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에서 '임성한의 아이'로…김형신에서 백서라로 1인 4역까지 [인터뷰+]

김소연, 변성현 2026. 5. 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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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주말드라마 '닥터신' 모모 역 배우 백서라

중학생 때부터 아이돌 연습생이었고 부모님과 함께 참여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Mnet '캡틴'에도 참여해 주목받았다. 이후 걸그룹 멤버로 데뷔했지만 2년 만에 팀은 해체됐고 연기자로 데뷔했다. 임성한 작가의 TV조선 주말드라마 '닥터신'의 주인공으로 발탁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배우 백서라의 이야기다.

지난 2026년 5월 3일 막을 내린 '닥터신'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천재 의사와 영혼을 잃어가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메디컬 스릴러로, 임성한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백서라는 뇌 수술을 거듭해 받으며 동일한 육체에 뇌만 바뀌는 모모로 캐스팅돼 1인 4역을 소화했다. 2021년 아이돌 그룹 핫이슈로 데뷔했지만 팀 해체 후 연기자 연습생 생활을 다시 시작한 그는 본명 김형신이 아닌 백서라라는 이름으로 '닥터신'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종영 후 마주한 백서라는 "다양한 인물을 만나서 너무 알찬 1년이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500대 1 경쟁률 뚫은 혜성 같은 신예

'닥터신' 모모 역할 경쟁률은 500대 1로 알려졌다. 1차 오디션 후 진행된 2차 오디션은 10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남녀 페어로 들어가서 보고 여자분들끼리 조가 짜여서 봤어요. 바라, 모모 역할을 같이 봤고 작가님이 왔다 갔다 하면서 보셨어요. 누가 더 어울리는지를 봐주신 것 같더라고요. 호흡이 맞는지 키 차이도 보고 즉흥 연기도 시키고 춤도 보면서 그런 조합들을 봐주셨어요. 그렇게 최종 5명이 남았고 마지막에 작가님이 직접 '너희가 됐다'고 알려주셨어요."

최종 결정이 나기 전까지 백서라도, 함께 캐스팅된 주세빈도 서로 누가 모모이고 누가 바라인지 몰랐다.

"왜 모모인지 작가님께 여쭤보면 대답 안 하시고 '넌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되물으셨어요. 저의 투박한 진심과 열정을 봐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웃음)." 다양한 인물을 투영해야 하는 캐릭터라 가능성을 보신 것 같기도 하다는 것이 백서라의 설명이다.

 모모, 1인 4역의 무게감

극 중 모모는 인기 정상의 배우로 신경외과 병원장과 결혼을 앞두고 사고로 뇌가 망가지게 되는 인물이다. 이후 모모의 몸에는 엄마 송란희(천영민 분), 스타일리스트 김진주(천영민 분), 금바라(주세빈 분)까지 차례로 뇌를 바꾸며 들어온다. 백서라는 이 1인 4역을 모두 소화했다.

촬영 전 합숙에 가까운 집중 훈련을 받고 카메라 앞에 섰지만 "이렇게 많이 뇌가 바뀔 줄은 몰랐다"는 게 백서라의 솔직한 말이었다. 초반 대본에 등장한 란희와의 뇌 교체는 집중 연습할 수 있었지만 이후엔 대본을 보며 예측하고 촬영을 진행하며 보고 경험한 것들을 기반으로 연기해야 했다.

"촬영 시작 전까지는 란희 작업을 많이 했어요. 배우 입장에선 대본을 보며 미래를 예측하게 되는데 '혹시 또 바뀌나', '다른 인물도 바뀌나' 이런 질문을 작가님께 했는데 다 틀렸어요(웃음)." 예측하기 어려운 게 작가님의 매력인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촬영이 시작된 이후에 대본을 보며 뇌 수술이 추가로 있다는 걸 인지한 후에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특히 마지막 뇌 수술 상대인 바라는 촬영 도중에 상황이 바뀐 거다 보니 지금껏 촬영하면서 느낀 바라를 참고했어요. 바라와 함께한 장면이 많았으니까요. 기회가 되면 모니터 영상도 받아서 보고 기억을 더듬으면서 준비했어요."

