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순용의 골프칼럼] '마법사의 지팡이' 퍼터로 그리는 경이로운 선(線)

전순용 2026. 5. 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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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골퍼 제임스 이야기
사진은 칼럼과 관련 없는 참고 이미지입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언제나 겸손한 미소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제임스 부부를 만난 건 2년쯤 된 것 같다. 클럽을 새롭게 세팅하고 테스트를 위해 찾은 골프장에서 우연하게 조인되어 함께 라운드를 하게 된 것이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그 골프 인연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지켜본 '백돌이' 시절의 제임스 씨, 그리고 2년 동안의 놀라운 변화 과정은 스코어 정체기에 빠진 많은 아마추어 골퍼분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되어 본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 글을 올린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제임스 씨는 핸디캡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샷의 기복이 심했다.



선수의 골프 경기력 분석에만 몰두하다 보니 아마추어 스윙을 직접 지도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내게 제임스 부부와의 매주 라운드는 가르치는 것보다 배울 점이 더 많았다. 레슨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제임스 씨의 샷은 시간이 지나면서 제법 좋은 임팩트를 만드는 횟수가 늘어갔다.



 



 



▷ 칩샷이라는 숙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임팩트가 좋아지고 스윙도 좋아 졌지만 제임스 씨의 스코어는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아마추어의 영원한 난제인 '그린 주변 쇼트게임이 항상 제임스 씨의 발목을 잡는 것이 원인이었다. 



 



웨지만 잡으면 나오는 뒷땅이나 탑볼은 쉽게 고쳐질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 부분은 아마추어들 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랜 시간 훈련해온 투어 선수들에게도 가장 큰 숙제 가운데 하나인 것은 동일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제임스 씨는 과감하게 웨지를 내려놓고, 그린 주변 벙커와 물을 건너는 조건이 아니면 거리에 상관없이 퍼터를 들기 시작했다. 이른바 '텍사스 웨지(Texas Wedge)' 전략을 만든 것이다. 



웨지를 들고 자신감 없는 샷을 하는 것과 퍼터를 사용하는 것 사이에서 제임스 씨가 선택한 생존전략인 것이다.



 



그러한 선택으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처음엔 의아해하던 동반자들도 이제는 신들린 듯 홀컵에 붙는 그의 '퍼터 쇼'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는 상황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퍼터의 유일한 약점은 '공을 띄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의 궤적에 스프링클러 헤드, 깊은 디봇, 혹은 턱이 높은 구간이 있다면 그때만큼은 웨지에게 양보하는 유연함이 필요하지만 그에게 있어 웬만한 장애물은 퍼터의 선택을 말리지 못한다.



 



사진은 제임스씨의 35야드 가까운 퍼터 샷. 사진제공=전순용

 



 



▷ 경로 위에 펼쳐지는 물리적 드라마



제임스 씨의 퍼팅 어프로치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홀 컵까지의 거리에 힘을 제어하는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공이 홀 컵에 도달하기까지의 물리적 변수를 정확히 계산하기 때문이다. 물론 긴 러프, 짧은 러프, 오르막 언덕, 불규칙한 그린 주변의 상황 등 다양한 장애물들이 이 계산의 범주에 포함된다.



 



공이 빠를 때는 '관성'이 지배하지만, 속도가 줄어들면 '중력'이 주도권을 잡게 되는 선의 변화를 이미 경험적으로 터득한 듯 보였다, 수많은 시행착오에서 나름의 물리적 공식을 완성해 가고 있는 것이다.



 



 



▷ 상상력이 만드는 실체



최근에 느낀 제임스 씨의 진짜 강점은 공이 굴러갈 길 경로에서 벌어지는 서사를 미리 읽어내는 '상상력과 통찰력'에 있다.



 



퍼팅 결과를 보면, 그는 단순히 홀컵이라는 '점'을 보지 않고, 공이 거친 잔디를 이겨내며 낮고 강하게 구르는 첫 번째 캔버스, 그리고 그린 위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지면의 숨은 의도(배수 흐름이나 미세한 굴곡)를 따라 휘어지는 두 번째 캔버스를 머릿속에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음이 틀림없다.



 



"공이 어디쯤에서 힘이 빠지면, 지면의 결을 따라 한 컵 정도 부드럽게 스며들겠지."



이러한 확신 섞인 가설이 세워질 때쯤, 퍼터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마법사의 지팡이가 되기도 한다.



공이 홀 컵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기 전, 이미 마음속에서 그 쾌감을 먼저 누리는 것이고 마법의 선을 따라 심장의 동요가 일어난다.



 



제임스 씨의 '퍼터 쇼'가 우리에게 주는 진짜 교훈은 골프에서 고정된 관념의 기술적인 선택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린 주변에서 웨지로 공을 띄워 올리는 화려함보다, 지면과 끝까지 소통하며 공이 굴러가는 경로 전체의 서사(내러티브: Narrative)를 완결 짓는 통찰력을 자기 경기력의 중요한 요소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는 골프에 대한 고정 관념을 벗어나 유튜브 동영상에 의존하지 않고 나름의 골프에 대한 통찰과 창의성을 통해 '백돌이'의 불안함을 떨쳐내고 '싱글'의 여유로 향하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을 찾은 것이다.



 



함께 라운드 하며 그의 상상력이 실체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그리고 그 마법의 지팡이가 나의 고정 관념을 산산이 조각 내는 광경은 언제나 즐겁다. 



매주 제임스 씨가 퍼터를 들고 비장하게 라인을 살피는 뒷모습은 항상 기분 좋은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칼럼니스트 전순용: 골프경기력 평가분석가. 전순용 박사는 제어공학을 전공하고 동양대학교 전자전기공학과의 교수로서 재임하는 동안, 한국국방기술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시스템의 평가와 분석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집중력과 창의적인 뇌사고능력에 관한 뇌반응 계측과 분석 분야에서 연구활동을 지속해왔다. 유튜브 '영상골프에세이' 운영.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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