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매뉴얼 없이 주먹구구식 수색”…정부 공식 점검 확인

광주일보 2026. 5. 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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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실 점검단, 제주항공 참사 유해 부실수습 경위 점검 결과 발표
소방·경찰 지휘 미흡…임의로 수색구역 설정·구체적 지침도 없어
지난 3월 24일 제주항공 참사 부실 수습을 지적한 광주일보 지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직후 수습당국이 매뉴얼도 없는 상태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수색·수습을 진행한 사실<광주일보 3월 24일 6면>이 정부의 공식 점검을 통해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이하 점검단)은 지난달 3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12·29 여객기 참사 희생자 유해 부실 수습 경위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점검단은 지난 3월 23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와 전남경찰청, 전남소방본부 등의 참사 수습 과정을 점검했다.

국토부가 ‘수습 99% 완료’라고 발표했음에도, 그 이후 희생자 유해가 잇따라 발견되고 유해를 1년 이상 장기 방치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경위와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이뤄진 조치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3월 12일 국무회의에서 “초기 수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위와 이후 유해가 장기간 방치된 이유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매뉴얼 없는 주먹구구식 수색 확인= 정부 점검 결과, 참사 당시 항공기 사고 수색·구조 총괄기관인 소방청의 업무 매뉴얼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에는 유해 수색·수습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점검단은 매뉴얼이 없는 상황에서 현장 수색·수습을 총괄한 소방과 경찰의 지휘·감독이 미흡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수색에 참여한 기관들은 합리적인 기준 없이 현장에서 임의로 수색 구역을 설정해 작업을 진행했으며, 경험이 부족한 인력이 대거 투입되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교육이나 구체적인 지침이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초기 수습 당시 현장을 담당했던 기관들은 유해 수습 현황을 공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초 수색을 총괄한 전남소방본부는 1차 수색 마지막 날(지난해 1월 7일) 상황판단회의에서 “추가 유해가 없다”고 보고했으나, 경찰은 이날 현장에서 유해 6점을 추가로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경찰청은 지난해 1월 9~15일 2차 수색을 거친 뒤 수색을 마쳤는데, 2차 수색 종료 이후 유해 추가 발견을 인지했음에도 추가 수색 필요성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수색결과 공유도, 유류품 관리도 부실=사조위가 기체 잔해를 부실하게 관리한 점도 확인됐다.

사조위는 유해가 섞여 있는 잔해물을 톤백 마대자루, 그물망 등에 몰아 넣고 14개월여 동안 무안공항 아스팔트 도로 위에 방수포와 차양막만 덮은 채 장기간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잔해물 중에는 유해뿐 아니라 보조동력장치(APU)가 있는 동체 일부도 남아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조위 운영 규정상 잔해물을 비와 눈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유실·변형 가능성이 있는 상태로 야적·방치했다는 것이 점검단 판단이다.

점검단은 국토부가 사조위를 중앙사고수습본부 예하에 편제해 지휘·감독 체계에 포함시키면서 항공철도사고조사법상 사조위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했다고 봤다.

점검단은 이번 조사 결과를 관계 부처에 통보하고 공직자 12명(경찰 1명, 소방 1명, 사조위 6명, 국토부 4명)에 대해 문책 등 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또 초기 부실 수습과 장기 방치 과정에서 규정 위반과 지휘·감독 책임이 확인된 8명에 대해서는 별도의 책임 조치를 요구하고, 관계 기관에 재발 방지를 위해 매뉴얼 정비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김유진 12·29무안공항제주항공여객기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매뉴얼의 부재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누가 주도하고 묵인했는지 그 배경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조사 결과는 반쪽짜리 진실에 불과하다”며 “부실 수습을 한 기존 사조위 인원들을 쇄신하고, 부실 수습 가담자에게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원 기자 jwpak2@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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