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날짜에 열지 못한 어떤 노동자들의 ‘메이데이 집회’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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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을 앞두고 이주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 섰다.
'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는 진짜 메이데이인 5월1일에 열 수 없었다.
행사 시작에 앞서 집회 참가자들은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들을 기리며 묵념했다.
"이주노동자들을 필요할 때 쓰고 고장 나면 버리는 소모품이 아닌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대우해주길 바란다"라는 아웅진 씨는 이날 단상에 올라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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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을 앞두고 이주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 섰다. 흰 도화지에 모국어로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썼다. 네팔에서 온 포르카수스 씨(35)는 “사장이 일을 너무 많이 시키지만, 그에 맞게 임금을 주지 않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마문 알리 씨(27)는 “우리는 시혜나 동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직장에서의 안전을 보장해주세요”,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조합 위원장(67)은 “우리는 기계가 아닙니다. 우리를 사람으로, 노동자로 대우해주십시오”라고 썼다. 미얀마 출신 아웅진 씨(31)는 한국의 모든 이주노동자를 향한 메시지를 남겼다. “친구들, 우리 모두 힘을 냅시다.”
4월26일 일요일이었다. ‘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는 진짜 메이데이인 5월1일에 열 수 없었다. 올해부터 노동절이 공휴일로 지정됐지만,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여전히 그날 쉬지 못하고 출근해야 한다. 그래서 닷새 이른 4월26일 200여 명이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 모였다. 행사 시작에 앞서 집회 참가자들은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들을 기리며 묵념했다. 단상에 오른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이 말했다. “한국의 많은 산업 현장이 이주노동자 없이 운영될 수 없지만 우리는 아직 무권리 상태에 있습니다. 사장이 쏜 에어건에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장기를 손상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괴롭힘과 강제노동을 견디지 못해 이주노동자들이 자살까지 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2026년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주노동자 18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죽음이 있을 수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 추정치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3340명이었다. 그중 93.6%는 이름도, 나이도, 사망 원인도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를 향해 행진했다. 구호는 ‘사업장 이동의 완전한 자유, 인간다운 기숙사 보장, 산재사고와 임금체불 근절, 농어업 노동자 차별 철폐, 여성 이주노동자 성폭력 근절’이다. 이주노조가 만들어진 후 21년째 같은 구호를 반복했다. 발언대에 선 이주노동자들은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유의 핵심으로 ‘고용허가제’를 꼽았다.
“이주노동자들을 필요할 때 쓰고 고장 나면 버리는 소모품이 아닌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대우해주길 바란다”라는 아웅진 씨는 이날 단상에 올라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서로 의지해야 하는 동반자입니다. 우리 노동자의 존재와 능력을 인정해주십시오.”





박미소 기자 psalms27@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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