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파일] 최수연 네이버 대표 "AI 시대, 풀스택 역량으로 글로벌 도약"

최진홍 기자 2026. 5. 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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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형 CEO에서 성장형 리더로, AI·소버린 전략으로 글로벌 영토 확장

네이버가 AI 시대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검색에서 출발한 플랫폼이 자체 거대언어모델(LLM)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를 아우르는 풀스택 AI 기업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그 무대도 한국과 일본을 넘어 사우디아라비아와 프랑스, 스페인, 인도까지 확장됐다.

그 중심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있다. 2022년 취임 당시 조직문화 논란과 신뢰 회복이 시급했던 회사를,사상 최대 실적과 글로벌 AI 사업자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AI 국민비서 시범서비스 개통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습 과제부터 사상 최대 실적까지
최수연 대표는 서울대 공대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하버드 로스쿨을 거친 변호사 출신이며 이후 NHN과 법무법인 율촌, 네이버 글로벌사업을 모두 경험했다. 이어 플랫폼 실무와 법률, 글로벌 사업을 두루 이해하는 드문 이력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ICT 기업 네이버 대표 자리에 올랐다.

쉽지는 않았다. 2022년 네이버 수장을 맡았을 당시 회사는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내부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해진 창업자가 최 대표에게 처음 주문한 키워드는 '수습'인 이유다. 조직문화 개선과 거버넌스 재정립이라는 무거운 과제가 특히 문제였다.

최 대표는 빠르게 움직였다. 조직문화 개선과 내부 거버넌스 정비를 마친 뒤 내부와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조직 전체를 투명하게 꾸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급격하게 흔들리던 내외부의 시스템이 극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최 대표는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AI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면 재편했다. 성과는 숫자로 확인된다. 네이버는 2025년 매출 12조350억원, 영업이익 2조208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국내 인터넷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12조원과 영업이익 2조원을 동시에 넘긴 사례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연합뉴스

AI를 사업 위에 얹는 '온서비스 AI' 전략
최 대표의 색깔은 분명하다. AI를 별도 신사업으로 분리하지 않고 기존 플랫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검색 요약, 개인화 추천, 광고 자동화가 모두 이 방향에 놓여 있다.

지난해 도입한 'AI 브리핑'이 대표적이다. 월간 이용자 3000만 명을 넘기며 대표 검색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말 기준 통합검색 질의의 약 20%에 적용됐고, 적용 세션의 평균 질의 수는 기존 대비 약 40% 증가했다. 관련 질문 클릭은 6배 이상, 클릭률은 일반 검색어 추천 영역의 1.5배 수준으로 올라왔다.

올해 상반기에는 통합검색 안에 'AI 탭'을 새로 도입한다. 쇼핑과 로컬, 금융, 건강 등 분야별 버티컬 에이전트가 협업해 사용자 의도를 파악하고 정보 검색·추천·실행 기능을 한 번에 제공하는 구조다. 지난 2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에 적용한 쇼핑 AI 에이전트는 이용자 구매 이력과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추천과 대화형 후속 질문 응답을 선보이며 시장의 반응을 끌어냈다.

지난 9일에는 2년 8개월간 운영한 대화형 AI '클로바X' 서비스를 종료하고 통합검색 내 'AI 탭' 중심으로 자원을 재배치했다. 단일 챗봇 모델이 아닌 데이터·서비스 생태계 기반의 AI 에이전트로 무게중심을 옮긴 결정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피유시 고얄 인도상공부 장관과 회동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중동에서 검증, 유럽·인도로 확장하는 소버린 AI
최 대표의 또 다른 승부수는 '소버린 AI'의 글로벌 전략이다. AI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각 국이 소버린AI에 큰 관심을 가지는 지금이 적기라는 평가다.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부터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대규모 이용자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독자 기술로 잇는 풀스택 역량을 바탕으로 소버린AI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먼저 결실을 본 곳은 중동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의 디지털 트윈 사업을 시작으로 메카·메디나·제다 등 5개 도시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수출했다. 사우디 신도시 뉴 무라바에는 서비스 로봇과 운영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으며, 일본 이즈모시에서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AI 안부확인 서비스 '케어콜'을 통해 도시 재난 회복력을 지원하는 인프라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유럽으로 발을 넓혔다. 지난 1월 약 9029억원을 투입해 스페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 지분 100%를 확보했고, 이를 발판 삼아 4월에는 스페인 디지털전환공공기능부 장관 등과 만나 소버린 AI 협력을 논의했다. 같은 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는 풀스택 AI 역량을 직접 소개하며 프랑스 AI 기업과의 협업 의사를 전달했다.

인도에서도 발걸음이 빨라졌다. 지난 20일 네이버는 인도 최대 IT 기업인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다음 날에는 크래프톤·미래에셋과 함께 최대 1조원 규모의 '유니콘 그로스 펀드'를 조성했다. 14억 인구 시장에서 AI·핀테크·콘텐츠 기업에 투자하며 현지 생태계와 연결고리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사진=연합뉴스

소상공인 동반성장과 AI 인프라 투자라는 두 축
내수 시장에서는 소상공인과의 동반성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네이버는 2031년까지 1조원 규모의 임팩트 펀드를 투입해 SME와 창작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꽃'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사업자를 위한 'DX 성장 지원 프로그램'과 '플레이스 스쿨'도 새롭게 가동한다. 

스마트스토어 사업자에게는 '성장 마일리지'를 통해 AI 광고 솔루션 활용을 지원하는 중이다. 'ADVoost 쇼핑'을 활용한 사업자의 신규 구매자와 주문 건수가 미활용 사업자 대비 약 60% 증가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자본시장에서도 글로벌 행보가 가속됐다. 지난 15일 네이버는 6년 만에 달러와 유로화 동시 그린본드를 발행하며 약 11억 달러를 조달했다. 5년 만기 5억 달러와 7년 만기 5억 유로 규모로, 유로화 7년물은 국내 민간기업 최초 사례다. 조달한 자금은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 투입된다.

최 대표는 지난해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자체 AI 인프라나 LLM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다른 국가의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사업자가 됐다"고 말했다.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CEO 직속 '테크비즈니스' 부문도 신설했다.

물론 성장 가도에도 과제는 남아 있다. 네이버의 강점인 내부 생태계 중심 구조가 글로벌 확장에서는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올해 1분기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주가 흐름도 부담이다. 2022년 초 취임 당시 약 30만원이던 네이버 주가는 두나무 지분 관계 정리 이후에도 부진을 이어가며 최근 19만원대까지 내려왔다. 역대급 증시 상승 국면에서도 반등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은 시장의 우려로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 대표는 내부 정비, 사상 최대 실적, 글로벌 진출이라는 세 단계를 빠른 속도로 통과하고 있다"며 "이제는 AI 수익화와 해외 사업의 의미 있는 매출 기여라는 다음 시험대가 남았다"고 평가했다. 풀스택 AI 역량과 소버린 전략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곡선을 그려낼 수 있을지가, 최 대표 체제 네이버의 다음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