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부터 순종 키웠던 유모… 구차한 오두막서 말년 보내[송종훈의 백년前 이번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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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이번 주, 조선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두 편의 기사가 전해진다.
"황해도 신천읍 경신학교는 창립 이래 25개 성상(星霜·1년의 세월)을 경과하는 현재 남녀 학생 450여 명에 달하는 중이다. 금년도에 6년제 허가가 되었으므로 내년도부터는 교원의 수도 부족할 뿐 아니라, 교사(校舍)를 증축하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었다. 이 학교 교장인 조대회 씨가 전 조선 지방을 순회하면서 명자(名刺·명함) 인쇄 주문을 받아 가지고 각 방면 유지에 다소(多少) 불구한 동정을 얻기 위하여 오는 4일경에 우선 해서(海西·황해도) 방면을 순회할 예정이라 한다. 지난 1일 오후 1시경에 방문한 기자를 조 씨는 매우 기쁜 얼굴로 맞고, 정중한 말로 기자를 대하여 '참말 자주 신천군 유지들께만 호소하기는 너무나 무안합니다. 그래서 동정금 모집 방면에도 여러 가지로 협의해 보았으나 이번은 전선적(全鮮的)으로 각 방면 유지들을 역방(歷訪·여러 곳을 차례로 찾아가 봄)하는 동시에 특히 명자 주문을 맡아 볼 작정입니다. 우선 해서 각 군 방면으로 출발할 예정인데 오직 우리 자녀들의 교육계를 위하여 사랑하시는 제씨(諸氏·여러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에게 다소 불구하고 온후한 동정을 주심이나 바랄 것뿐이외다' 하였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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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이번 주, 조선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두 편의 기사가 전해진다. 먼저 1926년 5월 4일 조선일보에 실린 순종 황제의 유모 박 씨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행(大行·황제나 황후가 서거한 후 시호(諡號)를 올리기 전의 존칭) 전하께옵서 승하하신 지 이미 일순(一旬·10일)이 지나 황공 망극한 중에 지난 1일 성복례(成服禮·초상이 나서 처음으로 상복을 입고 문상하며 치르는 예)를 마치었다. 내전(內殿)으로부터 돌아가는 종친(宗親) 구신(舊臣)들의 발자취도 사라지고 저물어 가는 궐내를 경계하는 경관의 무거운 발소리만 황송하게 수운(愁雲·근심에 찬 기색) 어린 공기를 깨트릴 때, 내전으로부터 나오는 팔순 노인이 있었다. 애통에 겨워 흐느껴 울며 돌아가는 노부인은 누구인가. 그는 대행 전하의 경모(敬慕·존경하고 공손히 섬기고 사모함)를 한 몸에 모으고 전하의 2살 잡수셨을 때부터 승하하실 당시까지 하루와 같이 옆을 떠나지 아니하던 전하의 유모 박 씨(84)였다.”
기사는 어린 순종을 직접 젖을 먹여 키웠던 박 씨가 세월이 흘러 초라한 노년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한다. “박 씨는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에 대행 전하의 유모 되는 영광을 받자온 후 충성을 다하여 지성(至誠)하게 어린 전하의 보육에 다하여 왔다고 한다. 전하께서는 6살 되시던 해에야 비로소 젖을 끊으셨으나 오히려 총명 다정하옵신 전하는 하루도 유모의 옆을 떠나시지 아니하시려 했다고 한다. 엄한 궁내 전규(典規·규정)로 하여 부득이 뫼시지 못하는 날은 “엄마”를 부르시고 우신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철을 아신 때부터 유모를 공경하시기 짝이 없으셨다는 바 이러한 옛 기억을 되풀이하며 슬퍼하는 박 유모는 본명이 림영원이라 한다. 지금은 노쇠한 끝에 귀까지 먹어 여생이 얼마 없는 것같이 보이나 아직도 정정하고 엄격한 기력은 승하하신 전하의 유모로서 조금도 부족할 것이 없다고 한다. 전하의 지극한 경모를 받던 유모 박 씨도 세태의 변한 까닭인지 여생을 고양군 용강면 창전리 77번지 오막살이 속에서 구차하게 그날그날을 보내고 있다더라.”
두 번째는 학교 운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명함 인쇄 주문까지 맡으며 전 조선을 순회하는 교장 선생님의 사연이다. “황해도 신천읍 경신학교는 창립 이래 25개 성상(星霜·1년의 세월)을 경과하는 현재 남녀 학생 450여 명에 달하는 중이다. 금년도에 6년제 허가가 되었으므로 내년도부터는 교원의 수도 부족할 뿐 아니라, 교사(校舍)를 증축하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었다. 이 학교 교장인 조대회 씨가 전 조선 지방을 순회하면서 명자(名刺·명함) 인쇄 주문을 받아 가지고 각 방면 유지에 다소(多少) 불구한 동정을 얻기 위하여 오는 4일경에 우선 해서(海西·황해도) 방면을 순회할 예정이라 한다. 지난 1일 오후 1시경에 방문한 기자를 조 씨는 매우 기쁜 얼굴로 맞고, 정중한 말로 기자를 대하여 ‘참말 자주 신천군 유지들께만 호소하기는 너무나 무안합니다. 그래서 동정금 모집 방면에도 여러 가지로 협의해 보았으나 이번은 전선적(全鮮的)으로 각 방면 유지들을 역방(歷訪·여러 곳을 차례로 찾아가 봄)하는 동시에 특히 명자 주문을 맡아 볼 작정입니다. 우선 해서 각 군 방면으로 출발할 예정인데 오직 우리 자녀들의 교육계를 위하여 사랑하시는 제씨(諸氏·여러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에게 다소 불구하고 온후한 동정을 주심이나 바랄 것뿐이외다’ 하였다더라.”
19세기발전소 대표
※ 위 글은 당시 지면 내용을 오늘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옮기되, 일부 한자어와 문장의 옛 투를 살려서 100년 전 한국 교양인들과의 소통을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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