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마지막 숨결 ‘우주 탄소공’…죽어가는 순간, 완벽한 대칭

곽노필 기자 2026. 5. 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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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제임스웹, 성운 Tc1 15년만에 다시 관측
탄소 60개로 이뤄진 ‘버키볼’ 분포 확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중적외선기기(MIRI)로 본 행성상 성운 Tc1. 파란색은 짧은 파장의 뜨거운 가스, 붉은색은 긴 파장의 차가운 물질을 나타낸다. 웨스턴대 제공

자연이 만든 가장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는 구조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버키볼’이란 분자가 있다.

60개의 탄소 원자가 오각형 12개와 육각형 20개로 엮인 축구공 모양의 분자다. 미국의 건축가 벅민스터 풀러가 1967년 몬트리올 세계박람회를 위해 설계한 지오데식 돔의 구조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풀러렌이라고도 부른다.

기하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이 구조는 외부 압력을 모든 방향으로 균등하게 분산시키기 때문에 외부의 강한 충격에도 끄떡없는 탄성과 강도를 자랑한다. 고온에서도 구조를 유지할 정도로 열적 안정성도 높다. 또 내부는 텅 비어 있어, 이를 이용해 버키볼을 약물 전달체로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버키볼 분자를 발견한 계기는 천문학적 호기심이었다. 1985년 영국 서식스대 해리 크로토 교수 등은 탄소가 풍부한 별 주변에서는 아주 복잡한 탄소 사슬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별 환경을 재현하다가 흑연을 태운 그을음 속에서 우연히 버키볼을 찾아냈다.

버키볼은 이후 지구에서도 발견되면서 오래전부터 자연에 존재해 왔던 물질로 드러났다. 버키볼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그 공로로 1996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 우주에서 버키볼을 발견한 건 25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였다. 캐나다 웨스턴대의 얀 카미 교수(관측천문학)는 2010년 스피처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지구에서 1만광년 이상 떨어진 곳에 있는 행성상 성운 Tc1에서 버키볼 분자를 발견했다.

행성상 성운은 별이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내뿜은 가스 덩어리가 둥근 공 모양을 이룬 것을 말한다. 행성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 행성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행성처럼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엄청난 양의 물질을 우주에 흩뿌리는 별의 이 마지막 단계는 다음 세대 별들이 태어날 자양분을 제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성운의 중심에는 핵융합 연료를 다 소진하고 남은 백색왜성이 있다.

‘뒤집은 물음표’ 모양의 의문의 구조물

카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15년이 지나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중적외선 기기(MIRI)로 Tc1 성운을 다시 관측한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이전 사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구조들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연구진은 초기 분석 결과, 버키볼이 성운 전체에 무작위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중심별을 둘러싼 얇은 구형 껍질에 몰려 있다는 걸 발견했다. 박사과정 연구원 모건 기세는 “속이 빈 버키볼 입자들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버키볼을 이루듯, 속이 빈 공모양으로 분포돼 있다”고 말했다.

새 사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성운 중앙에 있는, 물음표를 뒤집어 놓은 모양의 구조물이다. 정체가 무엇인지는 앞으로 밝혀내야 할 과제다.

Tc1 성운은 태양과 비슷한 별이 핵연료를 소진한 뒤 남긴 잔해다. 행성상 성운의 수명은 1만~5만년 정도로 매우 짧다. 이 시기가 지나면 가스가 멀리 퍼지거나 중심별이 식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다.

스피처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소마젤란운을 배경으로 버키볼 분자들을 묘사한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널리 발견되지만 많지 않은 물질

지구에서 발견되는 버키볼 분자는 캠프파이어 후 남은 재처럼 유기물이 완전히 연소되지 않을 때 생성된다. 이는 탄소는 많고 산소는 적으며 온도는 높은 환경과 관련이 있다. 과학자들은 버키볼이 우주에서도 지구에서와 비슷한 방식으로 생성됐는지 알아볼 예정이다.

버키볼은 고리 모양의 유기화합물인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와 밀접한 화학적 연관성을 지닌다. 우주에 존재하는 탄소의 상당 부분은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형태로 존재하는데, 이는 생명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복잡한 분자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카미 교수는 “버키볼은 죽어가는 별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젊은 별에서도, 성간 구름에서도, 별 형성 지역에서도, 운석에서도 발견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자주 발견되지는 않는다”며 “그게 바로 수수께끼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한 수백개의 행성상 성운 중에서 버키볼이 발견된 성운은 많아야 10개 정도다.

카미 교수는 “제임스웹의 관측 사진엔 이미지뿐만 아니라 성운 전체의 가스와 분자 화학적 특징이 상세히 포함돼 있다”며 “현재 여러 편의 과학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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