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상대가 벌벌 떠는 진짜 괴물이 될 것”

황민국 기자 2026. 5. 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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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만났습니다] ‘인생 최고의 여름’ 꿈꾸는 김민재
바이에른 뮌헨 김민재. 게티이미지코리아
로테이션 아쉽지만 트레블 도전하는 소속팀 입장 이해
월드컵 열릴 때마다 유독 부상 시달려 올해는 컨디션 굿
유럽·남미 선수들이 무서워하는 수비수 그 장면 기대하세요

지난달 26일 독일 마인츠의 메바 아레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믹스트존에 들어선 김민재(30·바이에른 뮌헨)가 후련함이 묻어나는 고성을 내질렀다. 직전 경기에서 분데스리가 우승을 조기 확정 지은 뮌헨은 이날 마인츠 05를 상대로 먼저 3골을 내주며 흔들렸다. 후반에만 4골을 몰아쳐 4대3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지만, 평소 상대에게 슈팅 기회조차 쉽게 내주지 않는 완벽주의자 김민재에겐 실점이 못내 마음에 걸린 듯했다.

경기가 끝난 뒤 20여분이 지나 다시 만난 김민재는 그제야 웃었다.

“뮌헨이 3골을 내주는 것도 드문 일이죠. 축구 선수로도 3골을 먼저 내주고 이기는 경험은 처음 같은데 그래도 이겼으니 괜찮습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상황을 이겨내려는 그의 단단한 마음가짐이 묻어났다. 뮌헨 입단 3년 차인 김민재는 이번 시즌 처음 로테이션 멤버로 밀려났다. 공식전 35경기(1골 1도움)를 뛰었다. 하지만 유럽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트레블(3관왕) 도전이 임박한 시점에 정규리그를 뛰는 빈도가 늘어난 것이 현재 팀 내 입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김민재는 “주전은 아니다”고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트레블을 도전하는 시점에 주전 선수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뛰는 것도 지금은 괜찮다. 아예 못 뛴다면 문제가 있지만, 경기는 계속 뛰니까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말했다.

■로테이션 멤버도 괜찮아?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할 시기”

김민재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서도 톱클래스 선수로 불린다.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 33년 만의 우승컵을 선물한 데 이어 분데스리가에서도 맹활약을 펼친 그가 로테이션 멤버에 거부감을 내비치지 않는 것은 단 하나,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겨냥한 포석이다.

김민재는 유독 월드컵에서 빛나지 못한 선수다. 처음 주전으로 낙점을 받았던 2018 러시아 월드컵은 부상으로 낙마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16강에 올랐지만 근육 부상으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민재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유일하게 승리했던 포르투갈전을 부상으로 건너뛰면서 아직 월드컵 1승에 기여하지 못했다. 김민재가 워낙 출전 빈도가 높아 월드컵이 열리는 시기면 컨디션 난조에 빠지는 일이 많았다.

당시를 떠올린 김민재는 “매년 시즌이 끝나는 이 시기에는 진짜 너무 힘들어서 몸이 퍼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전에서 밀려난) 올해는 처음으로 컨디션이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고 있어서 그 부분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민재의 부상 경계령은 동갑내기 미드필더 황인범(페예노르트)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확정된 시기와 맞물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서 뛰는 황인범은 지난 3월 오른쪽 발등을 밟히는 부상으로 3월 A매치를 건너뛰었을 뿐만 아니라 월드컵 참가도 불투명해졌다. 자연스레 김민재도 전역을 앞둔 군인처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떨어지는 낙엽부터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 그는 “(처음 월드컵에 도전했던) 2018년부터 그랬는데 (부상은) 피할 수가 없었다. 이제 관리를 정말 잘해야 하는 시기다. 낙엽이 아니라 빗방울도 조심해야 할 판이라는 각오”라고 강조했다.

■월드컵 목표는 첫 골? “유럽·남미 부수는 수비수 될래”

김민재가 자신의 다짐처럼 부상 없는 시즌을 보낸다면 인생 최고의 여름을 보낼 수 있다. 오는 16일 축구대표팀 최종 명단(26명) 발표와 함께 월드컵이 시작된다.

한국은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낸 뒤인 지난해 9월부터 6번의 평가전은 4승 1무 1패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탔지만 올해 3월 A매치 2연전에선 코트디부아르(0-4 패)와 오스트리아(0-1 패)에 모두 패배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이한범(미트윌란) 등 첫 월드컵 본선에 도전하는 다른 수비수들은 건강한 김민재와 같이 뛴다면 반등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한범은 “항상 (김)민재형이 내가 지킬 테니까 과감하게 뛰라고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김민재는 “날 믿으라는 것보다는 서로 믿는다는 의미”라면서도 “내가 맡은 역할이 (최종 수비인) 스위퍼다 보니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나가라는 주문을 한다. 한범이 뿐만 아니라 (김)주성이도 거칠면서 적극적인 수비를 한다. 그 수비 솜씨를 살려주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재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그를 중심으로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변화무쌍한 수비를 준비해 어깨가 더욱 무겁다. 특히 스리백은 익숙하지 않은 옷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본선 토너먼트를 겨냥해 준비한 맞춤 전술이다.

김민재는 “디테일이 더 필요하겠지만 그 부분은 감독님이 준비해주실 부분이다. 선수들끼리 잘 맞춰야 한다. 사실 팬들이 걱정하시는 부분도 많으실 것”이라며 “선수들은 잘 준비하고 있다.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게 첫 목표다. 경기를 치르면서 좋은 활약을 보여드린다면 팬들도 마음을 돌리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단기전 승부인 월드컵에선 종종 수비수의 골이 영웅을 만든다. 김영권(울산)이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과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각각 1골씩을 넣은 것이 대표적이다. 김민재 역시 A매치에서 4골(77경기)을 넣은 선수이지만 자신이 월드컵에서 보여주고 싶은 장면은 골이 아닌 승리라고 선을 그었다.

김민재는 “항상 말하지만 개인적으로 골보다는 무실점이 좋다. 내가 골을 넣고 이긴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골을 넣고 비기거나 진다? 개인적으로 좋은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마인드가 수비수”라고 말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아시아 수비수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김민재는 “팬들은 아시아 수비수가 남미와 유럽, 아프리카의 선수들을 부수고 다니는 장면들을 기대하실 것이라 본다.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상대 선수들이 날 무서워하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 자신이 있다”고 다짐했다.

마인츠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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