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가 멈췄다…삼성바이오, 공들인 ‘신뢰’의 탑 무너지나
1분기 영업익 ‘5808억’…파업으로 통째로 날릴 판
평균임금 14% 인상에 채용·M&A 사전 동의 요구도
휴가 마친 노조위원장…4일 노사정 간담회 분수령
![노동조합 전면 파업 첫째 날인 1일 오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연합]](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4/ned/20260504101705549bpje.jpg)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갯벌 위에서 일궈낸 ‘K-바이오’의 상징,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대한 심장이 창립 15년 만에 처음으로 박동을 멈췄다.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기지가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해 가동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사측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시작된 기습적인 부분 파업이 1일 전면 파업으로 확대되면서 생산 현장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하는 바이오 공정 특성상 원부자재 공급이 단 한 순간만 어긋나도 배양 중인 약물을 전량 폐기해야 하는 ‘배치(Batch) 드롭’이 발생했다.
특히 중단된 제품 중에는 항암제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등 환자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필수의약품이 포함되어 사안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파업 전면화 첫날인 1일까지 발생한 확정 손실액만 약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파업의 여파는 단순히 공장이 멈추는 수준을 넘어선다. 노조의 예고대로 5일까지 총파업이 이어질 경우 손실 규모는 64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인 5808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로, 사실상 한 분기 동안 전 직원이 일궈낸 결실이 단 며칠간의 파업으로 공중분해 되는 셈이다. 다만 회사는 현재 손실액에서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대응하고 있다.
▶노조, 평균 14% 임금 인상에 인사권 개입…사측 “수용 불가” = 이번 파업으로 발생한 1500억원 손실에 대해 노조는 “노조의 요구안을 100% 수용하더라도 그 금액은 현재 발생한 손실액보다 적다”고 주장했다. 파업으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를 사측의 ‘통제력 상실’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평균 14%의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지급,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현재 회사의 지급 여력 및 향후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를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CDMO 산업의 특성상 미국 록빌 시설 인수(약 4136억원), 제2바이오캠퍼스 투자(약 7조5000억원) 등 조 단위 선행 투자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사측은 6.2% 임금 인상안 및 일시금 600만원을 제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노조가 이번 파업을 통해 관철하려는 단체협약 요구안에는 기업의 고유 권한인 인사·경영권을 구조적으로 침해하는 조항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신규 채용, 인사고과 산정, 나아가 인수합병(M&A)과 같은 핵심 경영 사안에 대해 노조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노조가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직접 개입하여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사 관련 전문가들은 “채용과 신기술 도입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며 “이를 노조의 고용 안정성만을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시장 도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속·안전성이 생명인 CDMO ‘흔들’…2차 노사정 간담회 주목 = 2011년 설립 당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후발주자였던 삼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먼저 맞닥뜨린 장벽은 기술보다 ‘신뢰’였다. 아무리 ‘삼성’이라도 생명을 다루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 수조원대 가치의 신약 생산을 맡기는 고객사는 없었다.
삼성은 첫 수주를 따내기 위해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2013년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와 계약을 체결하며 첫 ‘트랙 레코드(Track Record)’를 확보했다. 이 한 장의 계약서를 얻기 위해 들인 노력이 현재 글로벌 20대 제약사 중 17곳을 파트너로 둔 78만5000L의 생산 신화를 만든 초석이 됐다.
그러나 이번 파업으로 한 순간에 대외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CDMO 산업은 ‘안정적 공급’과 ‘비밀 유지’가 핵심 경쟁력이다. 치열한 글로벌 수주 전쟁 속에서 경쟁사인 론자나 후지필름이 반사이익을 노리는 상황에, 스스로의 일터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사 양측은 4일 오전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의 중재로 열리는 간담회에 다시 마주 앉았다.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대화는 박재성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부장의 부재와 집행부의 ‘사측 교섭위원 전원 교체’ 요구로 결렬된 바 있다. 파업 기간 내내 해외 휴가로 자리를 비운 박 지부장은 이번 대화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이번 파업을 ‘1차 전면 파업’으로 명명하며 장기전을 예고한 만큼, 이번 대화는 사태 해결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 대해 회사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피해 예방과 기업환경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고객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며, 향후 추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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