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 재설계 논의 본격화?…김용범 “낡은 신용평가 틀 과감히 넓혀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금융 시스템 전반의 재설계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선 가운데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됩니다.
김 실장은 지난 주말 SNS에 '금융의 구조 시리즈를 시작하며'라는 글을 잇따라 올리고 "한국 금융의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며 "개별적인 삶의 모습과 위험은 흐르는 강물처럼 연속적인데 금융은 그걸 구간으로 나누어 다룬다, 그사이에 생긴 틈과 깊은 골짜기에 수많은 사람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실장은 "복지와 공적 서민금융이 그 틈을 메우려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멈춰버린 금융의 엔진을 다시 돌리게 만드는 건 제도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라며 몇 가지 제언을 했습니다.

■ "낡은 신용평가의 틀 과감히 넓혀야 …가계대출 고신용자란 온실 속 갇혀있지 않도록"
김 실장은 먼저 "낡은 신용평가란 틀을 과감히 넓혀야 한다"며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거냐"고 꼬집었습니다.
김 실장은 "금융 이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갚을 능력이 없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이미 매일의 소비와 납부, 플랫폼 활동을 통해 수많은 삶의 신호를 만들고 있다"며 "특히 인터넷은행들에게 이 숙제를 엄중히 맡겨 그들이 가진 데이터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명확히 증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은행이 '회피'를 합리적인 선택이라 믿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특정 구간에서 손실률이 튀는 건 사실이지만, 금융이 그 지점을 두려워하며 뒷걸음질만 칠 때 그 빈자리를 메우는 건 불법사금융과 절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판을 바꿔야 한다, 가계대출이 고신용자라는 안전한 온실 속에만 갇혀 있지 않도록 대출의 구성을 흔들어야 한다"며 "특정 구간을 비워두고서는 성장이 어렵도록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다, 그때 서야 은행은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실장은 "거절한 명분을 찾는 대신 어떻게든 '튀는 리스크'를 세밀하게 쪼개고 선별할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며 "은행이 자기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계단식 위기'를 넘어서는 진짜 금융의 근육이 생긴다, 그것이 금융의 본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야 한다"며 "서민금융기관에 비과세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현실은 조합원 대출보다 중앙회 예치가 늘어나는 구조다,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흐르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한 지원 확대가 아니라 모델의 조정이 필요하다"며 "누가 더 창의적이고 덜 차별적인 방식으로 이 난제를 해결하는가, 그 기준으로 평가하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한국 금융 거대한 성채와 같아…금융 배제된 사람들 성 밖에 산재"
김 실장은 "지금 한국 금융은 거대한 성채와 같다"며 "성안에는 낮은 금리를 누리는 고신용자들이 안온하게 머물고, 성벽 바깥 '성저십리'에는 금융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두텁게 산재해 있다, 이 견고한 이중 구조가 우리 금융의 서글픈 민낯"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제 눈을 들어 성 밖 저 멀리를 바라보아야 한다"며 "다소 거칠고 과격한 질문은 내가 던졌지만 그 해법은 금융당국과 면허라는 특권을 부여받은 시중은행, 인터넷은행, 서민금융기관이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신용 질서는 배제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더 정교한 구분과 이해에서도 만들어진다"며 "무분별하게 돈을 늘리자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제도 금융이 충분히 돌아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더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고 그것이 오히려 신용 체계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방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잔인한 금융' 여러 차례 언급한 이 대통령…"왜 가장 어려운 사람이 높은 금리 내나"
이 같은 금융구조 체계 개편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존 발언과도 맞물려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저신용자가 배제된 고신용자 위주의 제도권 대출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이 대통령은 15%대인 최저 신용대출자 금리를 두고 앞서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금융은 가장 잔인한 영역이다, 어떻게 (15%대 금리를) 서민금융이라 할 수 있냐"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또 앞서 지난 10월 열린 민생·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열린 '디지털 토크 라이브' 행사에서도 "당신은 못 갚을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니까 이자를 많이 내라는 건 물론 필요한 시장 원리"라면서도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너무 잔인하게 세세히 쪼개가지고 지금은 갚을 능력이 되고, 안 빌려도 되는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아주 낮게 밀어내듯이 대출을 해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어제(3일)는 SNS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글을 공유하며 불법사금융 문제와 관련해 "법정 허용치를 넘는 불법대부 계약은 모두 무효다, 즉 갚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못 갚을 빚'을 신속하게 탕감하고 정리하면 '묵은 밭에도 검불을 걷어내면 새싹이 돋듯이'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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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서영 기자 (belles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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