 임성한 작가가 요구한 것들

임성한 작가는 캐릭터의 머리 길이, 가르마 방향까지 섬세하게 요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모 역시 "작가님이 세밀하게 지도해줬다"는 게 백서라의 말이다. 특히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고 한다.

"첫 미팅 장면을 포함해 몇몇 장면에서는 의상까지 직접 지정해주셨어요. 모모라는 인물이 매력적으로 보여야 다른 인물들이 모모의 몸을 갖는 게 타당해지니까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보일지를 생각하길 바란다고 하셨어요. 톱 배우이다 보니 고급스러운 느낌, 그러면서도 나이대에 맞는 발랄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그래서 의상에 화려한 색을 넣으려 했죠."

트레이드마크가 된 앞머리도 작가의 아이디어였다. 대본 리딩을 하며 다양한 메이크업과 의상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다듬어졌고 특정 장면에서는 임성한 작가가 직접 그림을 그려 보내기도 했다.

외모뿐 아니라 모모의 냉정한 말투 역시 임성한 작가의 주문이었다.

"톱 배우가 그 위치까지 가려면 일에서는 차가워야 하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실수가 있을 때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되 그게 짜증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 경계를 많이 고민했죠."

 아이돌에서 배우로…"많이 변했나요?"

'캡틴' 출연 당시 수줍은 미소와 발랄함을 동시에 뽐내던 소녀는 한결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묻자 백서라는 "많이 자란 거 아니겠냐"면서 성숙미가 엿보이는 눈웃음을 보였다.

"춤을 추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춤추는 건 활달한 행위고 음악도 흥을 불러일으키니까요. 그땐 제가 생각하기에도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였는데 연기는 제 안을 들여다보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진지해지고 감정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연기를 배우면서 차분함이 생겼어요."

팀 해체 후 힘든 시간도 있었다. 아이돌로 데뷔할 당시 스무 살은 많은 나이가 아니었지만 팀이 해체된 후 다시 사회로 돌아왔을 땐 초년생으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3년 동안 연기자 연습생으로 지냈어요. 표면적으로 나타난 활동이 없어서 중간중간 불안감도 있었지만 열심히 배우면서 버티려고 했어요. 그게 좋은 타이밍, 좋은 기회로 이어지게 됐어요."

 연기자 백서라로 첫 단추가 된 '닥터신'

백서라는 '닥터신'이 고마운 작품이라고 했다. '닥터신'의 모모로 발탁해 준 임성한 작가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임성한 작가가 촬영 중 번호를 바꾸면서 올해 보낸 새해 인사에 답장도 받지 못했지만 감사한 마음은 그대로다.

"연락이 안 돼 걱정이 돼서 '무슨 일 있는 거냐'고 했더니 작품 끝날 때마다 바꾼다고 하시더라고요. 무덤덤하게 말씀해주셔서 '당연한 과정이구나' 하고 받아들였어요."

뿐만 아니라 드라마 촬영장이 처음인 백서라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선배님들에게도 감사하다고 했다.

"촬영 내내 미숙하고 모르는 부분이 많았는데 선배님들이 '이런 식으로 하면 잘 나올 거 같아'라며 카메라 각도나 위치 설정까지 알려주셨어요. 정말 수없이 많은 순간들을 다 이끌어주셨어요. 이 작품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던 건 주변 분들 덕분이에요."

첫 드라마, 첫 주연, 첫 촬영과 후시 녹음까지 '닥터신'은 백서라에게 배우로서 모든 처음을 선사한 작품이다. 처음에는 "임성한 작가님 작품이고 1인 다역이라 걱정이 안 된 건 아니었다"면서도 "'한 작품에서 이렇게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어디 있겠냐'고 생각을 바꾸니까 욕심이 생기더라"며 치열하게 노력했고 결국 완주에 성공했다. 이제 다음을 기약하는 백서라는 "오래 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오래 볼 수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오래 본다는 것 자체가 연기력도 당연히 뒷받침돼야 하지만 인간적인 관계도 열심히 쌓아가야 가능한 타이틀인 것 같아요. 오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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