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고환율에 역대급 주주환원까지...자본적정성은 괜찮나

김희정 2026. 5. 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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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금융 원년, 은행 버퍼 점검]
5대 은행 RWA 30조 증가…고환율에 자본 부담
주주환원 압박 속 RWA 관리…KB "선별 배분"
당국, 자본규제 완화…기업자금 공급 여력 확대
정부가 '생산적 금융' 원년을 선언한지 넉달. 가계대출 문이 닫히자 기업으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대기업 쏠림, 건전성 악화 등 난제가 산적한 모습이다. 고환율, 연체율 상승으로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1분기 성적표를 바탕으로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을 꾀하는 은행권의 기초 체력을 분석해 봤다. [편집자]

5대 시중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올해 1분기에만 30조원 늘었다. 은행권 자금이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에 따라 기업대출로 흘러가고 있지만, 정작 은행들의 자본 여력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고환율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불어나면서 RWA가 늘어난 데다,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주주환원 경쟁까지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손실 사건과 환율 변동에 따른 자본 부담을 낮춰 은행권의 기업자금 공급 여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RWA 총액은 1045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015조원보다 3.0%(30조원) 늘어난 수치다. 

5대 은행 중 신한 증가폭 최대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신한은행의 RWA는 지난해 말 230조원에서 올해 1분기 241조원으로 11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9조원(205조→214조원), 국민은행은 7조원(240조→247조원), NH농협은행은 3조원(149조→152조원)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191조원으로 변동이 없었다.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른 기업대출 확대에 고환율까지 엎친 데 덮치면서 은행권의 RWA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RWA는 보유자산의 위험도를 반영한 지표로, 규모가 커질수록 자본비율인 CET1 비율의 분모가 늘어 자본비율을 낮추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기업대출이 늘어나면 은행의 대출 규모가 커지고 차주의 신용위험에 따라 위험가중치가 붙으면서 RWA도 함께 불어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높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대출을 늘릴수록 자본비율 관리 부담도 늘어난다. 

이에 더해 원·달러 환율 상승은 외화대출과 해외자산의 원화 환산액을 키워 RWA 증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 비율은 약 0.01~0.03%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원·달러 환율은 2025년 말 1439.5원에서 올해 3월 말 1530.1원으로 90.6원 올랐다. 환율 영향만 따지면 단순 계산상 CET1 비율에 약 0.09~0.27%포인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환율 90.6원 뛰자 CET1 압박

지난해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주주환원에 나서면서 이를 뒷받침해 온 은행들은 CET1 관리에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 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의 올 1분기 CET1 비율은 전년 말보다 일제히 낮아졌다.

KB국민은행은 14.91%에서 14.88%로, 신한은행은 14.54%에서 14.37%로, 하나은행은 16.42%에서 16.24%로, NH농협은행은 15.23%에서 15.08%로 하락했다. 다만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14.1%에서 14.9%로 상승했다. 

금융지주들도 RWA 증가가 CET1 비율을 낮출 수 있는 만큼 자본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KB금융은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그룹 RWA의 은행 비중이 약 70%이고, 증권과 캐피탈 등 나머지 계열사가 각각 15%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 RWA를 무조건 줄이기보다는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은 영역에 선별적으로 배분하겠다는 방침이다.

염홍선 KB금융 리스크담당(CRO) 전무는 "머니무브, 자본시장 확대, 생산적 금융 기여도 확대 등 정책을 반영해 RWA 배분 정책을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관리도 병행하고 있다. 염 전무는 "환율 영향은 CET1 기준 0.19%포인트 정도"라며 "전체 하락 영향에서 환율 영향이 커 RWA 환율 민감도를 줄이는 작업을 이미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외파생 만기 관리, 거래상대방 신용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민감도 축소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실사건·환율 부담 덜어준다…당국도 규제완화

금융당국도 은행권 자본 부담을 덜어 생산적 금융 여력을 키우는 방안을 내놨다. 이는 앞서 추진한 비상장주식 적용 위험가중치(RW) 하향, 정책 목적 주식·펀드 RW 100% 적용 특례, 주식담보대출 RW 상향, 시장리스크에서 해외점포 출자금 제외 등에 더한 추가 조치다. 

최근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등 대규모 손실 사건으로 은행의 운영리스크 부담이 커진 데다, 고환율로 자본비율 변동성까지 확대되자 자본 규제를 일부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재발 가능성이 낮은 대규모 손실 사건은 당국 승인 아래 운영리스크 산출 때 RWA를 불리는 손실자금 반영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현재는 불완전판매나 배임, 전산장애 등 손실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 부담이 10년간 운영리스크에 반영되지만, 앞으로는 최소 3년 이상 반영되고 보상·재발 방지·법률 리스크 해소 등 요건을 충족한 사건에 한해 배제할 수 있게 됐다.▷관련기사 : 은행 ELS 사태 등 3년 후엔 자본부담 완화…생산금융 투자버퍼 확대(2026.04.16)

당초 홍콩 H지수 ELS 제재 관련 과징금은 금융위 판단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자본부담 완화 대상에 포함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2024년부터 은행권이 반영해 온 ELS 자율배상분은 올해까지 운영리스크에 반영되면 3년 이상이라는 정량 요건을 충족하게 돼 향후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관련기사 : [단독]은행권 'ELS 자율배상' 내년부터 자본부담 덜 수 있다(2026.04.28)

환율 변동에 따른 자본비율 부담도 줄인다. 금융당국은 해외점포 출자금뿐 아니라 해외 장기 지분투자와 해외점포 이익잉여금 일부도 '구조적 외환포지션'으로 인정해 시장리스크 산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은행의 내부등급법 승인 절차도 신속히 처리해 기업대출 확대에 필요한 자본 여력을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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