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동의 육참골단] LG디스플레이, 과감한 LCD 사업 리빌딩 적중했다

양정민 기자 2026. 5. 4. 09:0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영업이익 1467 '전년比 338%↑'
광저우 대형 LCD 공장 매각, 현금흐름·체질개선 모두 잡아
감가상각 축소 효과도 본격화…막혔던 현금 흐름 '재개통'

한때 LG 계열사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LG디스플레이가 흑자 전환에 이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2025년 최종 흑자 전환을 발표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프로야구단 LG트윈스가 2010년대 중반까지 암흑기를 겪은 뒤 철저한 리빌딩을 통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강팀이 된 것처럼 LG디스플레이도 뼈아팠던 시간을 도약 준비로 바꿀 채비를 끝마쳤다.

4월 23일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146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335억원)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이 기간 동안 338%가 높아졌다. 매출은 5조5340억원을 기록했다.

OLED,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등 새로운 캐시카우를 위해서는 자본의 준비가 필요했기에 LG디스플레이는 물음표를 자아내던 사업들을 덜어내는 데 주력했다. 지난 2023년 부임한 정철동 사장의 지휘 아래 영업손실을 줄이는 작업에 집중한 데 이어 광저우 대형 LCD 공장을 중국에 내주는 파격적인 거래로 업계를 놀라게 했다. 미련과 자신감 모두 충족되지 않았다면 내리기 어려웠던 결정이었다.

흥망성쇠 걸은 TV LCD 패널… 코로나19 치명타에 LGD가 내린 결단
LG디스플레이는 2014년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8.5세대 LCD 패널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조준호 ㈜LG 사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문재도 산업부 제2차관, 구본무 LG회장, 천잰화(陈建华) 광저우시장, 천즈잉(陈志英)광저우 개발구주임, 뤄웨이펑(骆蔚峰) 광저우 부시장, 궈엔창(郭元强) 광동성 상무청장.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지난해 4월 매각하기로 한 결정에 앞서 국내 LCD 공장들을 2022년 셧다운하며 사업 정리를 점진적으로 시도 중이었다. LCD 호황기가 지난 2017년 정점을 기록한 뒤 내리막을 걸은 데다가 중국 정부가 자국 디스플레이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며 이들이 원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BOE, TCL 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성장한 시기를 이 즈음부터로 꼽는다.

2006년 1월부터 TV용 LCD 패널 생산을 담당해왔던 파주 LCD P7 공장도 흐름을 이길 수는 없었다. LG전자 엑스캔버스가 삼성전자 PAVV와 함께 2000년대를 호령하며 TV 시장 점유율을 높였을 때에도 LG디스플레이의 LCD는 함께했다.
LG.Philips LCD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롱 비치에서 개최되는 SID 2007에 참가하여 다양한 신기술 및 첨단 제품들을 선보였다. 사진=LG디스플레이

LG전자의 TV용 LCD 패널 주력 공급사는 2000년대 이후 LG필립스LCD(LG디스플레이 전신)와 LG디스플레이였으며 엑스캔버스가 본격적으로 팔리던 2000년대 중후반도 구미와 파주에 있는 LCD 라인이 32인치, 37인치, 42인치, 47인치 등 TV용 패널을 대량 양산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광저우 공장이 설립된 것은 2014년이었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총 40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4조원)를 들여 중국 법인을 설립하고 33만㎡(약 10만평) 부지 위에 축구장 약 20개 크기인 연면적 12만㎡(약 3만7000평) 규모의 대규모 공장을 만들었다. 울트라HD, 풀HD 해상도의 55인치, 49인치, 42인치 등 중대형 TV용 LCD가 주력으로 생산됐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대 TV 시장인 중국을 잡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중국의 경우 자국 LCD 산업 보호를 위해 2012년 32인치 이상 LCD의 관세율을 3%에서 5%로 인상한 데 이어 LCD 패널 자급률도 2014년 60%에서 2015년 80%로 확대했다"며 "정부 지원 아래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이는 성장 전략을 구사 중"이라고 언급했었다.
2019년 기준 55인치 TV용 LCD 패널 가격 추이. 사진=IHS마킷

LCD 패널 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한 점도 LG디스플레이를 고통스럽게 했다. 2017년 1월 기준 210달러였던 55인치 LCD TV 패널은 2019년 10월 98달러까지 내려가며 100달러 선이 붕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21년 10월 150달러까지 올랐던 55인치 패널 가격은 2022년 4월 기준 105달러로 2019년의 충격을 이겨내지 못했다.

