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 경쟁력 월등… 지금이 피지컬 AI 글로벌 주도권 기회”[문화산업포럼 2026]
‘투모로로보틱스 CEO’ 장병탁 서울대 교수
데이터 규제 완화, 경쟁력 확보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
결국 누가 더 빨리, 더 많은 데이터 확보하느냐가 관건
韓 도입속도 중국보다 늦어도 현장 적용땐 충분히 승산
당장 해외 모방보단 우리 강한 특정산업서 적용이 중요
일자리 감소 우려 발맞춰 정부는 재교육에 더 투자해야
AI 잘못된 판단 내릴 가능성… 보안·안전·윤리 방책을

인공지능(AI)이 몸을 얻어 일상생활과 산업 현장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피지컬 AI’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미국 아마존은 AI 분류 시스템과 생성형 AI 기반 관리자를 통해 배송 속도와 업무 효율을 25% 개선했다. 아이폰 생산업체 폭스콘은 AI 로봇과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신규 공정 설치 비용을 15% 줄이기도 했다. BMW는 독일 딩골핑 공장에 AI 자율 운반 로봇을 도입해 부품 이동 효율을 30% 높였고, 생산라인의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불량률을 25% 낮췄다. 이처럼 피지컬 AI에 의해 산업 현장은 대대적인 변화를 겪고 있고, 조만간 가정을 포함한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서도 이를 목격할 날이 머지않았다.
하지만 피지컬 AI에 따른 변화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과거에도 같은 기술이 나타나도 어떤 국가와 기업은 성과를 냈고, 어떤 곳은 실패했다. 거대한 변화에 따른 전략의 전환이 필수다. 1990년대 인터넷 혁명 시기 한국은 정부 주도의 초고속망 인프라 구축과 인재 양성에 성공해 디지털 경제 시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선진국인 미국과 중국에 비해 기술 수준이 크게 뒤져 있다.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AI 소프트웨어와 로봇·모빌리티 등 피지컬 AI 기술 확보에 돌입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낡은 규제로 신기술은 사장되고 기업들은 해외로 떠나는 판국이다. 문화일보가 오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피지컬 AI 혁명과 테크노헤게모니’를 주제로 ‘문화산업포럼 2026’을 여는 이유이기도 하다.
40년간 인지 기반 기계학습과 AI 머신러닝(강화학습)을 연구해 온 석학 장병탁 K-휴머노이드 연합 위원장(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은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적 유행을 넘어 전 세계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거대한 변화”라며 “반도체·2차전지·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도 이런 자산을 활용하면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진단했다. 피지컬 AI가 불러올 변화와 이를 선도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과제를 물었다.
―아직 대중에게는 피지컬 AI라는 개념이 생소합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현실 세계에서 쌓은 지성을 디지털 세계로 옮기는 데 주력했는데, 그 지능이 다시 현실 세계로 쏟아져 나오는 ‘역방향’의 혁명이 바로 피지컬 AI입니다. 이미 물류나 서비스 현장에서는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대부분 물류창고에서는 자동화 물류로봇(AGV)이 업무를 대신하고 있고, 식당에서도 배달 로봇이 다니고 있죠.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이 전화기와 인터넷, 컴퓨터를 하나로 합쳐 세상을 바꿨듯, 시각·언어·행동 능력이 통합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는 향후 5년 내에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피지컬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시급한 정책이나 전략이 있을까요.
“가장 시급한 것은 데이터 규제 완화입니다. AI가 현실 세계에서 인간의 작업을 학습하려면 대량의 데이터가 쌓여야 하는데, 지금은 데이터를 움켜쥐고만 있습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도 결국 우리가 인터넷에 쌓아 놓은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입니다. 피지컬 AI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종 산업 현장에서 데이터를 자유롭게 쓰고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이에 대한 확실한 인센티브도 필요합니다. AI는 결국 누가 얼마나 더 빨리,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최대 관건인 만큼 우리가 강점을 지닌 영역을 데이터화해서 AI에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노동계에서는 로봇과 같은 피지컬 AI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일자리 감소와 같은 우려는 당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이 보다 전향적으로 직무 전환이나 재교육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인간이 수행하던 육체노동을 이제는 AI가 대체했으니, 앞으로는 이를 관리·감독하는 쪽으로 역할을 옮겨야 합니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과학자들도 앞으로는 AI 없이는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것입니다. AI의 생산성은 인간의 지시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프롬프팅(지시)을 하는 데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피지컬 AI가 가장 먼저, 그리고 깊게 파고들 산업은 어디라고 보시나요.
“단순 반복적이고 육체적 강도가 높은 제조와 물류 분야입니다. 우리나라는 월급을 많이 줘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구인난과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로도 대체가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에 피지컬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해법이 될 것입니다. 그다음으로 IT 소프트웨어 분야와 일부 전문직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업무를 돕는 ‘에이전틱 AI’의 활용도가 가장 높은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분야는 AI 확산과 함께 업무 전환도 빠르기 때문에 신규 고용이 줄어드는 정도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미·중의 막대한 자본력 사이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피지컬 AI 전략은 무엇인가요.
“양대 AI 강국의 성장을 양적으로 따라가긴 어렵겠지만, 우리나라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와 2차전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라는 자산이 있습니다. 우리가 강한 특정 산업에서 피지컬 AI 적용 과제를 완벽히 풀어낸 다음, 범용성을 확보해 가는 ‘보텀업(Bottom-up)’ 전략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미국과 중국을 모방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특정 분야의 피지컬 AI를 고도로 발전시킨 뒤, 이후에 다른 산업으로 이를 확장해도 됩니다. 다만 문제는 투자입니다. 피지컬 AI는 투자 규모가 기술 발전 속도를 좌우합니다. 정부에서 관련 펀드를 만들고, 대기업도 피지컬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고 인수도 하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움직임이 미·중에 비해서는 부족합니다. 정부와 기업이 한국만의 피지컬 AI 생태계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로봇 분야에서는 중국이 사실상 세계 1위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로봇 하드웨어를 만들어서 내놓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중국 로봇으로 어떤 작업을 하려고 하면 쉽지 않습니다. 경제적 부가 가치를 창출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봇도 우리나라에 아직은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야별로 특화 로봇 모델이 있으면 경쟁력도 충분합니다. 속도가 조금 늦더라도 좀 더 현실에 유용한 모델을 개발하고, 빨리 현장에 적용해 데이터를 모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다만 관련 분야의 절대적인 인력 숫자가 부족한 점이 관건인데, AI와 로봇을 동시에 잘할 수 있는 복합형 인재를 육성하면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미토스’ 논란과 같은 AI의 빠른 진화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AI의 활용만큼이나 안전 문제가 더욱 부각될 것입니다. 국방 분야에서는 이미 AI가 적용되고 있는데, 만약 AI가 전쟁을 야기하고 오판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겠습니까. 피지컬 AI로 확장하면 이런 위협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전쟁터에서는 피지컬 AI가 실시간으로 미사일을 쏘고 방어를 해야 하는데, 보안이나 안전 문제가 확실하지 않으면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공장 같은 곳에서도 피지컬 AI가 잘못 판단을 하면 엄청난 물적·인적 피해를 볼 수 있는데, 책임을 물을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평소 일상생활에서도 보안이나 안전 조치를 가장 우선시 여기듯, 피지컬 AI 시대에는 여기에 더해 인간의 윤리까지 포함한 정교한 방책이 필요합니다.”
김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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