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내 데이터 남의 창고에 맡기겠나"… '데이터 주권' 없는 제조 혁신은 약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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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판교 신도시 한 호텔 조찬 강연장.
의문에서 출발한 해법이 바로 '데이터 스페이스(Data Space)'다.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기존 '데이터 댐' 방식이 아니라, 각 기업이 데이터를 소유한 채 필요할 때만 연결하는 연합형(Federated) 구조다.
ESG 대응과 탄소 추적을 위해 데이터 공유는 필수지만, 기업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한다는 현실도 무겁게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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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제조기업들, '글로벌 Manufacturing-X' 생태계 올라타야

[충청투데이 이승동 기자] 최근 경기 판교 신도시 한 호텔 조찬 강연장.
행사장은 긴장감으로 채워졌다. (사)디지털이에스지얼라이언스가 주최한 '디지털 ESG 조찬회' 강단에 선 홍승호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의 첫 마디는 묵직했다.
이날 강연 주제는 '제조 혁신(Manufacturing-X)'.
강연은 데이터를 둘러싼 권력과 신뢰의 문제를 정면으로 겨누고 있었다. 청중의 시선을 단번에 붙잡기 충분했다.
홍 교수는 유럽 제조기업들의 고민에서 이야기를 풀어갔다. 정밀 렌즈, 공작기계 분야의 강소기업들이 과연 자사의 핵심 데이터를 Amazon이나 Google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맡길 수 있겠느냐는 게 핵심이다.
"내 알짜 데이터를 남의 창고에 넣어두고 관리해 달라는 게 과연 맞는 선택일까요"
이미 많은 기업들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있는 '데이터 종속' 문제를 정면으로 묻는 질문이라는 점에서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이었다.
의문에서 출발한 해법이 바로 '데이터 스페이스(Data Space)'다.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기존 '데이터 댐' 방식이 아니라, 각 기업이 데이터를 소유한 채 필요할 때만 연결하는 연합형(Federated) 구조다.
홍 교수는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통제 없는 공유는 없습니다."
강연의 핵심은 단연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이었다. 기존 데이터 공유는 파일을 넘기는 순간 통제권을 잃는 구조.
복제와 재사용을 막기 어렵다는 얘기로 연결지어진다.
그러나 데이터 주권기반 데이터 스페이스 국제 협회(International Data Spaces Association) 기반 환경에선 상황이 달라진다.
"데이터를 줄 때 조건을 겁니다. 90일 동안만, 인증된 파트너만, 특정 국가에서만 사용하도록 기술적으로 강제하는 것이죠."
강연은 한 가지 분명한 인식을 남겼다. 데이터는 이동하지만, 그 통제권은 결코 넘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데이터를 나누면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는 새로운 질서가, 이미 현실화 되고 있다는 점을 알렸다.
이 구조는 데이터 제공자가 협업과 수익창출의 주체로 남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이것이 바로 Manufacturing-X의 핵심 동력이라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강연은 곧 실제 사례로 이어졌다. 배터리 산업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X' 프로젝트다.
배터리 제조는 원재료부터 생산, 재활용까지 수많은 기업이 얽힌 복잡한 구조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ESG 대응과 탄소 추적을 위해 데이터 공유는 필수지만, 기업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한다는 현실도 무겁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 문제를 푸는 열쇠로 제시된 게 '상호 운용성'이다.
검사 시스템과 물류 시스템처럼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설비도 'MX-PROMPT'라는 표준 인터페이스를 통해 즉시 연결된다. 일종의 공장 간 통역 시스템인 셈이다.
홍 교수는 특히 중소기업에 주목했다.
"기존 설비를 다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표준 인터페이스만 적용하면 글로벌 제조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이 구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기회의 재배치로 읽힌다.
한국 기업들의 참여 사례도 소개했다.
국내 기업들이 유럽 현지 테스트베드와 쇼케이스에 참여해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발간된 글로벌 백서에도 이름을 올렸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됐다.
"한국 엔지니어들은 이미 유럽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홍 교수의 한 마디가 울림을 줬다. 한국 제조업이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생태계 참여자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정말 안전한가'에 대한 물음표는 거부할 수 없었다.
홍 교수의 답은 분명했다.
"데이터 주권 없는 공유는 결국 약탈입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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