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태어나서 천지에 닿기까지… 프랑스 사로잡은 ‘60년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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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한 최초의 동양인.
프랑스가 먼저 알아보고, 2024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회고전을 열어 준 한국 작가.
'하늘과 땅과 손을 잡고'와 '빛을 심으며'에서는 동양의 종이와 먹, 서양의 아크릴 물감, 프랑스의 흙 등을 한데 버무린 작업이 주를 이룬다.
아들이 지어 준 프랑스 아주 지역의 작업실에서 촬영된 다큐멘터리 '빛의 노래'(2011)에서 그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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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최초 샤르트르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평생 ‘빛’을 화두로 인간 - 세계 입체적으로 풀어내
파리 퐁피두센터 소장품 등 국내외 작품 67점 공수
작가가 남긴 드로잉·일기 등 아카이브 자료 총망라

청주=박동미 기자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한 최초의 동양인. 프랑스가 먼저 알아보고, 2024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회고전을 열어 준 한국 작가. 1961년 국비유학생 1호로 프랑스로 건너가 양국 미술계에 독보적 발자취를 남긴, 한국 여성 추상 화가 방혜자(1937∼2022) 화백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작품을 설치하고, 세계 현대미술 중심지에서 일찌감치 거장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국내에선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던 방 화백의 작업 세계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 펼쳐지고 있다. ‘방혜자―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는 평생 ‘빛’을 화두 삼아 세계와 인간을 탐구했던 ‘빛의 화가’의 삶과 예술, 철학과 세계관을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국내외서 공수한 작품 67점, 작가가 남긴 드로잉과 일기 등 아카이브 자료까지 총망라한다. 회고전으로는 국내 국공립 미술관 최초다.
작가의 삶은 오직 ‘빛’을 찾는 여정이었다. 그것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내면에 자리한 것이며, 저 멀리 바다 깊은 곳, 하늘 높은 곳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그 ‘무엇’이기도 했다. 이를 ‘빛의 탄생’ ‘하늘과 땅과 손을 잡고’ ‘빛을 심으며’ ‘빛으로 태어나는 길’의 순서로 구성한 전시는 방 화백이 ‘빛’을 발견하고, 품고, 잉태하고, 종국엔 스스로 ‘빛’이 되어 버린 이야기처럼 들린다.

지난달 23일 전시장 초입에서 마주한 ‘빛의 탄생’은 압도적이었다. 2022년 샤르트르 대성당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의 일부를 재현한 것으로, 암막 커튼을 쳐 배경을 어둡게 하고 성당에 쏟아지는 빛을 품은 듯 표현됐다. 이어, 1960년대 초기 추상 회화부터 한지를 도입한 1970년대 작품, 천연 안료와 프랑스 남부의 붉은 흙을 사용한 1990년대 작품을 지나 작가의 예술이 절정에 달한 ‘원 그림’ 등 2000년대 이후 대작을 만나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뿐만 아니라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파리 시립 세르누치박물관 등 출품작 중 절반 이상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것들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예컨대 1960년과 1961년에 각각 그려진 ‘지심’ 연작은 기둥의 앞뒤에 배치해 비교 감상이 가능하다. 하나는 국립현대미술관, 하나는 퐁피두 소장이다.
방 화백의 ‘빛’은 만지고 싶은 빛이기도 하다. 한지의 질감이 살아 있는 작품들은 실제로 보아야 그 ‘맛과 멋’이 제대로다. ‘하늘과 땅과 손을 잡고’와 ‘빛을 심으며’에서는 동양의 종이와 먹, 서양의 아크릴 물감, 프랑스의 흙 등을 한데 버무린 작업이 주를 이룬다. 여기엔 프랑스 남성과 결혼하며 타국에 터전을 마련했던 그가 한국에 돌아와 8년간 머물렀던 시간이 영향을 끼친다. 당시 프랑스의 과학자들이 방 화백의 그림을 두고 “우리가 연구·포착한 것을 직감적으로 표현했다”며 놀라워했다는 일화가 유명한데, 1995년 작 ‘태양의 중심’은 현지 과학잡지의 표지로도 쓰였다.
방 화백의 물질적 실험은 점차 일상과 정신적인 영역으로 확장된다. 아들이 지어 준 프랑스 아주 지역의 작업실에서 촬영된 다큐멘터리 ‘빛의 노래’(2011)에서 그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는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온몸으로 빛을 받으며 기공 체조를 한 후 천연 염색된 순면 작업복을 입고, 눕혀진 캔버스에 작업을 했다. 수행자에 가까운 모습을 한 노년의 화백은 영상 말미에 가느다란 목소리로 단단한 말들을 전한다. “어둠과 재난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는 빛이 필요해요. 색을 더한다는 건 평화, 균형, 기쁨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에요.” 전시는 9월 27일까지, 관람료는 2000원.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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