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보다 생산비 20배 높은데... 日 '희토류 국산화' 꿈 현실성 있나 [클로즈업 재팬]
잇따른 中 '희토류 보복'에 필요성 더 커져
생산 비용 비싸고 수익성 떨어져 비현실적
"중국 폐기물 처리비 제로, 일본 상대 안 돼"
"中과 관계 회복해 희토류 비축하는 게 득"

일본은 이제 현세대도, 미래 세대도 희토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장담이 실현될까. 일본이 첨단 미래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희토류를 확보하고자 국산화 도전에 나섰다. 채굴 결과를 바탕으로 경제성을 평가한 뒤 이르면 2028년 산업화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이 희토류를 이용해 경제 보복에 나서는 일이 반복되자 국산화만이 중국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카이치 총리가 2월 중의원(하원) 선거(총선) 때 이같이 주장한 건 일본이 마침 이때 희토류 채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희토류는 전기차, 풍력 발전 터빈, 미사일 유도 장치 등 현대 첨단 제품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다. 내각부 내 전략적혁신창출프로그램(SIP)은 국산화까지 최소 10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2018년부터 공을 들였다. 수년간 기술 개발 노력이 처음 빛을 본 건 2월 1일이었다.
일본 심해탐사선 지큐는 이날 도쿄 중심부에서 남동쪽으로 약 1,950㎞ 떨어진 오가사와라제도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수심 약 5,600m 해저에서 희토류를 포함한 것으로 보이는 진흙을 채굴했다. 연구원과 기술자, 선원 등 145명이 35일 동안 매달린 끝에 거둔 성과였다.

"중희토류 세계 최대 규모 될 잠재력 지녀"
일본 정부와 산업계는 벌써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며 기대감에 한껏 부푼 상태다. 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희토류 국가별 매장량은 중국이 세계 전체 매장량의 48.9%로 가장 많았고, 브라질 23.3%, 인도 7.7%, 호주 6.3% 순이었다. 광석에서 희토류를 분리·정제하는 공정인 정련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약 91%나 된다. 일본은 수입하는 희토류의 약 7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중(重)희토류는 사실상 100%에 이른다.

일본이 특히 주목하는 건 중희토류의 자립 가능성이다. 도쿄대는 이곳의 희토류 매장량이 1,600만 톤 이상이라고 발표했는데, 일각에선 전 세계 수요의 수백 년분에 달한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이 중 경(輕)희토류와 중희토류 비중은 각각 약 65%, 약 35%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희토류는 희토류 중에서도 원자번호가 크고 원자량이 무거운 원소들로, 전기차와 전투기 등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에 반드시 들어간다. 시마미네 요시키요 다이이치라이프자산운용경제연구소 시니어 펠로는 마이니치신문에 "(미나미토리시마는 중희토류 생산의)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잠재력이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미나미토리시마의 중희토류가 유해 물질이 적은 것도 기대를 높인다. 보통 희토류는 정련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폐기물 처리에 큰 비용이 들어간다. 미나미토리시마 해역의 진흙은 유해 물질이 거의 없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정련이 가능하다.
중국의 희토류 경쟁력은 값싼 정련 작업

그러나 일본의 바람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채굴에 성공해도 국산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당장 돈이 문제다. 일본의 희토류 생산에는 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경제산업성 자료와 자체 취재를 바탕으로 일본의 희토류 공급망 총투자액을 추산한 결과, 채굴부터 정련까지 3,400억 엔(약 3조1,5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산성이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하루 진흙 채굴량 3,500톤을 기준으로 계산한 액수다.
투입 비용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는 건 가장 아픈 부분이다. 전문가들 추산에 따르면 국산화 시 생산 비용은 톤당 약 1,100만 엔(약 1억 원)으로, 중국산의 20배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중국산 희토류의 평균 거래 가격은 약 3,600달러(약 531만 원)였지만, 미나미토리시마산은 약 7만 달러(약 1억3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국산화에 성공해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중국산 희토류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이유는 정련 과정 때문이다. 캐낸 광석을 산으로 녹이고 유기용매 등을 사용해 광석에 섞인 여러 물질 중 희토류를 분리해야 한다. 정련 후 유해 중금속에 들어 있는 폐액이나 폐기물을 처분해야 하는데, 중국은 환경 규제가 느슨해 매우 싼값에 처리할 수 있다. 저렴한 노동력까지 더하면 가격 면에선 따라올 수 있는 국가가 사실상 없다. 오카베 도오루 도호쿠대 교수는 교도통신에 "중국의 정련 후 폐기물 처리 비용은 거의 제로(0)이며, 일본이나 미국은 환경 대책 비용이 높아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얼마나 싸게 (폐기물과 유해 물질을) 처리하느냐가 승부처"라고 말했다.
경제안보 측면 공급망 강화만 생각하는 日

