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 인수전 장기화…힐하우스發 가격 재산정 압박
센터필드, 이오타 등 리스크 부각
1조 밸류에서 30~40% 빠질 수도
가치 방어하려면 LP 신뢰 회복해야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사모펀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당초 제시한 인수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참여한 핵심 운용자산 이탈과 대형 개발사업 리스크가 겹치면서 이지스의 기업가치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어서다. 조갑주 대표가 5년 만에 경영 전면에 복귀해 수습에 나섰지만, 시장에선 매각가를 방어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측과 힐하우스는 경영권 인수를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힐하우스는 지난해 말 이지스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약 1조1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과 조건을 둘러싼 이견이 협상 지연의 핵심 원인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협상 지연의 핵심이 결국 가격 재산정에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인수가격은 국민연금 등 핵심 출자자(LP) 기반과 주요 운용자산이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형성된 값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하지만 센터필드 운용권 이탈, 이오타 서울2 등 대형 개발사업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기존 가격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서울 강남권 랜드마크 오피스인 센터필드다.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주요 수익자로 참여한 센터필드는 이지스가 대표적으로 내세운 핵심 운용자산이다. 업계에서는 센터필드 운용권이 코람코자산운용으로 넘어가면서 이지스 기업가치가 적지 않게 훼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과보수, 이지스 보유 지분 회수액, 연간 운용보수 등을 반영하면 센터필드 하나가 이지스 밸류에이션에서 2000억원 안팎의 가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역 일대 초대형 복합개발 사업인 이오타 서울2도 가격 재산정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오타 서울2는 브리지론 리파이낸싱 지연으로 기한이익상실(EOD)과 공매 위기를 겪은 뒤 가까스로 정상화 수순에 들어갔다. 여기에 경기 화성시 동탄, 서울 건대 등 일부 사업장에서도 EOD 논란이 이어지자 대형 개발사업 리스크 관리 역량을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힐하우스가 센터필드와 이오타 서울2뿐 아니라 개별 사업장별 리스크를 가격 재산정 항목으로 반영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센터필드와 이오타 서울2 리스크만 반영해도 당초 인수 가격 대비 30~40% 수준의 조정 압력이 생길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부동산 운용사의 기업가치는 단순한 운용자산 규모보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운용보수와 성과보수, LP 재출자 가능성에 좌우된다. 핵심 자산이 빠지고 신규 출자 기반이 흔들리면 미래 현금흐름에 적용하는 멀티플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힐하우스와의 협상이 틀어지더라도 매각 측이 꺼낼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힐하우스가 인수가격을 과도하게 낮추거나 거래를 포기하면 흥국생명 등 기존 원매자가 다시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다. 하지만 흥국생명 역시 이지스 매각 과정에서 이른바 ‘프로그레시브 딜’ 구조를 문제 삼으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서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진 만큼 마음을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의 복귀도 이 같은 위기 국면을 수습하기 위한 카드로 해석된다. 조 대표는 지난 28일 이지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취임 초기부터 주요 LP와의 관계 회복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민연금 등 핵심 LP 사이에서는 여전히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이지스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위탁자산 관련 정보가 사전 동의 없이 원매자 측에 제공됐다고 보고 자산 이관을 검토한 바 있다. 조 대표가 수습에 나섰지만, 핵심 LP와의 관계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이지스 매각전의 향방이 결국 기업가치 방어에 달렸다고 본다. 힐하우스가 센터필드, 이오타 서울2, 동탄·건대 등 개별 사업장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려 할 경우 매각 측의 협상력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운용사 M&A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 AUM이 아니라 앞으로도 같은 LP가 돈을 맡길 수 있느냐”라며 “핵심 LP 신뢰와 주요 자산 운용권이 동시에 흔들리면 기존 몸값을 지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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