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운생동’…AI 결합한 고전 명화, 미디어아트로

이번 전시는 정지된 고전 회화에 시간성과 움직임을 부여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춘다. 동양 회화의 핵심 개념인 ‘기운생동’을 디지털 매체로 확장해, 멈춰 있던 이미지에 생명성을 부여하는 시도를 이어간다.
전시의 시작을 여는 ‘기운생동 87마리 새’는 명대 화가 변문진의 ‘삼우백금도’를 바탕으로 새들이 공간 전체로 흩어지는 장면을 구현한 작품이다. 화면 안에 머물던 존재들이 전시장으로 확장되며 고전의 시간성을 현재로 불러낸다.
AI를 활용한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황묘농접도’는 고양이의 털과 시선의 미세한 움직임을 구현해 생명감을 더했고, ‘맹호도’는 호랑이가 현대 문명의 소음을 응시하는 장면을 통해 풍자적 시선을 드러낸다.
고전과 현대를 교차시키는 작업도 눈길을 끈다. ‘인왕제색도-사계’는 겸재 정선의 산수에 사계절의 흐름을 더해 시간의 순환을 보여주며, ‘신-단발령망금강’은 전통 산수에 도시 이미지를 겹쳐 새로운 풍경을 제시한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고흐 자화상’은 거울을 활용해 관람객의 얼굴을 작품에 반영하며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의 중심에는 몰입형 설치 ‘미래가 된 산수’가 배치된다. 다수의 빔프로젝터와 거울, 안개 효과가 결합된 공간에서 관람객은 이미지 속으로 들어가 작품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전시가 열리는 빙하미술관은 수공간 위에 떠 있는 빙하 형태의 건축으로, 유리와 스테인리스 외벽이 빛에 따라 변화하는 구조를 갖췄다. 공중 보행 통로를 따라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으로 공간과 작품의 결합을 강조한다.
한편 이이남은 고전 회화를 디지털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온 미디어아티스트로, 국내외 전시를 통해 활동해왔다.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디지털 병풍 ‘평화의 길목’을 선보인 바 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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