일본 정부가 낮은 수익성에도 수조 원을 쓰는 건 경제안보 때문이다. 중국의 대일본 희토류 수출 규제가 장기화하면 최악의 경우 일본 공장들은 가동을 멈춰야 한다. 이러한 위기는 지난해 11월 이후 현실이 됐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국은 즉각 보복 조치를 감행했다. 중국 상무부가 1월 6일 일본에 850여 개에 이르는 이중용도 물자(군사·민간용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물자)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했는데, 중희토류 7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 뒤인 2월 24일에는 이중용도 물자 수출 금지 대상에 일본의 20개 기업·단체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희토류 수출 규제라고 발표한 적은 없지만, 통계를 보면 희토류를 겨냥한 것을 알 수 있다. 3월 중국의 대일본 희토류 자석 수출량은 지난해 동월 대비 27.2% 감소한 184톤으로 집계됐다. 전달과 비교해 17.3% 줄었고, 200톤 아래로 떨어진 건 9개월 만이다. 일본에 대한 중희토류 수출 절차도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희토류 비축량을 공개하지 않지만, 약 6개월~1년분 정도로 알려졌다. 중국의 수출 규제 조치가 장기화하면 일본 핵심 산업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에 이어 이번에도 희토류 통제로 보복한 만큼, 중국은 외교 갈등 때마다 희토류 카드를 쓸 가능성이 크다. 닛케이는 "경제 안보 측면에서 국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건 매우 큰 의미"라며 "수익성은 무시할 수 없지만 중국이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일본은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국면"이라고 짚었다. 고바야시 겐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희토류 개발 및 공급망 재편에 대해 "기업도 일정 부분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노력에 경제계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중국, 日국산화 막으려 더 심하게 방해할 것"

그러나 일본의 국산화를 손 놓고 볼 중국이 아니다. 중국이 더 강력한 규제 조치로 훼방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스즈키 다카히로 햐쿠넨컨설팅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 전문 매체 다이아몬드온라인에 "정련 작업에서 상업화까지 최소 5년이 걸리는데, 일본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중국은 (이 기간을 늘리려)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5년이면 버티겠지만 10년, 15년으로 늘어나면 일본 산업이 버틸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선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인데 너무 들떠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카베 교수는 "비용과 실용화 가능성을 이제 검증하는 단계"라며 "정부가 오해를 부르는 정보를 내면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의 지나친 낙관론에 대해 "적당히 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일갈했다. 이시이 쇼이치 SIP 프레젝트디렉터마저 닛케이에 "현 단계에서 경제성 평가는 데이터가 부족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본보는 일본의 희토류 국산화와 수급 안정 방안을 묻고자 JOGMEC에 여러 차례 취재 요청을 했지만, JOGMEC은 답변을 거부했다.
국산화보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비축량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오카베 교수는 "희토류 생산 비용이 중국의 100배가 될 수도 있는데, 공급망 관점에서 보면 이익이 없다"며 "막대한 국가 예산을 쓸 거라면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싸고 품질 좋은 희토류가 대량으로 들어오는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즈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탈(脫)중국이 어렵다고 전제하며 "필요한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현실적인 건 중국의 공급량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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