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살인미수 사건 핵심 증거 위법 입수한 경찰…그마저도 일부 잃어버려
살인미수 등 혐의로 50대 구속기소

경찰이 살인미수 사건의 증거를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확보했다가 뒤늦게 피의자에게 되돌려주는 일이 발생했다. 핵심 증거를 재판에서 제시하지 못 할 뻔했는데,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바로잡혔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확보했던 증거 일부를 잃어버리기까지 했다.
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유산상속 문제로 조카의 몸에 인화물질을 붓고 불을 붙여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50대 남성 A씨를 지난 14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13일 자정을 넘겨 조카 B씨의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B씨가 급히 불씨를 털어내면서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이 실패로 돌아간 후 자기 집에도 불을 낸 혐의(일반건조물방화)도 받는다.
그런데 이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초동 조치를 한 경기 김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인화물질이 든 페트병과 A씨의 배낭 등 증거를 적법 절차를 위반해 수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별도 압수조서나 압수목록을 만들어 A씨에게 전달하지 않은 채 그가 두고 간 인화물질 등을 유류품으로 수거했다.
형사소송법상 검사나 경찰은 피의자 등이 남겨놓은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지만, 압수하려면 목록을 작성해서 그 물품의 소유자 등에게 내줘야 한다. 앞서 대법원은 2007년 제주지사가 도청 공무원을 선거운동에 동원했다는 혐의 사건에서 유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압수물 목록은 압수 직후에 현장에서 바로 작성하여 교부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즉 경찰이 A씨가 가져온 인화물질 등을 그의 살인미수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로 쓸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경찰은 또 이렇게 확보한 증거물 중 인화물질이 든 페트병 일부와 A씨의 배낭, 소주병 등을 지난 2월 사무실을 옮기는 과정에서 분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3월26일 A씨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으나 압수물은 송치하지 않았다. 압수조서와 압수목록 등도 여전히 빠뜨린 채 사건을 넘겼다.
검찰은 이런 점을 확인한 뒤 “남은 인화물질 등 잔존 압수물을 A씨에게 돌려주고 그의 동의를 받아 다시 임의제출 받으라”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이에 경찰은 “위법수집 증거 문제 등을 고지받았으나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증거를 임의제출한다”는 취지의 A씨 자필 진술서를 받아냈고, 돌려줬던 인화물질 등 증거를 적법하게 다시 확보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관련 증거를 추가로 확보하라고도 경찰에 요구했고 이에 따라 경찰은 조카 B씨가 당시 입고 있었던 점퍼를 임의제출 형태로 확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해당 점퍼에서 인화물질 성분이 검출됐고 합성섬유가 고온의 열로 녹은 흔적도 발견됐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인화물질을 조카에게 뿌린 것은 인정하지만 불을 댕긴 사실은 부인하고 있는데, 검찰은 추가로 확보된 증거를 통해 A씨의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것으로 본다. 검찰은 “향후에도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 통제 기관으로서 역할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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