디스플레이드라이버집적회로(DDIC) 공급 부족 등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5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일시적으로 패널 가격이 올랐으나 재고가 충분해진 6~9월부터 가격은 다시 하락했다.

DDIC 등 부품 재고 부족은 디스플레이 기업들을 더 괴롭게 만들었다. 팬데믹 기간 디스플레이 공급망이 전체적으로 꼬이면서 전자부품 전반의 리드타임이 길어지고 라인 가동률을 100%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2022년 당시 매출의 약 65%를 LCD에 의존하던 LG디스플레이로서는 연이은 악재가 이어지며 사업 정리 수순이 이어졌다.

수출입은행 이미혜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22년 "지난 2년간 코로나19 특수로 인해 상승했던 LCD 패널 가격은 팬데믹 완화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등과 맞물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신기술, OLED 등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냉정했던 LCD TV 사업 정리, 막혔던 현금 혈 뚫다

OLED TV가 점진적으로 보급되며 약 1000만대까지 보급량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TV 사업의 중심은 LCD다. 업계에 따르면 8.5세대 OLED 라인 1기는 수조원대 투자가 필요한 데다가 수율, 마스크, 재료 비용이 LCD 대비 훨씬 비싸 연간 수백만대에서 수천만대 TV 볼륨을 위한 저마진 구조와 맞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백선필 LG전자 MS사업부 상무는 "OLED TV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업체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인데 이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패널 총량은 연간 1000만대가량"이라며 "매년 2억대가 넘게 TV가 팔리지만 여전히 1억9000만대가 넘는 TV가 LCD로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 단위로 빛을 내는 LCD 패널(좌측, 가운데)과 픽셀 단위로 빛을 내는 OLED 패널의 구조 비교. 사진=LG디스플레이

그럼에도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파주 P7 라인 LCD 사업 종료에 이어 2024년 대담한 결정을 내린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2조원이 넘었던 영업손실을 광저우 LCD 공장 매각으로 풀어낸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기업의 경우 스마트폰 패널이 가장 투자 효율이 좋으며 TV 패널의 경우 이전과 달리 매출 하위권을 기록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LCD 패널 가격이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던 상황에서 사업 자체를 내려놓고 OLED 등 고부가가치로 사업 아이템을 다시 잡았다.

그 결과 2024년 영업손실은 5606억원으로 2023년 대비 약 2조원가량 손실 축소에 성공했다. 2020년 32% 수준이었던 OLED 매출 비중도 연간 55%까지 올라가 매출과 이익의 중심축이 OLED로 넘어간 구조도 굳어졌다. 매각대금 자체도 2024년 10월 계약 당시(108억위안, 약 2조300억원)보다 약 2100억원 늘어난 2조2466억원으로 결정돼 LG디스플레이 현금 유동성에 힘을 더했다.
LG전자 2026년형 OLED 에보 AI TV.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증권사도 대형 LCD 소멸을 호재로 바라봤다. 박현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 매출액은 대형 LCD 소멸 영향으로 0.3% 늘어난 25조9000억원을 예상하고 반면 영업이익은 1조3700원(165%)으로 성장 본격화가 예상된다"며 "2분기 대형 감가상각 종료(광저우 30K)에 따라 감가상각비 축소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공장 매각 비용을 미래에 투자한다. 22일 LG디스플레이는 1조1060억원을 들여 OLED 사업 인프라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OLED 사업 투자뿐만 아니라 AI 전환(AX)까지 진행 중인 점도 사례다. OLED 공정, 설계, 업무에 AI 생산 체계를 전면 도입해 오류 원인을 특정하기 쉬워지고 AI가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이상을 발견한 경우 자동으로 원인 장비의 작동을 보류하도록 프로세스를 구축해 신속성과 안전성을 확보했다. 원가와 마진이 나오지 않는 저부가 LCD CAPA 대신 OLED CAPA를 최대한 고부가 고효율로 돌려 기술과 매출 모두 품질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을 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정철동 사장이 지난 2월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일등 기술 확보를 가장 큰 숙제로 꼽았고 일관되게 LG디스플레이의 정체성은 제조사가 아닌 기술회사임을 강조해왔다"며 "지속 가능한 흑자 구조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 차원 높은 원가 혁신이 뒷받침돼야 하고 이를 위해 올해 AX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