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흔드는 ‘워시 변수’…연내 금리 인하 현실화될까
전쟁·유가 변수에 금리 발 묶인 연준, 하반기 인하 가능성 주목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사진=AP/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4/552795-r1dG8V7/20260504095010307hrcs.jpg)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내달 의장 교체를 앞두고 통화정책 방향과 향후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열린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3.50~3.75% 수준에서 3번째 동결했다. 이는 사실상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 내 마지막 회의로, 파월의 임기는 내달 15일 종료되며, 5월에는 FOMC 회의가 없다.
지난 3월 FOMC에서 두 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파월 의장은 당시 물가 하락을 분명히 확인해야만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연준은 이번 성명서에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일부 반영하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표현을 추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번 4월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3.75%로 동결할 확률을 100%로 전망했다. 연초만 해도 연내 두 차례 인하 전망이 우세했지만, 2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관세·전쟁까지…금리인하 막은 인플레이션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이다. 관세 충격, 중동 전쟁발(發) 유가 급등이 물가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연준은 섣불리 금리를 내리지 못했다. 이 가운데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목된 케빈 위시는 기존 연준이 사용하던 물가 지표인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지표에 문제점을 제기했다.
워시는 연준이 기초 물가 상승 압력 측정에 주로 사용하는 근원 PCE 지표를 "대략적인 추측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과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이 개발한 대체 지표인 '절사평균(trimmed-mean) PCE' 및 '중앙값(median) PCE'를 선호한다고 했다.
절사평균 물가지표란 개별 품목 물가 상승률을 나열한 후 변동폭이 심한 상·하위 극단치(보통 24%~30% 내외)를 제거하고 남은 품목의 가중평균이다. 업종과 무관하게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큰 품목을 제외하고 물가의 지속적 흐름을 파악할 때 유용하게 활용된다. 반면 기존 연준이 활용해온 근원 PCE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하는 방식이다.
올해 2월 전품목 PCE 상승률이 전년 대비 2.8%인 반면, 절사평균 PCE는 2.3% 수준이다. 절사평균을 우선하면 연준의 물가 관리 목표치인 2%에 한층 근접한 수치가 되는 셈이며, 이는 금리 인하 여지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6개월간 절사평균 PCE는 약 2.0%를 기록하고 있고 근원 PCE는 3.0% 수준이다. 워시가 기준으로 삼겠다고 언급한 절사평균 지표로 보면 이미 기준금리 인하 목표치에 도달한 것이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아디티야 바베 애널리스트는 "워시가 언급한 충격 요인들이 제거되더라도 다른 충격 요인들이 평균값을 높일 수 있다"며 언급했는데,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추적한 절사평균 물가값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근원 PCE보다 높았다.
이 가운데 워시는 AI가 수요보다 공급을 더 증가시킬 것이라며,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도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는 1990년대 IT 혁신이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도 물가 압력을 억제해, 고성장·저인플레라는 이례적인 조합을 가능하게 했던 시기를 다시 한 번 구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꼭두각시 논란…정권 입맛 따라 금리 결정되나
워시를 둘러싼 가장 큰 논쟁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워시가 즉시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실망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워시는 금리 인하를 약속한 적 없으며 대통령도 그런 요구를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꾸준히 연준에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며 기준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인사를 연준 이사로 임명하는 등 통화정책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했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워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필수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금리 인하의 여지를 넓히는 물가 기준 변경을 동시에 예고해 금리 인하 단행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LS증권 우혜영 선임연구원은 "워시가 실제 통화정책을 결정하던 당시 단 한 번도 소수의견을 낸 적이 없다"며, "개별 소신보다 연준의 합의된 의견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합리적인 판단 하에 일치된 결론을 도출해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일부 시장에서는 차기 의장 선출 이후 하반기에 기준금리가 3.0~3.25%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 인하는 또 다른 물가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공존한다.
메리츠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현재 미국은 AI 관련 투자가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을 뿐 노동시장이나 주택시장이 굉장히 부진하다"며 "그러므로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반기 2차례 정도 인하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유가가 많이 올라 6월까지는 인하가 어렵지만 현재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은 연초부터 빠지고 있고, 가을쯤부터는 유가 충격까지 지나가는 형태가 나올 것"이라며 "9월 무렵 발표될 미국 고용 지표가 대규모 하향 조정이 이뤄진다면 고용 지원 명목의 금리 인하가 연말 한두차례 쯤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