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위 분리신청이 교섭 지연의 방패막이로?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 분리신청 접수를 곧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정지로 보고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한 하청 노조에 사건을 취하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섭요구 사실공고 전 교섭단위 분리신청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중단된다는 현행법령을 근거로 한 것이지만 원청 사용자가 이를 교섭 지연의 방패막이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도적 맹점이 드러난 만큼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플랜트건설노조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 이후 DL이앤씨 등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원청이 이에 응하지 않아 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지난달 9일 접수했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달 30일 오후 심판회의가 열리기 전인 당일 오전 해당 사건을 취하했다. 이영록 플랜트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울산지노위에서 복수노조 교섭단위 분리신청 접수로 해당 사건은 각하되니 취하서 제출을 권유했다"고 전했다. 각하는 신청 자체가 형식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본안 판단 없이 절차상 이유로 사건이 종료되는 것을 의미한다.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 두 차례 취하한 까닭
울산지노위가 사건 취하를 권유한 데에는 교섭단위 분리신청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중단된다는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법 시행령 14조의11에 따르면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기 전' 에 노조 또는 사용자는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할 수 있는데,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이 있을 때까지 교섭요구 사실공고 등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진행은 정지된다. 복수노조의 교섭단위 분리신청 접수로 교섭 절차가 정지되므로 시정신청 자체가 형식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플랜트건설노조는 지난달 2일 울산지노위에 DL이앤씨를 상대로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냈다가 같은달 6일에도 사건을 취하했다. 한국건설산업노조가 3월24일 서울지노위에 DL이앤씨 등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한 것을 이유로 울산지노위가 사건 취하를 권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플랜트건설노조가 시정신청을 취하하자 한국건설산업노조가 지난달 8일 돌연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취하했다. 이에 플랜트건설노조는 울산지노위에 DL이앤씨 대상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재접수했다. 10여일이 지난 4월20일, 또 다른 노조인 한국연합플랜트노조가 경기지노위에 DL이앤씨를 상대로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면서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원청 사용자도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이유로 절차가 중단돼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DL이앤씨측은 지난달 24일 울산지노위에 해당 사건과 관련해 "한국연합플랜트노동조합이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한 시점부터 본 사건을 포함한 노조법 시행령 14조의3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이미 법적으로 정지가 확정됐으며 정지를 위해 노동위의 별도 정지 처분 등이 필요하지 않다"며 "향후 교섭단위 분리신청 사건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본 사건 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고 결정 이후에 본 사건 절차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공고하지 않은 채 '분리신청-취하' 반복 가능"
각하 결정 자체가 법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혜인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노동위에서 어차피 각하되니까 취하하라는 취지였는데 정말 각하되는 것이 맞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정지된다는 규정은 있지만 노동위원회규칙에 명시적으로 각하 사유로 규정돼 있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사건을 통해 제도적 맹점이 드러난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혜인 노무사는 "분리신청을 접수했다가 취하하는 식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자체를 무기한 지연시킬 수 있다"며 "분리신청은 사용자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고는 하지 않으면서 분리신청 카드를 만지작거리면 하청 노조는 원하는 시기에 교섭을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제도 개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플랜트건설노조는 원청 교섭요구 이후 두 달 가까이 원청 사용자와 교섭테이블에 마주 앉지 못하고 있다. 이영록 실장은 "울산 '샤힌 프로젝트' 현장이 6월 말 종료될 예정"이라며 "공사현장이 없어지면 DL이앤씨에 대한 노조의 교섭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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