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중국 점유율 0%”…엔비디아 빈자리 화웨이가 차지

이승주 기자 2026. 5. 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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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자사 점유율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엔비디아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중국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던 선도 기업이었다. 그러면서 황 CEO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가 역효과를 냈다면서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3일(현지시간)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황 CEO는 최근 미국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민간 싱크탱크 ‘특별경쟁연구프로젝트(SCS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우리는 이제 ‘0’으로 떨어졌다. 중국처럼 큰 시장 전체를 내주는 것은 전략적으로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며 “이미 상당 부분 역효과가 났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황 CEO는 “당시엔 (규제가) 타당해 보였을 수 있지만 정책은 시대 흐름에 맞춰 역동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미국 반도체 기업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있는 것은 매우 타당한 일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자리를 꿰찬 것은 중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의 올해 AI칩 매출은 이미 확보된 주문량만으로도 120억 달러(약 16조20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5년 전망치였던 75억 달러보다 60%나 상향 조정된 수치다.

성장의 1등공신은 최신 AI칩인 ‘어센드(Ascend) 950PR’이다. 중국 기술기업들은 미국산 칩 수급이 불투명해지자 화웨이로 급격히 선회했다. 화웨이는 4분기 개량형 모델인 ‘950DT’ 출시를 예고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생산 파트너인 SMIC 역시 화웨이 전용 생산라인 두 곳을 추가 가동하며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객관적인 기술력에서 화웨이는 여전히 엔비디아보다 최소 두 세대 이상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화웨이는 정면승부 대신 ‘실용주의 전략’을 택했다. 초대형 모델을 만드는 ‘훈련’ 시장 대신, 이미 만들어진 모델을 실제로 구동하는 ‘추론(Inference)’ 시장에 집중한 것이다. AI 에이전트 등 서비스 확산으로 추론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고 950PR을 추론 특화 칩으로 각인시켰다. 여기에 화웨이의 강점인 네트워크 기술을 접목, 개별 칩의 성능 열세를 클러스터링(연합 컴퓨팅) 기술로 상쇄하고 있다.

황 CEO는 미국이 수출 통제로 중국 시장을 비워둘 경우 중국 기업들의 자립 속도만 더 빨라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중국 개발자들은 화웨이·캠브리콘·무어스레드·메타X 등 자국 기업 하드웨어에 더 의존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반도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함께 육성하는 중이다.

다만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는 여전히 미국의 강점이 남아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쿠다(CUDA) 생태계는 중국 기업들이 아직 완전히 넘어서지 못한 핵심 장벽으로 꼽힌다. 황 CEO가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참여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드웨어 판매를 막는 것만으로는 장기 패권을 지킬 수 없고 미국 AI 기술 스택이 세계 표준으로 계속 쓰이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다.

황 CEO는 공포에 기반한 규제와 수출 통제가 AI 확산 자체를 늦출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중국을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 AI를 경제 성장 도구로 보고 공격적 수용 전략을 취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시장 접근을 스스로 좁히면 장기 리더십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톰스하드웨어는 “장기적 리더십은 글로벌 경쟁자를 제한하는 것보다 미국 AI 생태계가 전 세계적으로 지배력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데 달려 있다는 것이 황 CEO의 주장”이라고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흐름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근 중국 AI업체 ‘딥시크(DeepSeek)’가 최신 모델에 화웨이 칩을 사용한 것을 두고 그는 “전세계 AI 모델이 미국산이 아닌 하드웨어에서 개발되고 최적화되는 상황은 미국에 끔찍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엔비디아는 성능을 낮춘 중국용 칩(H20)으로 대응 중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금지조치와 중국 정부의 ‘자국산 사용’ 압박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전쟁이 화웨이를 단순한 통신장비업체에서 엔비디아의 실질적인 ‘대항마’로 키워준 꼴이 됐다는 평가다.

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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