검증되기 전에 토큰부터 발행하는 것이다. 이 경우 토큰은 혁신 도구가 아니라 자금 조달 수단으로 오해받기 쉽다. 특히 수익 배분권, 의결권, 지분성 권리, 투자 기대가 결합되는 순간 법적 검토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토큰 도입 전 반드시 던져야 할 4가지 질문

기업이 토큰생태계를 검토할 때는 네 가지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

첫째, 우리 사업에서 누가 실제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 둘째, 그 기여는 측정 가능한가. 셋째, 그 기여를 어떤 권리나 보상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 넷째, 그 구조가 법적·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상태에서 토큰을 발행하는 것은 위험하다. 반대로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다면 토큰은 막연한 유행이 아니라 검토 가능한 전략 수단이 된다. 필자는 이 네 가지 질문을 실제 설계 현장의 출발점으로 삼아왔으며, 업종과 무관하게 이 기준이 유효함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디지털자산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히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자산, 고객관계, 커뮤니티, 데이터, 유통망을 어떻게 새로운 가치 구조로 재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사업에 토큰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객의 기여가 쌓이고, 정산 구조가 복잡하며, 커뮤니티가 성장의 핵심이고, 자산이나 권리를 더 효율적으로 유통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토큰생태계는 반드시 검토해야 할 전략적 선택지가 된다.

앞으로 기업이 관심 가져야 할 것은 우리 사업에는 아직 보상받지 못한 기여, 연결되지 못한 권리, 비효율적인 정산, 잠겨 있는 자산 가치가 있는가다.

이 질문에 먼저 답하고 설계에 나서는 기업이 디지털 경제의 다음 사업모델을 선점하게 될 것이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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