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가평 조종암’ 어땠을까… 150년전 그림 공개

김민수 2026. 5. 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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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주 문화재단 ‘정석일-조종암도’ 공개
산세·하천·건물·바위 배치 사실적 묘사
조선후기 ‘숭명공간’ 이해 중요 자료 평가

지난달 30일 양정순 이애주 문화재단 상임이사가 ‘조종암도’ 작품 입수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평/김민수기자 kms@kyeongin.com

가평군 조종면 조종암 일대의 실경 그림이 150여 년 만에 공개돼 화제다.

이애주 문화재단(이하 재단)은 지난달 30일 북면 이애주 춤마당집에서 양정순 재단 상임이사·신동진 이사, 신용남 잠곡김육선생기념사업회 회장, 김철 가평학연구소 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석일-조종암도’(수묵담채, 41.2x30.5㎝)를 공개했다.

이애주 문화재단은 지난달 30일 북면 이애주 춤마당집에서 ‘정석일-조종암도’(수묵담채, 41.2x30.5㎝)를 공개했다. 가평/김민수기자 kms@kyeongin.com


지난해 9월 ‘칸옥션 제39회 미술품경매’에서 재단이 낙찰받아 이날 공개한 조종암도는 가평 조종면의 역사적 명소인 조종암 일대의 산세와 하천, 건물과 바위의 배치가 사실적으로 묘사된 작품이다.

1874년 정석일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조종암 일대를 그린 실경 기록화로 ‘朝宗巖(조종암)’, ‘二忠壇(이충단)’, ‘大統行廟(대통행묘)’, ‘九義行祠(구의행사)’ 등 실제 지명이 정확히 표기되어 있어 조선 후기 숭명 공간의 실체와 배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작품 상단에는 ‘조종암도’라는 제목과 ‘황명유민정석일사’라는 서명이 있다.

현재 조종암 전경. 가평/김민수기자 kms@kyeongin.com


조종암은 숙종 10년(1684) 임진왜란 때 구원병을 보내 준 명나라의 은혜와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당한 굴욕을 잊지 말자는 뜻의 글씨를 바위에 새겨 넣은 암각서이다. 당시 군수였던 이제두와 유생 허격, 백해명이 주도해 만들어진 조종암 글씨는 모두 22자로 정면에 선조의 손자인 낭선군 이우가 쓴 ‘朝宗巖(조종암)’, 왼쪽 제일 높은 곳에 명나라 마지막 황제 의종의 글씨인 ‘思無邪(사무사)’, 그 아래 조선 선조의 글씨인 ‘萬折必東 再造蕃邦(만절필동 재조번방)’, 그 왼쪽으로 조선 효종의 글을 송시열이 옮겨 쓴 ‘日暮道遠 至痛在心(일모도원 지통재심)’이 있다.

또 중앙에는 순조 4년(1804) 조종암을 세운 이유와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한 조종암기실비가 세워져 있으며 유적 오른쪽 바위에는 화서 이항로의 제자인 유중교가 쓴 ‘見心亭(견심정)’이란 글씨가 남아 있다.

조종암에 설치된 안내판. 가평/김민수기자 kms@kyeongin.com


조종암은 병자호란 이후 오랑캐인 청나라를 멀리하고 사라진 명나라 문화를 이어받았다는 숭명배청 사상을 보여 주는 국가 유산이다.

대통묘는 명나라 태조와 9의사(九義士,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잡혀간 봉림대군이 1645년 귀국할 때 조선으로 망명한 명나라 사람들)를 제사 지내기 위한 사당으로 1831년 명나라 9의사의 후손인 왕덕일(王德一)·정석일(鄭錫一)·풍재수(馮載修)·황재겸(黃載謙) 등이 지방 유림과 함께 조종암 근처에 새로 제단을 만들고 ‘대통행묘(大統行廟)’와 ‘구의행사(九義行祠)’라 이름 지었다. 그 후 매년 음력 1월4일 명나라 건국일에는 명나라 태조에게, 1월6일에는 명나라 9의사에게 제사를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0일 ‘정석일-조종암도’ 공개 자리에 참석한 양정순 재단 상임이사 등이(사진 오른쪽부터 양 상임이사, 김철 연구원, 신동진 이사, 신용남 회장)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평/김민수기자 kms@kyeongin.com


이날 양정순 재단 상임이사를 비롯해 참석자들은 “‘조종암도’를 통해 가평군 지역 역사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이 역사 사료가 지역 역사·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평/김민수 기자 kms@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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